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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보기 (39):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Enemy of the State)-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개인 도청

by Robin-Kim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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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소리로 사람 여럿이서 한 명 바보 만들기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사람이 ‘1+1=2’라고 얘기할 때 다른 두세 명이 ‘1+1=3’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하게 얘기하면 맞는 말을 한 사람도 ‘그런가?’라는 위축감이 들면서 긴가민가 해진다는 얘긴데요, 이때 다수의 강력한 의견에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하면 ‘1+1=3’이 그 사회 내에서 기본 상식이며 규칙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주위에 있던 방관자들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그들을 따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입니다.

 

이후 다수가 된 무리는 이런 군중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규칙과 기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따르길 강요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합니다.

 

약간 과장이 되긴 했지만 이 얘기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늘 마주치는 ‘정치’ 얘기입니다.

 

정치란 것이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권력을 잡은 쪽은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내 말이 맞고 상대방은 틀리다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스스로가 다수임을 주장하면서 군중심리를 활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에 서게 함으로써 계속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공포입니다.

 

즉 대중들에게 내 (다수) 의견과 다른 사람은 나와 대척점에 서 있으니 처벌 받아야 한다는 공포 심리를 심어주는 것이죠. 이처럼 개인이 아닌 다수, 즉 전체의 생각을 개개인에게 강요하는 정치 체제가 전체주의입니다.

 

 

* 삼라만상을 다 꿰고 계신 부처님

 

전체주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ㆍ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국립 국어원)

 

즉 전체주의는 개인 (소수) 보다는 전체 (다수)가 더 중요하고, 그 다수를 위해 국가가 감시와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체주의를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테스’라는 강도는 사람들을 자기 침대로 끌고 가서 그 사람이 침대보다 크면 머리나 다리를 잘라 죽이고 사람이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만큼 늘려 죽였다고 하는데요, 다른 사람들을 자기 침대라는 ‘획일화 된 조건’에 맞춘 것으로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획일화 된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확인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감시’입니다.

 

그리고 이런 감시는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번 [제이슨 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프리즘 폭로 사건’입니다. (영화 뜯어보기:제이슨 본- 만들지 말았어야 할, 희대의 망작 참조)

 

 

 

프리즘 폭로 사건을 짧게 정리하면 전직 CIA 요원 스노든이,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유력 언론을 통해 미국 국가 안보국 (이하 NSA)과 영국의 정보 기관들이 전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와 같은 개인정보를 PRISM이란 비밀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찰해 온 것, NSA가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는 물론 미국 주재 38개국의 대사관을 도청 및 감청한 사실을 폭로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터지자 NSA는 당연히 관련된 사실을 부인했고 스노든은 NSA와 CIA 근무 당시 이미 빼내온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고 재반박하며 사건이 커졌습니다.

 

이후 NSA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당연한 업무였다며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은 없었다라고 발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스노든에 대해 국가 기밀을 누설했기 때문에 간첩죄를 뒤집어 씌워 그를 체포하려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웬만하면 간첩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똑같네요.

 

그러자 스노든은 홍콩을 비롯한 이곳 저곳을 떠돌며 다양한 나라에 망명신청을 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폭로했으며 그 중에는 NSA가 수천만 건의 프랑스 국민들의 전화통화를 도청했다는 것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개인 휴대폰 감청 시도, 멕시코 전 대통령의 이메일 해킹 및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수천만 건의 전화통화를 도청한 내용도 포함되어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이미 1998년에 이와 유사한 내용을 가진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되어 개봉되었는데요 바로 윌 스미스 주연이 [에너이 오브 스테이트 (Enemy of the State)], 즉 ‘미국의 적’이란 뜻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발단부터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해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 즉 도청 및 감청을 공식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는 법안 발의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을 NSA 직원인 토마스 (존 보이트)가 죽이는데 그 과정이 마침 새들의 행태를 연구하는 조류학자가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찍히게 됩니다.

 

그리고 즉시 발동한 도감청 시스템으로 인해 조류학자는 쫓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동창 로버트 (윌 스미스)에의 가방에 로버트도 모르게 촬영된 테잎을 집어 넣고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한편 이런 사실을 전혀 알 길이 없는 로버트는 이후 NSA의 지속적인 시달림을 받는데요, 집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몰래 설치해 둔 CCTV를 통해 NSA에 전송되는가 하면 모든 전화통화도 도청되고 심지어는 그와 그의 아내가 가진 모든 신용카드가 정지됩니다.

 

미국은 금융 거래에서 기본적으로 ‘신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사회이라서 로버트 가족의 생활은 붕괴되고 로버트는 자세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NSA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치지만 위성을 통한 감시, 그리고 그의 신발이나 시계 및 만년필 같은 곳에 몰래 설치해 둔 도청장치로 인해 끊임없이 쫓김을 당하게 됩니다.

 

오래 전 봤던 이 영화를 최근 다시 보면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통과된 '테러 방지법'이 떠오르며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테러 방지법이란 결국 앞서 소개했던 미국의 프리즘 폭로사건이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처럼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하지만결국은 합법적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법안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가보안법이란 것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테러 방지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감시와 통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 외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제의 얘기를 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입니다.

 

하지만 이런 빅 브라더는 더 이상 소설 속의 내용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내용인 것이, 앞서 길게 얘기한 테러 방지법이 빅 브라더의 역할, 그러니까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에 우리가 있으며, 중국은 아직도 정부의 정책적 방형과 의견에 방해가 되고 또 국민들을 선동할 수 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CCTV가 가장 많이 설치 되어 있다는 영국에는 2013년 7월 기준으로 약 590만대가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NGO '빅 브라더 워치(Big Brother Watch)'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런던에 사는 사람이 하루에 CCTV에 찍히는 횟수는 평균 약 300회로 한 사람이, 한 시간당 CCTV에 최소한 13회 찍힌다는 얘기고 이를 분으로 환산하면 약 5분에 한 번 꼴로 CCTV에 찍히고 있다는 얘기입니다.[1] 

 

이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로버트가 브릴 (진 헤크먼)의 도움으로 국가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해피엔딩입니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국정 농단'이라는 단어와 함께 온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도 국정원은 우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1]

오마이 뉴스, 201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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