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씩 나이가 들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20대는 20대 나름대로, 30대는 30대 나름대로, 30대는 40대 나름대로 또 그 이상의 나이 대의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불현듯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무릎이 쑤신다든지 하는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혹은 불현듯 떠오르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이 벅차 오르는 때가 바로 그 때인데요.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사람은 과거를 자양분 삼아 오늘을 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을 버틴다고 우리들은 현실이 어렵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과거, 즉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시절, 흔한 말로 돌멩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온다는 그 시절, 아무 걱정 없이 좌충우돌 할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리운 것은 그야말로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전형적으로 그런 내용을 다룬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대만 영화를 본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 영화나 홍콩 영화는 워낙에 쟁쟁한 주연 배우들 덕분에 바로 바로 기억이 나지만 대만 영화는 온 기억을 되짚어 봐도 떠오르는 영화가 없기에 나름 대만 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단 학창시절,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평범하고 못생긴 소녀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문제아 쉬타이위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을 담았다”라고 자체 홍보를 했던 [나의 소녀시대]는 전형적인 청춘 (?)영화 혹은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춘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심지어 악기까지 잘 다루는 ‘엄친아’인 오우양 (이옥새)과그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외모의 여주인 공 린전신 (송운화), 학교에서 자타공인 여신으로 대우 받는 타오민민 (간정예)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교내 최고 불량아의 리더-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일진 짱-쉬타이위 (왕대륙)이 사각 관계가 이 영화의 기본 틀입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아는 사이가 된 쉬타이위와 린전신이 서로 짝사랑하는 상대방과 잘 될 수 있도록 밀어주면서 오히려 두 사람간의 정이 더 돈독해지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세부적인 내용은 이런 류의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이 좌충우돌’ 하는 것들이라 굳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특히 우리 영화 [건축학 개론]+[써니]+[피 끓는 청춘]+[응답하라 시리즈]가 짬뽕된 영화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후 느낀 점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특별할 게 없는 영화라는 것이죠. 그저 기존에 있던 비슷한 영화들에서 받은 감정을 가지게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우정 출연 식으로 ‘짠’하고 등장하는 유덕화의 모습이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이 영화의 제작자가 유덕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역시도 그다지 큰 감동이 있다고는 하기 어렵고요.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이란 게 소재들이 비슷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데-영화의 경우 상당부분 감독이 시나리오도 쓰기 때문에- [나의 소녀시대]는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을 보이는 정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서두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이란 어느 순간, 문득 가장 찬란했고 순수했던 청춘 시절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붙잡는다고 붙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되돌아 본다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떠 올릴 수 밖에 없는 그 때 그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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