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이슨 본]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작들의 시리즈를 하도 재미있게 본 터라 한참을 기대하고 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제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이고 전편들에 비해 확연히 아저씨 티가 나는 맷 데이먼을 보며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전작들에 비해 너무나 떨어지는 완성도 때문에 엄청 큰 실망감이 들었네요.
2002년 제작 되어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를 시작으로 한 이른바 본 시리즈는 ‘전혀 새로운 첩보 액션’이라는 명성과 함께 수 많은 영화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 시리즈가 ‘전혀 새로운’이라는 명성을 얻은 이유는 그간의 대표적인 첩보 액션 영화인 ‘제임스 본드’의 [007 시리즈]와 ‘에단 헌트’의 [미션 임파서블]시리즈가 모두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본 시리즈’는 최첨단 무기가 아닌 맨손 격투와 짜릿한 추격전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린 본이 자신의 과거를 찾아간다는 독특한 소재의 설정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로버트 러들럼’이라는 작가의 동명의 원작 ([본 아이덴티티], [본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992년에 [잃어버린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소설, 그러니까 원작의 전체적인 내용은 [본 아이덴티티]를 제외하면 영화와 원작이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그럼 지금부터 시리즈를 하나씩 살펴 보며 원작과 영화와의 차이점, 그리고 영화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들 등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 (2002)
제작비-6천만 달러/ 매출-2억 1,403만 달러 (북미 56.8%)
사실 미국에서는 1998년에 동명의 [본 아이덴티티]라는 TV 시리즈로 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저격자]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었고요.
당시 미국의 드라마에서 제이슨 본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리처드 챔벌린인데 지금 보면 꽤나 나이든 제이슨 본으로 보여집니다. 맷 데이먼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렇다는 것이죠.
처음 이 영화가 제작될 때 제이슨 본 역할로는 브래드 피트, 러셀 크로우, 매튜 매커니히 등이 거론되었고, 실제 제안도 갔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고사되었고 최종적으로 맷 데이먼이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덕분에 맷 데이먼은 요즘 말로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된 행운을 얻은 것입니다.
이 영화 그리고 전체적인 본 시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등장하는 ‘트레드 스톤’과 ‘블랙 브라이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트레드 스톤 (Treadstone)은 CIA에서 자신들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인물들을 암살하는 프로그램이자 조직이며 블랙 브라이어 (black briar)는 시리즈 3편인 [본 얼티메이텀]에서 로스라는 기자가 밝히듯이 트레드 스톤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하지만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에서는 트레드 스톤이 악명높은 테러리스트이자 암살자 카를로스 더 자칼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려지고 그 내용은 미군 데이비드 웹을 제이슨 본, 즉 카인이라는 가공의 암살자로 만들어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더해서 공적을 부풀려 뛰어난 암살자로 보이게 하고, 카를로스를 도발하게 해 함정에 빠뜨리게 만드는 것으로 나옵니다. (나무 위키 참조)
이미 1편부터 원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본 아이덴티티]에서의 핵심은 제인슨 본 (이하 본)의 기억 상실증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 사는지, 무슨 일을 했던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것이죠.
그래서 제목에 ‘정체성’을 상실하는 ‘아이덴티티’가 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반 헌트와 다른 점으로 [본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은 핵심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의 본은 아프리카의 독재자 니콰나 왐보시를 암살하려는 작전을 수행하다가 실패를 하고 오히려 총에 맞아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데, CIA는 그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리라는 여자를 알게 되어 함께 이동하면서 사건을 겪는다는 것이 1편인 [본 아이덴티티]의 줄거리입니다.
물론 영화는 본과 마리가 인도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본 슈프리머시 (2004)
제작비- 7,500만 달러/ 매출-2억 8,850만 달러 (북미 61.1%)
사실 영화는 [본 아이덴티티]로 끝나도 상관없었습니다. 어차피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폴 그린그랜스 감독은 다시 한 번 본을 소환합니다. 전작의 성공적인 흥행을 놓칠 이유가 없었건 것이죠. 아니면 그의 기억력 회복 혹은 정체성 찾기에 좀 더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을까요?^^
제가 이렇게 재미있지도 않은 우스개 소리를 한 이유는 영화의 내용이 소설 원작에서의 [본 슈프리머시]는 전혀 다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원작은 홍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등장한 가짜 제이슨 본을 잡기 위해 진짜 제이슨 본이 등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영화는 전작의 결말의 연장선상에서 본과 마리가 행복하게 지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CIA가 본을 제거하기 파견한 러시아의 요원의 추격을 받다 마리가 죽게 되자 본은 그 복수를 위해 또 다시 CIA를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핵심 이유긴 합니다만 마리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본은 굳이 다시 CIA에 대항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은 러시아 석유 민영화를 반대한 블라디미르 네스키를 암살한 과거를 떠올리며 점점 기억을 되찾아 갑니다.
그리고 본을 잡기 위한 팀에 새롭게 투입된 팀장격인 파멜라 랜디와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데 파멜라는 제한된 인원만 접근 가능한 ‘트레드 스톤’ 관련 파일을 보고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후 러시아로 건너간 본은 마리를 죽인 요원을 찾아 추격전 끝에 복수를 하고는 혼자 살고 있는 네스키의 딸을 찾아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실토를 하면서 용서를 구하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본 얼티메이텀 (2007)
제작비- 110,000,000 달러/ 매출-442,824,138 달러 (북미 51.4%)
2편에 이어 3년만에 제작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3편인 [본 얼티메이텀]은 우선 제작비가 1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투여됐습니다.
규모 (스케일)를 엄청 키운 것이죠. 그리고 흥행 역시 투여된 제작비에 맞게 껑충 뛰면서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본은 자신의 행적에 의심을 품고 기사를 취재하던 영국 가디언 지의 기자 로스를 만나 트레스 스톤과 블랙 브라이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게 됩니다. 본명은 데이빗 웹으로 국익을 위해 트레스 스톤에 자발적으로 지원하여 요원이 된 것이죠.
반면 파멜라 랜디는 본의 도움을 받아 트레드 스톤과 블랙 브라이어에 관한 비밀 문서를 입수, 어디론가 팩스로 보내 문서를 공개하고 수 많은 CIA 요원이 구속되는데 일조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CIA 본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본은 자신을 쫓아오는 요원들을 피해 강에 뛰어들어 사라지며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물론 원작 소설이 내용은 앞서 얘기했듯이 러시아의 카를로스 자칼과의 내용이 그려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본이 정체성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본 시리즈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기타 첩보 액션과는 다른 맨손 격투에 있습니다.
연필이나 잡지 등을 무기 삼아 상대와 격투하는 장면들은 자동차 추격 장면과 함께 [본 시리즈]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소지섭 주연의 영화 [회사원]에서 등장한 러시아 무술인 ‘시스테마’와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에서 선보인 필리핀 무술인 ‘칼리아르니스’가 사용된 것이 아닌가라고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이 영화를 끝으로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랜스 감독은 ‘더 이상의 본 시리즈는 없다’라며 시리즈를 완전히 접어 버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 소설 자체가 [본 얼티메이텀]으로 끝나는데다 영화 역시 본이 기억을 되찾았기 때문에 더 할 얘기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사인 더 케네디, 마셜 컴퍼니와 배급사인 유니버셜 픽쳐스는 어떻게든 ‘제이슨 본’의 흥행을 이어가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또 다시 맷 데이먼에게 본 시리즈 출연을 제의하지만 거절 당하죠.
그래서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완전히 다른 본 시리즈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바로 [본 레거시 (Bourn Legacy)]입니다.
사실 [본 레거시]를 놓고 제작사와 감독 & 맷데이먼이 갈등을 겪은 이유는 [본 시리즈]의 정통성 때문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본 시리즈]의 원작 소설은 [본 얼티메이텀]으로 끝났으며 원작자인 로버트 러들럼 역시 2011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제이슨 본을 활용해 계속 [본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사람은 ‘에릭 밴 러스트 베이더’라는 사람인데 그가 쓴 작품이 바로 [본 레거시] 입니다만 원작 소설의 팬들 역시도 그의 [본 시리즈]를 짝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시리즈]가 더 제작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맷 데이먼은 ‘폴이 없는 본 시리즈는 의미가 없다’라며
후속작 출연을 거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어차피 기존의 [본 시리즈] 역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작의 내용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진통 끝에 탄생한 [본 레거시]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본 레거시 (2012)
제작비-125,000,000 달러/매출-276,144,750 달러 (북미 41%)
‘유산 또는 유물’ 등을 뜻하는 레거시 (Legacy)라는 단어를 사용한 [본 레거시]에는 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본 시리즈’의 연장선이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부분과 어느 정도 연결 고리를 갖는데 바로 블랙 브라이어 작전이 공개된 후 CIA 임원들이 청문회 장면입니다.
이 CIA의 일급 기밀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질타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본 미 국방성은 세계 최강의 정예 요원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아웃 컴’ 프로젝트 역시도 탄로날 것을 두려워해 요원들을 없애기 시작하지만, 애런 크로스 (제레미 레너)라는 최강의 요원이 죽은 척 위장하여 살아남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국방성은 아웃 컴 프로젝트를 연구하던 박사들 역시도 죽이기 시작하는데, 유일하게 마르타 쉬어링(레이첼 와이즈) 박사가 애런 크로스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아웃 컴 요원이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다시 말하면 애런 크로스가 먹어야 하는 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필리핀의 공장으로 가게 되는데 미 국방성의 끈질긴 추격이 이어진다는 내용인데, 역시나 전작들처럼 ‘에릭 밴 러스트 베이더’의 원작 소설과는 전혀 무관하게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본 시리즈]의 전작과는 달리 ‘제이슨 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런 크로스라는 인물이 본을 대체하는 것이고, CIA대신 국방성이 등장하며 ‘트레드 스톤’이나 ‘블랙 브라이어’ 같은 작전 대신
‘아웃 컴’이라는 작전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왜 제작사가 이 영화를 굳이 ‘본’시리즈로 엮으려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이슨 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본 시리즈]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또 전작들에 비해 재미없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괜찮았습니다. 이야기 구조도 짜임새 있고, 등장 인물간의 갈등 구조도 괜찮고 액션 역시도 수준급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역시나 ‘본’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기존의 본 시리즈와 관련된 부분을 싹 걷어내고 영화를 본다 해도 전혀 무리 없이 재미있음에도 굳이 ‘본’과 엮는 바람에 대중들에게 ‘짝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죠.
그 결과로 제작비는 시리즈 역대 최고인 1억 2천 5백만 달러가 들었지만 흥행은 [본 얼티메이텀]에 한참 못 미치는 약 2억 7천만 달러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제작사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을 불러들여 10년만에 제대로 된 [본 시리즈]의 후속작인 [제이슨 본]을 제작하는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망작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허점투성이이라 차라리 제작하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제이슨 본 (2016)
제작비-120,000,000 달러/매출- 398,072,830 달러 (북미 40.5%)
1) 니키는 왜 CIA 정보를 공개하려고 했는가?
영화에서는 스노든처럼 CIA 비밀 프로젝트의 유해성을 공개하려고 한다는 내용으로 그려집니다. (실존 인물인 스노든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에서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CIA 프로젝트의 유해성은 이미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공개되어 대중의 질타를 받았으며 [본 레거시]에서 그 내용을 충분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에 나타난 니키는 느닷없이 CIA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레이캬비크에 있는 지사에 잠입합니다.
더 이해 안가는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그리도 쉽게 그곳에 잠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영화상으로는 그녀가 더 이상 CIA 요원이 아닌 것처럼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니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본을 찾아 갔는가?
물론 레이캬비크에서 CIA 기밀을 빼내는 과정에서 데이빗 웹, 즉 제이슨 본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알아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목숨을 걸고 세계를 떠돌며 내기 격투 선수를 하고 있는 본을 찾아간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물론 본에 연민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지나온 시간이 너무나 길 뿐 아니라 진짜 목적인 기밀을 폭로하기 전에 죽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데 굳이 본을 찾아간 것은 알 수 없는 설정입니다.
더구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그를 너무도 쉽게 찾아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떠돌이가 된 본을 찾아낸 그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3) 헤더 리는 왜 듀이를 제거하려고 하는가?
CIA 정보국 요원인 헤더는 듀이에 의해 본 제거 프로젝트에 합류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중간에그를 배신하고 본을 도우며 듀이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헷갈립니다.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그녀가 듀이를 제거하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알아 챈 듀이는 거꾸로 그녀를 제거하려 하는데요, 웃기게도 그래서 ‘헤더 vs 듀이’라는 대립 구조가 트레드 스톤과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알아가는 과정과 맞물려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4) 헤더 리는 왜 본을 굳이 살려서 복귀시키려 하는가?
백 번 양보해서 헤더가 본을 도와 듀이를 제거하려는 이유는 자료 조사 과정 중 발견한 어느 연구학자의 본에 대한 관찰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과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무너진 본을 잘 설득하면 CIA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반면 듀이는 그런 본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려 하기 때문에 듀이를 제거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 CIA 정보국 요원 정도 되는 인물이 오로지 연구 학자의 몇 문장만으로 본이 설득을 통해 데려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 어이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굳이 듀이를 제거하면서까지 본을 설득해서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상에서 그녀의 행동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그래서 영화가 뭔가 띄엄띄엄 전개되는 느낌이 있어 집중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헤더가 스스로 얘기한 것처럼 CIA 부장의 오른 팔로 활용하기 위해 본을 자구 설득하려 한 것이라면 이건 더더욱 어이없는 설정입니다.
이미 CIA라는 곳은 부장의 오른팔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5) CIA라는 조직이 일개 여자 요원이 국장을 제거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곳인가?
무엇보다 CIA라는 조직이 일개 여자 요원이 국장을 제거하려고 할 만큼 허술한 조직이냐는 것에서부터 헛웃음이 나옵니다. 어떤 당위성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지만 그것도 없으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6) 제이슨 본은 총을 맞고도 어떻게 평상시처럼 격투를 할 수 있는가?
사실 기존 [본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성, 즉 Reality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처럼 최첨단 무기를 통한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영화 후반부 본은 분명히 복부에 총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 저격수를 추격합니다. 너무도 멀쩡하게 말이죠.
이미 출혈이 어느 정도 있을 텐데도 추격 과정에서 운전하는 차가 여기저기 부딪히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반파될 정도의 충격을 받았음에도 멀쩡합니다.
더 심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정상적인 모습처럼 저격수와 격투를 벌인다는 점인데, 이것은 현실이 떨어져도 너무나 떨어집니다.
신비한 자가 치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7) 저격수가 장갑차로 본이 탄 차를 받아버리면 본은 그 자리에서 죽을 텐데 더 크고 튼튼한 차를 탄 놈이 왜 도망가는가?
개인적으로 [본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차량 추격신이 오히려 이 영화를 망쳤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질문과 같습니다. 분명히 저격수가 타고 있는 차는 장갑차 수준의 크고 튼튼한 차고 본이 그를 쫓기 위해 운전하는 차는 일반 자동차입니다.
그래서 저격수는 본이 쫓아올 때 그냥 본이 타고 있는 차를 밀어버려 찌그러뜨리면 본은 그냥 죽게 되고 저격수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저격수는 계속 도망만 갑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자동차 추격신은 [다이하드] 시리즈나 [테이큰]과 같은 다른 영화들을 통해 너무도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려서 신선하지도 않았고 색다른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냥 전편들에 비해서 규모 (스케일)만 키운 느낌이랄까요.
8) 본의 능력이 떨어졌나?
영화 중간에 보면 본은 자신이 CCTV를 통해 감시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헤더가 듀이를 배신하고 보내 준 문자 때문에 가까스로 탈출하는 상황인데요, 이것도 기존 [본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조금 황당한 설정입니다.
기존 시리즈에서 본은 특정 상황에서 뛰어난 상황판단 능력으로 누가 어떻게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처를 하면서 상황을 모면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본 아이덴티티]에서 파리의 자신이 살던 집에서 또 다른 요원과 격투하다 그를 처리한 후 누군가가 들이닥칠 것을 예상하고 곧바로 그 곳을 빠져 나온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저격수가 그와 로스라는 기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영화의 시작 부분에 니키를 만날 때는 분명히 CIA가 자신과 니키를 쫓아온다거나 감시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개인적으로는 [제이슨 본]을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나서 굉장히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꼭 그래서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흥행적으로 맷 데이먼의 귀환 덕분인지 [본 레거시]보다는 성공했지만 [본 얼티메이텀]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면 저처럼 실망한 사람들이 꽤나 많은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만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제이슨 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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