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800만명이 넘어버린 비 정규직. 비 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이 된다. 물론 세 전 소득이다. 그렇게 88만원과 119만원 사이의 급여를 받게 될 우리의 20대를 저자는 88만원 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후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읽는 내내 우리 사회의 모순 덩어리들과 우리가 얼마나 그런 무순 덩어리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열변을 토해낼 것이 불 보듯 보였고, 더 나아가서는 강부자와 있는 사람들의 위한 정책으로만 자신들의 울타리를 치고 있는 친일 매국 쥐새끼 정권의 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를 정리하게 된 이유는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불안한 상황에 대해 보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라고 해두고 싶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세대 내 경쟁’과 ‘세대 간 경쟁’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세대 내 경쟁은 같은 세대끼리의 경쟁이고 세대 간 경쟁은 말 그대로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간의 경쟁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목적은 바로 평생 소득의 크기이다.
그렇다면 20대가 88만원 세대로 전락하게 된 이유와 세대간 경쟁, 세대 내 경쟁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IMF이전 대한민국 사회는 연공 서열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취직이 되는 것이었고, 가만히 있으면 승진을 하고 정년 퇴직을 하는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는 세대 간의 경쟁이 발생할 일이 없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 대기업과 중소 기업을 가는 것, 승진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는 것은 같은 세대끼리의 문제이자 경쟁이지 세대 간의 경쟁이 아니었다. 오히려 앞 세대는 뒤 세대를 이끌어주는 그런 원동력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IMF 이후 연공서열주의가 무너지고 비뚤어진 성과주의-난 아직도 대한민국의 성과주의는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즉 원래 의미의 성과주의가 아니라 사람을 잘라내기 위한 성과주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가 자리를 잡으면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즉 다음 세대들을 보며 ‘내가 한 순간에 물러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들과의 경쟁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들과의 경쟁에서는 누가 이길까? 당연히 기성 세대다. 기성 세대는 이미 수년 간의 경험으로 경쟁을 위한 준비가 끝난 노련하게 숙달된 존재들이고 젊은 세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세상에 막 던져진 존재들이니 이 싸움은 붙어보나마나다. 그렇게 점점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코너로 몰리고 나중에는 비 정규직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20대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부분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의 대중화’에 20대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를 마시는 것이 ‘된장녀라서 욕하는 것이 아니라 20대들 스스로의 자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IMF 이후 무한 경쟁체제가 벌어지면서 세대간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20대에게 불리할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유리할 수도 있다. 기성 세대는 ‘직장’이라는 존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반면-커 가는 자식과 부양해야 할 부모님 등의 이유로- 20대는 또 다른 시장에 대한 도전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창업’이란 것이다.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식당을, 꽃에 관심이 있으면 꽃 가게를, 커피에 관심 있으면 카페를 열 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이 가게를 열었을 때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올 것인가의 문제, 즉 소득의 문제인데 그것이 암담한 것이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빕스와 아웃백 스테이크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수익만 늘려주고 점점 더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자신들이 개인 브랜드로써 창업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프랜차이즈들은 돈 많은 정년 퇴직자들이 한 번 도전해 봄직한 것들이다.
여러가지 얘기를 했지만 문제는 역시 돈, 즉 평생 기대 소득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야기시키는 ‘핵심’은 바로 남과의 비교가 너무 당연시 된다는 거이다. 중소기업은 구인난, 20대는 구직난인 것은 절대적으로 남과의 비교가 원인이며, 비교의 대상은 바로 돈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이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며, 김앤장이 대한민국 정부 위에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게 된 이유인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비교’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진다면 어쩌면 88만원 세대에게도 희망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세상은 살기 힘든 것 같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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