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어려웠다.
이 책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어쩌면 내 오랜 습관을 깬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제5회 이효석 문학상, 제5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했다. 방송국에서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같은 제목을 가진 TV 드라마의 원작이라고 했고, 최근에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며 요란한 광고를 했었다.
그래, 이 정도면 뭔가 있겠지.
제목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뻔한 칙릿 소설의 한 부류 정도는 아닐꺼야. 설마 그렇겠어?
그렇게 미뤄오길 3년. 2006년에 출간된 책을 난 2009년 막바지에서 선택할 만큼 유명세에 비해 이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많았고, 결국 이 책은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여성포털 사이트인 마이클럽 회원들이 연재하는 작품보다 나을 것이 거의 없다고 하면 난 욕 먹게 될까. 중간중간 그래도 문학상을 탄 작가의 자존심인양 촌철살인 같은 문구 몇 개를 삽입한 것을 빼고나면 ‘피식’하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반전이나 내용의 구성이 정말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고, 그냥 인터넷에 누군가가 연재한 소설의 수준이라고 얘기하고 싶다면 난 어떻게 될까.
그래서 YES24에서 7,500원을 주고 사 읽은 것이 아까운, 그냥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읽는 정도면 만족할 수준이라고 얘기하면 작가는 나에게 펜을 던질까.
‘마치 30대의 내 얘기인 것 같아서’라고 찬양하는 독자들-대부분 여성들-에게 ‘6살의 연하의 남자와 동거를 하고, 한 남자와 몸을 섞는 동시에 다른 남자와 결혼 준비를 하며, 첫 사랑이지만 애 딸린 이혼남과 연애를 하며, 사회적으로 번듯하게 보이던 결혼상대가 알고 보니 남의 신분을 이용한 사람이어서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 과연 당신이 겪을만한 얘기이며, 그렇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렇게 살고 싶은 건지 묻는 다면 돌을 던질까.
‘그래, 그냥 이런 소설도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기엔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었지만-사실 그리 기대도 크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지만 제목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TV 드라마와 뮤지컬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생긴 ‘달콤한 나의 도시’ 열풍이 너무 셌다.
아무 이유도 없이 불어오는 열풍. 한 여름 뜨거운 나라의 공항에 첫 발걸음을 내 딛었을 때 훅하고 밀려오는 답답하고 뜨거운 한줄기 열기 같은 그런 열풍. 그래 이런 미풍 정도였다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편견과 선입견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의 끊임없는 교류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 작가들은 끊임없이 배신하며 끊임없이 실망시켜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꾸기보단 점점 더 고착화 시켜주는 것 같아 저으기 안타깝다.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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