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찾아온 청차우 섬의 해변. 얼마 만에 보는 해변이던가!
정말 다행이었던 건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어서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이었다는 것이었다. 저 멀리 홍콩 섬인지 다른 섬인지가 보일만큼.
그렇게 해변을 감상하는데 모래사장에서 수학여행인지 소풍을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 중의 일부는 핸드폰을 켜 놓고 영상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아이돌 영상을 보고 단체로 춤을 연습했던 듯.
그리고는 이곳에 있다는 Tung Wan Rock Carving을 찾아 나섰다.
1970년에 발견된 Tung Wan Rock Carving은 무려 3,000년 전 선사시대의 그림이 암각 형태로 남아 있는 바위라고 한다. 해변 한쪽 끝에 있는 호텔 근처에 있다고 해서 호텔로 향했다. 그다지 멀지 않으니까.
그런데, 호텔까지 다 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Tung Wan Rock Carving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쪽인가 저쪽인가 싶어 둘러봐도 못 찾겠다. 그러다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는 한 청년과 늘씬한 아가씨에게 물어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해변을 따라 끝까지 걸어갔지만 그래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현지 주민처럼 보이는 한 아저씨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아느냐고 물었더니 주변에 같이 쉬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본다.
그러더니 이 두 분은 이렇게 가는 거다 저렇게 가는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말싸움으로 번지는 게 아닌가? 아니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길 거면 이 아저씨는 왜 아주머니에게 물어본 거지?
아무튼 그 말다툼의 결과는, 위치는 알아냈으되 가는 길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혔다는 것. 문화재 보호 때문에 막아 놓은 건가.
하는 수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섬 구경을 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다리도 아프고 날도 덥고 해서 시원한 카페에서 카피라도 마시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시원한 카페'와 '커피'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골목을 돌아다니며 봐도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커피를 파는 카페는 야외 거나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곳은 커피를 안 팔았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커피를 파는 카페를 찾기가 힘들다니.
그렇게 다시 페리 터미널 쪽으로 와서는 맥도날드로 향했다. 카페는 아니지만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니까.
1층에서 작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켰는데 의외로 가성비가 너무 떨어졌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손바닥만한 작은 잔이 꽤나 비쌌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커피를 사들고 소풍 또는 수학여행온 중학생들이 버글버글한 2층으로 올라가 한쪽 구석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지친 다리를 쉬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 정말 시끄럽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중학생들은 엄청 시끄럽나 보다.
그렇게 잠시 쉬다고 뱃시간을 보니 고속 페리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일반 페리를 타고는 다시 홍콩 섬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홍콩의 섬 여행을 뒤로하고.
배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 1시간쯤 후에 다시 홍콩 섬으로 돌아왔다. 목적지는 삼수이포.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삼수이포에 다양한 식당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여행에서 삼수이포와 센트럴은 정말 자주 가는 듯.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삼수이포 역에 내려서 바로 찾아간 곳은 유엔퐁 (Yuen Fong) 만두가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맛이나 보러 가자며 향한 곳이다.
사싱 유엔퐁을 가기 전에 살짝 고민을 했다. 양조위 단골이라는 카우키에 속았고, 장국영의 단골집이었다는 침초이키는 평범했으며, 청차우 섬에서 무려 1959년부터 영업을 이어 온 장기 식당은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8 도기스 누들'이라는 너무도 훌륭한 국수도 있었기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유엔퐁 (Yuen Fong) 주소: 104 Fuk Wa Street, Sham Shui Po
가게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의 모든 풍경이 '넌 지금 만두 가게에 와 있어'라고 말을 거는 듯했다.
주방은 넓고, 그 앞은 만두가 포장되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나가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 만두를 계속 사가는 모습을 보며 유명한 곳이긴 한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하건데, 나에게 '맛집'은 없다. 정확히 얘기하면 '맛집'이라는 단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이란 것은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어서 100%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식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먹을만한 식당'과 '맛없는 식당' 두 가지만 존재한다. 그리고 '맛 없는 식당'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식당도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 만둣국의 국물은 정말 맛있다. 홍콩 음식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있긴 하지만 깊고 진해서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싹싹 비웠다.
만두 자체야 거기가 거기라서 특별할 건 없지만 국물은 정말 맛있었다.
배부르게 만둣국 한 그릇을 해치우고는 도로 중앙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여기서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즐기다 배가 꺼지면 또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먹을 예정이었다.
원래는 만케이 카트 누들에서 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더 이상 카트에 국수를 담아 돌아다니지 않고 QR 코드로 주문을 하면 갖다 주는 시스템이라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밥을 먹고 싶었다. 홍콩에 와서 먹은 끼니 모두가 국수다 보니 쌀로 만든 밥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대충 소화가 됐을 무렵 삼수이포 역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그렇게 크고 번화한 시정 거리에서 국숫집이 아닌 밥 집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모두 국수 국수 국수, 면 면 면.
그렇게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다 드디어 밥 집을 발견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밥은 동남아 식으로 양념이 되어 있어서 맛있었고 고기도 맛있었다. 국물까지 있는 세트도 있었는데, 그게 닭발 삶은 국물이라 패스했는데, 국물이 없어도 괜찮았다.
홍콩에서의 만족스러운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마지막 홍콩 여행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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