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야경을 보기 위해 루가드 로드 전망대를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빅토리아 피크 바로 옆에 있으니 빅토리아 파크를 목적지로 삼고 가면 되는데, 피크 트램을 사기 싫어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 빅토리아 피크 (루가드 로드 전망대) 가는 다양한 방법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쉬엄쉬엄 가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걸어간 분들도 있었다. 일단 피크 트램 타는 곳을 찾은 뒤 그곳을 기준점으로 삼아 가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구글 지도에 표시를 해 놓고 지도를 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피크 트램 타는 곳은 2015년에 왔을 때 찾아가 봤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센트럴 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이리저리 가다 보면 피크 트램 타는 곳이 나온다.
이미 해는 졌는데도 무덥다. 쉬엄쉬엄 걸어도 땀이 난다. 게다가 하루 종일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이왕 시작한 거 한 번 가보는 거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니 피크 트램 타는 곳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다운 받아 온 구글 지도를 보며 다시 걸어서 언덕을 올라갔다. 예전엔 피크트램 타는 곳이 인산인해였었는데 이 때는 예전보다 덜했다. 여전히 사람이 많긴 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아무튼 지도를 보여 언덕길을 오르는데 맞게 가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마친 미국 대사관 같은 건물 1층에 제복을 입은 홍콩 사람이 일하고 있길래 지도를 보여주며 방향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 부타 잠시동안은 지도를 보며 순조롭게 걸었다. 물론 습한 날씨 덕에 땀은 많이 났지만 그래도 10월 말이다 보니 천천히 걸으면 걸을만했다.
어? 그런데 드디어 이상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에는 여기서 길을 건너게 되어 있는데, 아무리 봐도 횡단보도는 없었고 좌우로 차들이 쌩쌩 달릴 뿐이었다.
그래서 이리 내려갔다 저 쪽으로 올라갔다가 달밤에 체조 아닌 운동을 하면서 힘을 빼고 있었는데, 마침 구세주처럼 그 한적한 언덕을 걸어 내려오는 젊은 현지인을 만났다.
그래서 뭐 좀 물어봐도 되냐고 영어로 물어봤는데, 다행히 영어를 깨 잘하는 친구였다. 그래서 지도를 보여주며 맞게 가는 거냐고 물었는데, 그 젊은 현지인 친구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에게 되물었다.
'대체 거길 왜 걸어가려는 거야?'
그래서 난 그냥 운동 삼아 한 번 걸어가 보려고 한다고 대답했고, 그 친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기 핸드폰으로 지도를 참색하기 시작했다. 하긴 내가 현지인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그 언덕을 걸어가려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
그리고 지난번 홍콩에 왔을 때 사이쿵을 가면서도 느꼈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이 친구도 자기 핸드폰으로 지도를 탐색해주기까지 하니까.
그렇게 한참 지도를 보던 그 친구는 '저기까지 다시 내려가서 길을 건넌 다음에 다시 쪽 올라와서 저 쪽 길로 가면 돼. 만약 다시 녀라기 싫으면 여기서 그냥 길을 건너도 돼.'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길을 건너기 위해 올라왔던 길을 다시 한참이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자니 루가드 로도 전망대 가기 전에 쓰러질 것 같았고, 무단 횡단을 하자니 차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서 일단 고맙다고 하고는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했다. 확 무단횡단을 해 버려? 아니지, 홍콩으로 여행을 왔는데 무단횡단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럼 저 아래까지 다시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올까? 아.. 그러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다. 바로 포기하는 것! 동남아 (인도차이나 반도) 일주할 때 얻은 교훈이기도 한데, 때로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루가드 로드 전망대를 걸어가는 것 포기!
대신에 홍콩 공원을 가기로 했다. 홍콩 공원에서 보는 야경도 제법 괜찮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어 물어 홍콩 공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공원 어디에서 괜찮은 야경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가로등이나 조명도 없다시피 해서 공원 내부를 둘러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일단 높아 보이는 것을 찾아가다가 대충 보니 아닌 것 같았다. 저 멀리 골목길과 연결된 곳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와 일단 무작정 공원 내부를 걷다 보니 드디어 '전망대'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니, 이런 표지판은 입구에 붙여 놓든지 곳곳에 붙여두면 좋잖아!
그래서 천천히 전망대를 찾아갔는데, 아뿔싸!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뱅글뱅글 도는 좁은 나선형 계단을 엄청 많이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공원에서 야경을 보려면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다는 정보는 왜 안 써 놓은 거냐!
그렇게 어떻게 할까 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여행을 하다 보면 '여기까지 온 김에'라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돈 써가면서 여기까지 온 김에, 힘들게 여기까지 온 김에 조금 더 가보자, 한 번 해보자라는 경험.
그 경험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지, 그냥 힘든 육체노동 (?)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뽑기를 잘하느냐 아니냐와 마찬가지다. 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게 난간을 잡고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계단 숫자를 셌었는지 지금은 잊어버렸다. 아마 200 계단은 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좁은 나선형 계단이라 조금 더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옷이 다 젖도록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 허벅지에 알이 배길 정도였다 ㅠㅠ
그리고 고생 끝에 본 센트럴의 야경은 아래와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굳이 이걸 보려고 이렇게 힘들게 올라와야 하나 싶었다. 동시에 여기서 본 야경이 괜찮다는 정보를 남긴 사람을 총으로 쏴버리고 싶었다 --;
이렇게 허무한 야경을 감상한 후 다시 그 힘든 나선형 계단을 뱅글뱅글 돌며 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려 난간을 꼭 잡은 채.
그리고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저녁은 어제 보았던 진짜 센트럴의 '디스 디스 라이스'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좀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천천히 걷기로 했다. 정말 이 번 여행에서 센트럴을 몇 번이나 와 보는 거여...
그렇게 센트럴 역을 거쳐 힘들게 디스 디스 라이스의 경제반 (백반)을 먹으러 갔는데, 이런... 벌써 마감 중이었다.
그래서 지금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가게 안에서는 안 되고, 포장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시간은 불과 저녁 8시 20분.
아니, 아침에도 늦게 열면서 저녁에 이렇게 일찍 다는 건 뭐람? 이왕 이렇게 된 거 스탠리 거리에 있는 다이파이동을 가보기로 했다. 다이파이동은 우리나라의 포장마차라고 할 수 있는데, 술보다는 음식 위주다.
좁지만 약간 긴 골목에 높은 야외 테이블에서 다양한 음식 냄새와 함께 시끌벅적 식사를 하는 것인데, 이게 웬걸.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음식을 나르는 사람에게 '1명'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듣는 척 마는 척 신경도 안 쓰길래, '저 사람은 대체 뭘 하는 사람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자리가 있나 둘러보는데... 아뿔싸. 다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구나, 여기서 밥을 먹으려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구나. 1명이고 2명이고는 상관이 없구나.
대체 이 날 저녁에만 '아뿔싸'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침사추이 운남 쌀국수에 가서 쌀국수를 먹으면 되니까.
그렇게 침사추이 역에 내려서 찾아간 운남 쌀국수. 국수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맛이 너무 없었다! 면은 퍼져 있었고, 뭘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물은 신맛이 너무 많이 났다.
그렇게 맛없는 음식을 먹고 나니 사라진 '용기 완탕면'이 다시 생각났다. 그 식당을 운영하며, 조용히 완탕을 빚던 주인 할머니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그리고 이날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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