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느 날 문득. 청와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아마도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청와대를 개방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음)
그렇다면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 청와대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LA에서 워싱턴에 있는, 그러니까 비행기를 타고도 네 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백악관을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여태까지 안 갔는지 갸웃 거리게 되네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청와대 한 번 가보자고.
청와대를 가기 위해서는 우선 신청을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한 국가의 대통령이 살고 있는 곳이라 보안과 안전 때문에 동네 시장 가듯이 보고 싶다고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 청와대 관람 신청하는 곳: http://www1.president.go.kr/cwdViewing/guidance.php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꼭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 녹지원의 모습. 왼쪽과 오른쪽의 두 나무가 상징인 곳으로 왼쪽은 약 130여년 오른쪽은 약 170여년 정도 된 나무라고 한다.
각 나무를 뭐라고 불렀었는데 적어 놓지 않으니 금방 잊어 버렸다.
아무튼 이 녹지원은 어린이 날 행사 같은 대외 행사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 청와대 본관 전경. 왼쪽이 세종실, 오른쪽이 충무실이라고 한다. 약 15만장의 기와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100년을 버틸 수 있다는 건 100년이 지나면 부식 된다는 얘기니까 안 좋은 거 아닌지 모르겠네)
노태우 정권 때 새로 건립된 곳이라고 한다.
* 외부 행사 및 초청 행사를 하는 영빈관의 전경.
청와대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이렇게 딱 세 곳에서만 찍을 수 있습니다.
간혹 검색을 하다 보면 본관이나 녹지원 잔디밭 안에도 들어가고 경무대 터 (옛 본관)에서도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데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사진 찍어도 된다'는 얘기가 없는데 사진을 찍으면 제지를 당하고 정해진 위치에서만 찍어야 합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는 한.
아무래도 보안 문제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사진'을 목적으로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만족할만한 구도도 위치 선정도 찾기가 어려우며 사진 찍을만 하면 이동해야 하니까요.
참고로 청와대를 관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입니다.
청와대 관람이 끝나면 청와대 관람객에 한해서 '칠궁' 관람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니까 '칠궁'이란 곳은 우리나라 문화재이면서도 일반 국민들은 볼 수 없는 곳입니다.
청와대를 관람하고 그냥 가는 분들이 많은데 가급적 꼭 칠궁도 보고 가시길 바랍니다.
* 칠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 영조의 생모 육상궁을 수호하는 관원이 거처하며 제사를 준비하던 재실. 제사 때는 왕이 이 곳에 나와 대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 재실의 뒷마당이라고나 할까, 뒷모습.
* 연호궁. 영조의 후궁이며 죽은 후 왕의 칭호를 받은 진종을 낳은 정빈 이씨의 신주를 모신 궁. 진종은 세자로 책봉 되었지만 10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곳은 육상궁도 함께 모셔져 있다.
'칠궁'이란 종묘에 묻히지 못한 왕의 어머니 일곱 분을 모신 곳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왜 종묘에 묻히지 못했을까요?
바로 이 분들은 정식 왕비가 아니라 후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분이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인데요, 육상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육상궁 외 6분, 총 7분의 궁을 모신 곳이 바로 칠궁입니다.
그리고 7분을 모시긴 했지만 건물은 총 5개입니다.
즉, 한 곳에 두 분을 모신 건물이 두 채가 되는 것이지요.
* 영조가 어머니의 제삿날 몸을 깨끗이 하고 정성을 가다듬어 제사를 준비하던 곳.
냉천정 뒤쪽에 우물이 있어 그 우물로 제사 준비를 하였고 그 우물은 냉천정 앞의 연못으로까지 이어져 있다.
* 나머지 5분의 궁을 모신 곳들.
어찌 보면 정식 왕비가 되지 못해 종묘에 묻히지 못한 슬픈 사연을 간직한 여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하다.
칠궁을 보고 나오면 큰 공터가 있고 그 공터 안에 청와대 사랑채가 있습니다.
청와대 사랑채란 본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인데
1996년 2월 효자동 사랑방으로 개관하였고, 기존 효자동 사랑방을 개축하여 2010년 1월
현재의 청와대 사랑채를 개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5월 (얼마 안 되었네요)에 재 개관했다고 하네요.
* 사랑채 앞 공원의 커다란 조형물. 가운데에는 왕을 상징하는 봉황이 있고 그 주위로 국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둘러 있다.
* 중요 무형문화재 63호 윤덕진 님께서 제작하여 기증하신 대고각. 신문고의 정신을 살려 제작하셨다고 하는데
하필면 김영삼 정권 때 기증하셨는지 모르겠다.
* 사랑채 앞 태극기.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며칠 후 브라질에서 최선을 다해 뛸 국가대표 축구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국가를 위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태극기 앞에 떳떳하고 당당해야 한다.
* 사랑채 전경. 사랑채에는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기념물도 볼 수 있고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안내에 얘기하면 설명을 해주는 안내원이 관람을 도와주기도 한다.
사실 청와대 사랑채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건물 외관 (디자인) 때문인데 이 건물이 처음 세워진 것이 2010년도라고 하니 오세훈 시장 때인데요
서울 시청도 그렇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그렇고 주변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물 디자인 때문입니다.
이 곳은 삼청동, 효자동 등과 가까운 곳이며 경복궁 뒤에 있고 청와대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사랑채 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우리 전통을 살린 건물 외관 디자인을 고민했어야 함에도 생뚱맞게 유리와 철로된 건축물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현대적인 것이 다른 말로 하면 서양의 것인데, 그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더구나 사랑채 안을 구경하며 들었던 안내원의 설명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명박근혜 찬양 일색이어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좋은 기분으로 시작했다가 씁쓸하게 마무리 된 청와대 관람이었네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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