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속에 퍼져나가듯이 흐릿한 기억 속을 되짚어 보면 70년대의 어린 시절
어렴풋이 온 가족이 어린이 대공원이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롯데 월드나 서울랜드 그리고 에버랜드처럼 다양한 놀이 공원과 함께
서울 대공원이라는 동물원도 있지만 그 때는 어린이 대공원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 시골에서 올라온 고종사촌 동생을 구경시켜주러 초등학교 때 딱 한 번 더 가보고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
그리고는 30년도 더 지난 지난 6월, 그러니까 벌써 4개월 전이군이요.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후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왔더랬습니다.
30년이란 시간은 그 곳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요?
*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모습. 저 말리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내뿜는다.
* 어느 덧 쌀쌀해진 날씨 탓에 긴 팔 옷을 찾는 요즘, 4개월 전만해도 물줄기가 그토록 간절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사람이란 어찌 이리 이기적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휴일을 맞아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온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
어린이 대공원은 각종 공연을 위한 무대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특히 어린이 날을 비롯한 가정의 달인 5월엔 다양한 공연을 개최하는 모양인데, 제가 갔던 날은 공연이 '휴무'였습니다.
* 텅빈 객석.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있지 않음은 이처럼 가슴을 쓸쓸하게 만든다.
* 무대와 객석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때론 무대에 서서 때론 객석에 앉아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가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나, 주인공인걸까?
* 여름에 느끼는 가을 분위기. 갈색을 그런 색이다.
* 어쩜 이토록 '무거워 보인다'를 잘 표현했는지. 그냥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인다.
* 어린이 대공원에만 있을 법한 물 뿜는 개구리 목탑. 잘 하면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게 동상보다 유명해질지도 모르는데
우리 나라는 이런 것에 대한 관리를 해도 너무 못한다.
*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
* 그 때 만들었던 추억,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신지요?
* 장미터널에서 본 장미는 아름답다.
* 꿈과 환상의 나라. 어른들을 위한 꿈과 환상의 나라는 없는 걸까?
*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온 어린이 단체 관광객들과 보호자들. 날 더운데 고생들 많으셨네 그려.
* 인위적인 건지 자연적인 건지 물길이 생겼다. 물은 길을 만들고, 사람은 그 길 위를 배를 타고 다녔고 그러면서 무역이 시작됐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은 작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된다.
* 아이들은 왜 물만 보면 그렇게 좋아할까? 엄마 뱃 속에 있던 양수를 그리워하거나 혹은 본능적으로 잊지 못해서일까?
그렇다면 나는 왜 어려서부터 물을 싫어했을까?
어린이 대공원에 왔으면 어린이를 찍어야 제 맛! 30년 후에 이 아이들이 지금 내가 어린이 대공원에 대해 갖는 아련함만큼 어린이 대공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넌 왜 그렇게 꽃 사진을 좋아해?"
"꽃 사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꽃을 좋아하는 거지."
"꽃을 선물로 주면 좋아하지는 않잖아?"
"익숙해지면 슬플테니까. 물을 갈아주고 시들지 않나 관심 가져주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질거고,
그런데 어느 날 꽃이 죽으면 슬플테니까. 익숙해진다는 건 슬퍼진다는 거니까."
* 꽃은 누가 시키도 않아도 저마다의 색으로 자기만의 매력을 한 껏 드러낸다. 그래서 난 꽃이 좋다.
* 어린이 대공원을 지배한, 뽀통령의 위엄.
* 동물원 입구. 30년 전에도 어린이 대공원에서 동물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긴 한데...
그 때 봤던 동물들은 아직도 살아 있을까? 아니면 명을 달리 했을까. 이 것이 시간의 힘인가?
* 동물원의 꽃, 사슴.
* 비둘기가 한 줄로 울타리 위에 서 있다.
*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버지의 어깨 위에 앉았던 적이 있었는지.
어릴 때는 몰랐던,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했던 아버지의 어깨 위에.
* 만개하는 순간이 꽃이 새 생명으로 탄생하는 시기라면,
새 생명을 틔우기 위해 잔뜩 웅크린 채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연꽃의 모습이 애처롭다.
* 붓으로 물감을 찍어 놓은 듯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좋아,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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