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전망대를 내려와 고려궁지로 향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애기봉까지는 김포시에 속하고 고려궁지부터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속하는데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다리 (김포대교인듯) 하나만 건너면 행정구역이 바뀝니다.
오래 전 임금께서 피난가실 때는 배를 타고 건넜을까요?
* 강화 고려 궁지 입구. 역사적 사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강화 고려 궁지]는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여 1232년 (고려 고종 19년) 수도를 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후 이곳에 궁궐을 건립하고
39년간 사용하였으나 몽골과 화친하여 환도 (1270년)할 때 몽골의 요구로 성곽 등을 모두 파괴하였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원나라의 침입 때 임금이 피신했다가 그들이 물러가자 개성으로 돌아가면서 없애버렸단 얘기지요.
그 후 조선시대에는 이 곳에 왕이 행차시 머무는 행궁을 건립하였고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 장년전, 만영전 등로
건립하였으나 이 또한 병자호란과 병인양 때 대부분 소실되었다가 1977년 강화 중요 국방 유적 복원정화사업으로
보수 정비되었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고려와 조선의 약 1,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이 있었던 곳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고려궁지로 들어가기 위한 계단. 저 입구를 들어서면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진다.
* 고려 궁지 안에 핀 아름다운 꽃들. 꽃은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다.
* 성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알리는데 사용했다는 높이 198cm, 입지름 138cm의 강화동종. 원래 강화산성 남문 주변인 김상용 순절비 자리에
있던 것을 1997년 강화 중요국방유적 복원사업 때 이 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1999년 10월 종에 균열이 생겨 더 이상 타종하지 못하게 되자
복제본을 설치하고 원래 종은 강화역사관으로 옮겨 보관중이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도 내가 본 것도 가짜란 얘기다. ^^
그런데 가짜를 왜 이렇게 삼엄하게 보관하고 있을까?
* 이방청 들어가는 입구.
이방청은 강화유수부의 행정 실무자들이 업무를 보던 곳입니다.
1654년, 그러니까 조선 시대 세워졌으며 1915년 이후 등기소로 사용되다가 1972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구조는 방이 8칸, 마루가 12칸, 부엌이 1칸으로 모두 21칸 규모로 이루어진 ㄷ자형 단층 기와집입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고려궁지 자체가 조선시대 왕의 행차를 위해 다시 세워진 곳이라서 조선시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름과 비교해 보면 참 아이러니 하죠.
* 이방청의 모습들. 모든 문이 꽁꽁 닫혀 있어서 실제로 방이 몇 칸인지 세어 볼수도 없었고 그 내부가 어떤지 볼 수도 없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유적지라고 개방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고려 궁지에는 그 유명한 외규장각이 있습니다.
정조가 국왕과 왕실 기록물의 중요성을 위해 건립하여 왕립 도서관 역할을 하였으며 왕실과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 등의 서적과 왕실물품을 보관하던 곳인데요 모두 아시다시피 병인양요 (1866년) 때 프랑스 군이 강화도를 습격하여
은괴 19상자와 그들의 눈을 자극한 채색비단 표지에 선명한 그림으로 장식된 어람용 의궤 등을 약탈해 갔었죠.
본 건물은 2003년에 복원되었다고 하네요.
* 위풍당당한 모습의 외규장각
* 외규장각 안에 위치한 다양한 사료들. 당시 왕실의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떤 재료들로 물건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 조선시대 강화 행정책임자인 유수가 사무를 보던 곳인 강화유수부 동헌. TV에서 보면 곤장도 치고 동네의 문제에 대해 판결도 내리던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바로 그런 역할을 하던 곳이다.
* 유수를 중심으로 시립해 있는 요즘말로 치면 공무원들. 직접 보면 꽤 실감난다.
* 400년이나 된 보호수. 실제로 보면 그 늠름하고 울창한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 약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고려궁지내 보행로. 더운 여름이나 동네 주민들이 나들이 겸 나와 있었고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특히 동네 할머니들께서 그늘이 돗자리를 피고 앉아 싸 온 음식을 드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던 모습이 사랑방 역할을 한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정겨운 모습이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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