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백사마을의 부제를 '서울의 마지막 달 동네'라고 한 것은
각종 언론이나 이미 출사를 다녀오신많은 분들이 그렇게 불렀기 때문인데요,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달동네'라는 단어가 주는 통상적인 이미지로 볼 때 살고 계신 분들 한테는
과히 좋지는 않을 것 같고 밖에서 볼 때는 아련한 그 무엇을 떠 올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 공원을 지나면 바로 왼쪽으로는 구멍가게. 및 바랜 건물 색만큼 오랜 시간을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지켜온 듯은 느낌을 준다. 파란색 저 의지는 누구를 위한 배려일까?
* 구멍가게 옆으로 난 좁은 골목 . 좁은 골목만큼 오래 되고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래, 다닥다닥.
* 가게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불암산 둘레길 입구 표지. 둘레길이 원래 목적이 아니라 그 옆의
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도 느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출사지가 됩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이런 곳을 찍을 때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최대한 살고 계신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 백사마을에는 유난히 연탄재가 많이 보인다. 그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반증이겠지.
나 어릴 때 우리 집도 연탄을 땠었는데 그 덕분에 '연탄재'하면 과거의 추억보다는 어두운 새벽녘에
홀로 일어나셔서 매일 같이 연탄을 갈던 어머니의 희생이 먼저 떠오른다.
* 언덕 중턱에서 내려다 본 백사마을의 한 골목의 모습.
사실 백사마을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움직여서 어떻게 마무리하는 촬영 루트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여기저기로 뻗어 있는 골목을 다니다 보면 내가 어디쯤 와 있나라는 궁금증도 들지만
그것이 또 이 곳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백사마을은 사진처럼 '공가', 즉 빈 집이 많다. 노원구와 노원경찰서에서 관리를 하는 듯한데 빈 집마다
사진들처럼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이 동네를 떠난 이유가 무엇이든 떠나신 분 모두 행복하고 즐겁게 사시길 기원한다.
* 빈 집 (공가)의 우편 꽂이에 꽂혀 있는 주인 잃은 우편물.
* 낡은 양철 담장 아래로 예쁜 화분들이 눈을 아름답게 한다.
*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집 밖에 걸어 놓은 빨래들. 가지런히, 예쁘게. 형형색색으로.
* 가을을 알리는 고추잠자리가 얌전히 앉아 '내가 가을의 전령사다'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 골목 한 어귀에 자리잡은 허름한 절, 대명사. 진정한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하고 계시는 듯한 느낌.
절 뒤로 눈에 들어오는 중계중앙교회의 모습이 이채롭다.
* 사진을 찍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짐을 싣고 나르는
오토바이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오타바이가 대기하고 있는 집이 이사를 가는지 살림살이를 던져 넣으면서 나는 소리였는데, 이삿짐 센터가
보통인 세상에서 저렇게 짐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다.
특히 오타바이 아저씨와 주인 아주머니의 대화가 싸우는 듯 하지만 다정함이 묻어나는 게 마치 부부 혹은
남매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대화 내용이 재미있었다.
* 또 다른 언덕에서 내려다 본 백사마을의 모습
* 역시나 눈에 들어온 빈 집, 공가.
자세히 보니 북부노인종합회관에서 '유한재단에서 후원하여 밑반찬을 제공받고 있는 집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 놓은 스티커가 눈에 들어 온다.
스티커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 분께서 거주하시던 곳이 아닌가 싶은데, 아직도
건강하시길.
* 낡아서 혹은 주인이 없어서 이제는 존재 가치가 없어진 우편함.
이제 누구와 어떻게 소식을 주고 받아야 할까.
* 빨간색 가방과 까만색 큰 비닐봉투가 걸려 있는 어느 좁은 골목 모습.
역시 공가가 눈에 보이고 낡아 버린 우편함이 눈에 들어 온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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