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다녀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간단위로 촘촘하게 운영되는 기계적인 결혼식을 통해 식장의 주인공들은 방문객들에게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결혼 생활은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서로 사랑해서 연애를 하고, 그 사랑의 결실로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 한 가정을 이루어 사는 부부들.
부부라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오랜 세월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수 많은 사건들 (Happening) 중 어떤 사건이 그들의 관계에 오묘한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 아니 부부 사이라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일까.
아직 결혼 생활이란 것을 해보지 않은 나로써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임에 틀림없다.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결혼 선배'들에겐 코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
유쾌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 박사'로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 모음집. 이미 그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선택에 대한 후회도 전혀 없었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인터넷 경매를 통해 판매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은 주부, 갑자기 별거하게 된 어느 젊은 남자의 자기 집 꾸미기, 집안에서 부업을 하며 다른 남자에의 환상을 가지게 된 주부, 어느 날 회사가 망해서 주부 생활을 하게 된 실직 가장, 허구한 날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는 남편과 일러스트 레이터라는 직업으로 그 뒷바라지를 하는 주부, 그리고 로하스를 주장하는 아내와 내심 그것에 반기를 드는 유명한 소설가 남편까지 총 6가지의 내용을 소재로 꾸며진 이 단편집은 그 주제가 무엇이든 읽는 내내 일단 유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전매 특허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이 6가지 단편들의 공통점은 모두 '부부'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 살아가는 '과정'속에서 벌어질법한 유쾌한 사건들이 바로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인 듯 하다.
무엇보다 요즘 TV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막장' 소재처럼 얽히고 설킨 그런 내용이 아니라 우리 이웃에, 혹은 내 주변에 있음직한 일들로 이야기를 꾸며가기 때문에 굳기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친근하고 쉽게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오쿠다 히데오. 그의 책이라면 이제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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