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哲學):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 - 네이트 국어사전 참고
'도대체 나는 왜 사는 걸까?'
어쩌면 철학이란 것은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 중에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을 건드리게 되었고,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이론이 필요해지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을 읽는다는 제목이 신선했기때문이다. 가장 먼저 습관처럼 목차를 보았다. 파우스트, 데미안, 고도를 기다리며, 광장, 1984년…. 익히 알고는 있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않는 국내외 굴지의 문학 작품들. 나는 왜 반 평생을 살면서 이런 굴지의 문학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재미가 없으니까. 소위 말하는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또는 괴테로 상징되는 세계의 문학 작품들은 어렵다. 무언가 몰두하고 집중해서 읽어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얻을 수 있기에 피곤하고 그러다 보니 재미까지 없어진다.
문학도 졸린데 철학이라니, 더 졸립지 않을까? 앞서 살펴본 철학의 정의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이 재미 있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게 내가 이 책을 구매하는 순간까지 가진 걱정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런 굴지의 문학 작품들에 철학이 어떻게 접목되어 있는지 보여줄 것 같았다.
목차 이후 잠깐 살펴 본 본문은 그런대로 재미 있을 것도 같았기에,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이 책을 읽고 난 후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파우스트에는 말이야…'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철학의 내용을 얘기하는, 소위 '젠 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거기에 카페에서 카피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폼 날 것 같은 제목까지 덤으로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 졸립긴 졸렸다. 책을 읽는 내내 읽다 자다를 반복했고, 한 권을 다 읽는데 무려 몇 개월이나 걸렸다. 몇 페이지 읽고 나면 2시간은 자야 하는 뭐 그런 습관이 반복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이후에 하이데거나 막스베버, 낭만주의와 실존주의와 같은 내용을 접할 기회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렇듯이)에 문학과 결합된 철학은 어려웠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학보다는 철학이 더 어려웠다. '문학 속의 서울'이란 책을 읽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많다. 우선 철학이라고 해봐야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스피노자 정도 밖에 모르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풍부한 철학적 상식'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이런 철학이 있다라고 하면 재미없을 수 있으니 세계적인 문학작품과의 연계성을 더해 쉽게 그 철학이 주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지오웰의 <1984년>에는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에 대해서, <어린 왕자>에는 인간 관계에 대해 철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어쩌면 이미 내가 세상에 찌들 대로 찌들고 뇌는 자극적인 것에만 단련이 되어 있어서 이런 책을 읽는데 피곤함을 남들보다 더욱 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에 따라 책 제목 그대로 비 오는 어느 휴일 오후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읽어 봄직한 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이 좀 더 많이 출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 더 읽기 쉽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책들 중에 의미 없는 책이 어디 있겠냐만 유명인의 에세이나 유명 작가의 소설 등만 읽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인문 서적에 많이 출판되고 읽혀져야 우리들의 지식이나 상식, 그리고 대화의 내용도 더욱 풍성해질 테니까. 그래서 인문학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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