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미친 가족'이 '집을 팔고' 지도 밖으로 갔다니.
신간 안내에서 책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훑어보고는 주저없이 '바로 구매'를 클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대충의 내용만 봐도 이 책이 너무나, 아니 정확히 말하자만 이 책의 지은이들이 너무나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나 같은 경우는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하니 워낙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질이 이해가 갈만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왜 언제나 '이런저런 이유'가 삶에 방해가 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는 원망아닌 원망을 스스로에게 해보곤 한다.
그런데 이 '미친 가족'은 나의 그런 고정관념을 단박에 날려주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애들 교육 때문에, 부모님 뒷바라지 때문에라는 다양한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고나 할까.
온 가족 -부부와 남자 아이 한 명-이 집 팔고, 차 팔아 미국에서부터 시작해 남미의 끝까지 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소소하게 담은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다른 여행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병률의 '끌림'이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했고, '1만 시간동안의 남미'는 말 그대로 남미, 특히 멕시코로 떠나고픈 충동을 일으킨 유쾌한 여행기라면, '미친 가족'이야기는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말고 짐 싸들고 어서빨리 떠나라는 무언의 유혹을 강렬하게 던지면서도 남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떠나는 이유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누구나 몇천 가지라도 댈 수 있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가에 따라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정답은 모른다. 우리 역시 우리가 택한 이 삶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사실 누가 알겠는가. 아니 누가 삶에 대해 정답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스스로가 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수 밖에'
그런 것 같다. 나도 여행을 많이 해봤고,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결국 '때문에' 떠나는 사람과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 모두 각각의 사연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한 번 사는 세상인데 조금 더 다양한 삶과 조금 더 다양한 문화를 못보고 죽는다는 것도 많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위에 적은 지은이의 마지막 문장에 난 결단코 찬성의 표를 던지는 바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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