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많은 책을 읽어 와서일까. 이제 책을 읽으면 속된 말로 ‘뜨겠다’와 ‘아니다’가 구별이 된다.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은 이래서 베스트 셀러는 못되겠구나’라는 판단이 내려지는데 거의 틀린 적이 없다.
1780, 열하.
사실 이 책을 뭐라고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난감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기존 팩션들하고는 소재에서 분명히 독특한 차이가 있지만 그런 독특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문제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국내 쏟아진 수 많은 팩션의 대부분은 우리 나라 역사와 관련된 것이었거나 외국의 것이다 보니 읽다 보면 비슷비슷해서 참신성이 떨어져 더 이상 팩션에 흥미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780 열하’는 중국 청나라를 배경으로 당시 조선 시대 건륭제의
중국의 일관된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 하에서 옛 청나라의 강성함과 자존심을 되찾고 싶어하는 만주족간의 스릴있는 이야기 전개는 꽤 독특함을 갖고 있다.
특히 구성 방식에서도 청나라 시대의 얘기, 즉 연암
하지만, 이야기 전개 곳곳에 묻어있는 작가의 현학적인 표현은 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사자성어나 고어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주석을 달아서라도 뜻을 알려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부분이 고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흐름이 뚝뚝 끊어져 버린다.
거기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국의 역사적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너무 길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 전개 상 장소에 대한 상세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 이상의 자세한 설명으로 인해 쓸데 없이 페이지 수가 늘어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차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해 글로 아무리 장황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작가의 의도대로 그 장소 전체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을뿐더러 이야기 전개에 큰 지장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안고 간다.
‘팩션’이라는 장르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반전 혹은 뒷이야기, 아니면 몰랐던 사실에 대한 새로운 정보 등이 이야기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많이 아쉽다.
작가가 조금만, 몇 가지만 더 신경 썼다면 훨씬 더 괜찮은 소설이 되었을 뻔 한 아쉬운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독자들에 의해 베스트 셀러가 되느냐 아니냐는 읽는 순간 바로 판단이 된다. 그래서 글을 쓰고, 그 글이 책이 되어 나오는 작업 중 단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떠오른 신예 스타 작가
‘1780, 열하’의 작가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세심하다면 다음 작품은 아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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