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낯설음. 정확하게는 낯섦. 그런 것 같았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지 않다는 것, 그래서 조금 불편하다는 것, 그런 것일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낯선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서 천편일률적인 것도 싫어하지만 생소하고 낯선 것도 좋아하진 않는다.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런 불필요한 시간 소모가 싫은 것이다.
그랬다. 만화적 상상력, 빠른 이야기 전개에 소설적 미사여구까지. 기존에 보아왔던 여성작가들의 글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낯설기까지 했던
천편일률적인 심리묘사, 불륜을 통한 ‘파격’으로 포장된 이야기 전개, 뻔한 말장난으로 점철된 여성 작가들의 소설들이 익숙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했던 상황에서 만난 이 낯섦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그러한 낯섦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해주었던 것일까. ‘악어 때가 나왔다’는 1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누가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은 현실의 반증이라는 말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문학이라는 테두리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일 뿐 우리가 공감하며 사랑하고 싶은 문학 소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악어 떼가 나왔다’는 조금 다르다. 현실에 동떨어져 있지 않은 듯하면서도 현실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소재를 갖고 있어서 참으로 난감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마치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술술 잘도 풀어간다. 그래서 더욱 난감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조금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날 수도 있구나라고 이 책은, 나이 어린 작가는 새삼 알려준다.
그러한 모든 것들을 낯섦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재미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는 만화적 상황 설정을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결합하여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재주는, 어쩌면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서 문학에서, 소설에서 낯섦을 넘어 기존에 익숙함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 여성 문학계를 이끌어갈 재목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작가의 신보가 나왔다고 한다. 역시 ‘자음과 모음 문학상’ 수상작이며 더 심한 낯섦을 제공한다고 한다. 도대체 그녀가 제공하는 낯섦의 재미가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어-하얀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그리움 (0) | 2010.03.14 |
---|---|
1780 열하- 조금 아쉬워서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품 (0) | 2010.02.08 |
달콤한 나의 도시-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가벼움 (0) | 2010.01.21 |
광해군, 신돈, 궁예-우리는 모르는 그들만의 진실 (0) | 2010.01.10 |
88만원 세대-대한민국엔 미래가 정말로 없는 것일까 (0) | 2009.1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