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문학 속의 서울- 같지만 다른 시간을 공유한 추억 이야기

by Robin-Kim 2008. 12. 23.
728x90
반응형

 

 

 

같은 시간,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추억하는데도 그 시간 그 곳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전혀 다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누군 가에게는 성장과 번영을 위한 70·80년대가 누 군가에게는 철저히 살기 위한 투쟁, 거창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정말로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기억되듯이.

 

얼마 전 썼던 글인 조정래 씨의 소설 한강의 시대적 배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이 책의 서울은 과거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노태우 정권까지 이어진 군사 정권 시절에 잘 살아보자라는 명분하에 막무가내로 진행되었던 서울 개발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그늘을 문학이라는 장르를 빌려와 애틋하면서도 우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실 서울이란 곳이 개발될 때부터 어떤 목적성과 계획성을 갖고 개발된 곳이 아니어서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거리가 적어진 농촌에서 먹고 살겠다고 올라온 수 많은 타지 사람들은 당장 먹고 잘 곳이 없어 임시 거처를 만들고, 그런 임시 거처는 또 다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철거되고, 그러면서 못 가진 자들은 또 다시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서울은 점점 비대해져 가지만 정작 주인이 없는 도시, 실제 거주자와 소유자가 전혀 다른 이상한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지켜본 그 시대의 문학가들-소설가 및 시인들-은 그런 상황에 탄식하며 소설가들은 소설로 시인들은 시로써 당시의 우울한 시대상을 노래한다.

 

최수철이라는 작가는 [소리에 대한 명상]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피부가 코끼리나 하마나 악어의 가축처럼 죽은 후에도 형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사람들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와 시체를 발견할 때 그 시체가 바로 그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이처럼 뼈저리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인간의 정이었다. 하지만 서울 하늘 아래 그는 늘 혼자였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서울은 원래 주인이 없이 전국 가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구성이 된 곳이다. 그렇다 보니 수 많은 경쟁 속에서 내가 살아남아야 하고 그런 경쟁 속에서 점점 자신의 이해 타산에 따라 현상을 판단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하여 결국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일정한 거리를 둘 때 비로소 편안해진다. 그럼으로써 결국은 스스로를 외로움 속으로 몰고 가게 되며 결국엔 지독한 외로움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마는 비극을 낳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장정일 씨는 [지하인간]이라는 글에서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찬사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하지만 알고 보면 바꿀래야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위안 그 이상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서울은 완벽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다. 외국 드라마의 열풍 속에 무차별적으로 유입된 아무 의식 없이 외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며, 그에 따라 소위 특권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생활 방식을 따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반면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기적인 투기 광풍이 맞물려 집 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서울 시내에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렸고, 이 모습은 밀어 붙이기 식 개발 시절이나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겉으로는 더 화려해지고 더 역동적이며 다양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속으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곪아 버린 현재의 서울을 문학 작품에서는 어떻게 표현할는지. 그리고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현재의 서울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Leggi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