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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끌림-고통스럽지만 떠날수 밖에 없는 것, 여행

by Robin-Kim 200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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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외 여행을 제일 처음 하게 된 것이 1989년이다. 해외 여행 자유화가 막 시작된 시점에 부모님과 친구분들 동반 여행에, 당시 질풍 노도의 시기였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어른들의 동남아 투어에 따라나게 된 것이 나의 첫 해외 여행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행위에 대한 첫 경험이 그 이후의 같은 행위에 대한 행동이나 감정 상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인데,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섰던 첫 해외 여행은 내 의식이 지배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렇게나 좋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공항에 가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트랩을 지나 비행기 내부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알싸하게 코를 자극하는 특유의 냄새는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설명하기 힘든 감정 상태를 만들어 버린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홍콩, 베트남,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오스트리아, 상해, 세부 (필리핀), LA, 샌프란시스코, 뉴욕까지.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시절부터 DSLR을 보유하고 있는 지금까지 평범한 월급 받는 직장인이 다닌 외국 치고는 꽤 많은 곳을 여러 번 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에 누가 묻는다면, 도대체 거기엔 왜 간 거야?라고 묻는다면, 글쎄 난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어차피 사는 것이 긴 여행인데 그 여행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라고 할까 아니면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죽어야지 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떠난다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겐 설레임이고, 가슴 벅찬 일이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해해줄까.

 

사실 떠난다는 것 자체가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돌아올 곳이 없는 사람은 떠나지 못한다. 돌아왔을 때 내 앞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을 낯선 상황이 두려워, 그래서 정처 없이 계속 떠돌아야 할 것만 같은 무서움에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래, 내가 떠나는 이유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돌아와서 마음 편히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왜 떠나야 하는지-왜 여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굳이 말해가면서까지 떠날 필요는 없다. 그저 끌리는 데로, 발길 닿는 데로 가면 그것이 여행이고 떠남이 아닐까. 그래서 이병률의 끌림이 좋다. 이병률의 끌림은 발길 닿는 곳에서 매 순간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뱉어내는 매력이 있다.

 

굳이 이병률의 끌림이 아니어도 좋다. 떠난 사람이 느낀 생각과 감정의 기복을 떠나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내용의 그 무엇이라면 다른 어떤 것도 괜찮다.

그래도 이상하게 난 끌림에 끌린다.

마치 떠나는 것에 대해 이유가 없듯이.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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