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선택을 강요 받고, 또 선택을 하게 된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백화점에서 옷을 살 때, 자동차를 고를 때, 심지어는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할 때도.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자의든 타의든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데 바로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내가 아무리 태어나고 싶다고 발버둥 친다고 해서 태어나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죽기 싫다고 해도 나에게 온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없는 점에서 우리는 너무도 불쌍하거나 피동적인 삶의 주체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은, 아니 자기가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인생이 어떠했나 돌아보면서 차분히 삶을 정리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난 살아야겠다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칠까.
여기 똑같이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두 사람이 있다.
어차피 오래 못 살 테니 삶을 정리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의사의 말을 뿌리친 채 더욱 열정적으로 일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과, 반면에 조용히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았던 교훈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 사람.
전자는 바로 그 유명한 애플 사(社)의 CEO 스티브 잡스고, 후자가 바로 이 책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 랜디 포시 교수다.
삶을 살아온 방식이 인생의 마지막을 결정 짓는 순간에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몇 년에 한 번씩 유언장을 작성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만약 나에게 누군가 죽음의 판정을 내린다면 감히 스티브 잡스처럼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나간 시간과 삶을 되돌아보며 조용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 혹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추억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이 책의 저자가 시한부 인생을 맞이하며 마지막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라는 사실만 없었다면 그냥 흔한 자기 계발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나에게 준 의미는 내 지나간 시간을 마치 비디오 테잎을 되감듯 앞으로 돌려보고, 죽음에 대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다가올-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살며시 일깨워준 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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