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에 접어들면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과 마주 앉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담장 너머로 마지막 가을을 화려하게 수 놓은
햇 빛과 나무들, 그리고 구름과 하늘. 그런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날, 10월에 어느 일요일 카메라와 함꼐 덕수궁 돌담길을 찾지 않았다면
올 가을은 남겨질 추억 하나 없이 쓸쓸한 가을로 그렇게 기억 너머로 사라질 뻔 했다는 생각을 하니
나는 행운아구나 라는 생각을 한 번 해 봅니다.
* 햇 빛이 없다면, 하늘이 높고 푸르지 않았다면, 저 형형 색색의 나뭇잎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풍요로운
가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어찌보면 추억이란 그림에서 하나의 조각만 빠져도 완성되지 못하는 퍼즐일까.
* 이 넓은 벽, 여기에 무언가 써보라고 한다면 무엇을 써 볼까.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처럼 사랑의 고백을
해볼까. 아니면 '평생 건강' 정도의 희망사항을 써 볼까. 생각만해도 기분이 흐믓해진다.
사실 사람의 추억이라는 것이 어느 한 단서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러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랫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어떤 존재가 있다면 그 추억은 더욱 풍요로워지겠죠.
'야, 그 때 거기 가보니까 그 붕어빵 아저씨 아직도 있던데!
그 때 그 아저씨 붕어빵 사먹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로 시작되는 추억담이
쌀쌀한 날씨에 우리를 훈훈하게 해주듯이 말이에요.
* 돌담길 한 켠에서 어묵과 고구마 튀김을 파는 아저씨와 엿을 팔고 계시던 초로의 노인 한 분.
이 두 분이 내년 이 맘때도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주며 우리의 추억을 풍요롭게 해 주실까.
* 돌담길 끝자락 건너에 자리 잡은 전시장과 교회. 햇빛을 받은 교회는
영화에서 나오는 듯한 몽롱은 느낌을 준다.
* 이문제 아저씨 그렇게 좋아하는 정동극장으로 가는 안내판. 언제부턴가 이런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좋아졌다. 안내판을 따라 정동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 정동 극장 입구. 현대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이채롭고 무엇보다 '길들여지기'라는 찻 집 이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뜻의 다른 말.
그렇다면 무엇에 익숙해진다는 것일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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