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와 70년대의 한국 경제 성장기의 중심에 서 계셨다가 이제 무대의 뒤로 한 발 물러서신 어른들은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한 권 정도가 아니라 아마 한 질은 충분히 나올 거야”
지금과는 180도 다른-MB정권과는 어느 정도 흡사해졌으니 180도 다르다는 말은 이제 쓰지 못할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독재 정치 시대에 오로지 경제 성장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셨으니 누가 뭐래도 하실 말씀이 많으실 거란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분명 그 얘기들 중에 ‘뻥’이 섞여 있다 해도 말이다.
그런데 그 분들의 ‘뻥’을 종합해보면 대부분 한 두 개의’뻥’으로 모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내가 왕년에 무지 잘나갔었다’라는 것과 ‘자수 성가하여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라는 것인데 어느 쪽이든 그 분들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셨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神話. 신들의 이야기.
어느 나라든 화려한 시절을 가졌던 제국의 뒤에는 ‘뻥’이 섞여 있는 신화가 있거나 신화가 아니더라도 시조(始祖)에 관한 얘기가 있다. 박혁거세 라는 신라를 세운 분이 알에서 태어났다던지 하는 그런 것.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신화로는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라는 것이 있다. 최근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 및 ‘한단 고기’ 등의 열풍이 불면서 과연 단군 신화가 신화인가 아니면 사실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으나 사대주의 사학자들과 친일파 집단이자 친미 사대주의의 절정을 보여주는 뉴라이트가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단순 신화라는 결론이 계속 이어져 나갈 공산이 큰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다양한 신화, 특히 건국 신화들을 갖고 있으며, 후대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데 여념이 없는데 대체 왜 그럴까? 신화의 목적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데 있다는데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위대한 신화를 가진 민족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부여하고 하나로 뭉치게끔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화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서 그리스 인들이 아직도 당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 때 전 세계 –그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그 정도가 전 세계로 인식 되었을 것이다-를 지배했던 로마의 신화 역시 그리스 신화의 모방을 통한 변형 정도란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스 신화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으며 그래서 그리스 인들은 높지 않은 경제 수준에 불구하고도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들의 신화에 자랑스러워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헤라’는 그리스의 여신이고 속옷 브랜드인 ‘비너스’ 역시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로마 버전일 뿐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역시 신들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신이며 (물론 창업주 집안이 에르메스 집안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역시 승리의 신 ‘니케’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뿐인가. 사랑의 보증 수표 같은 ‘큐피드의 화살’의 큐피드 역시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의 로마 버전이며 천재적인 여성 음악가를 음악을 담당했던 여신인 ‘뮤즈’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익숙한 그리스 신화가 다른 신화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인간적’이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신화가 절대 신을 중심으로 위엄과 근엄성을 가지는 데 반해 그리스 신화는 다양한 여러 신들의 마치 사람들처럼 사랑을 하고 질투를 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는 데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리스 신화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생산해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 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를 방문하고 신전을 방문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무릎 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에 배철수 씨가 나와서 요즘 젊은이들이 팝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세계의 많은 또래 젊은이들의 생각과 사고 방식을 알기 위해선 그들과의 대화가 필요한데 대화를 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가 바로 ‘팝’이라는 것이다. 공감한다.
일본 사람들과 처음 대화할 때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이승엽’얘기를 하는 것처럼 팝 음악은 대화를 하기 위한 좋은 소재 임이 틀림 없다.
거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더하고 싶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그들과 대화를 해보자. 아마 재미있는 대화 시간이 될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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