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무엇 일까라고 내게 묻는다면 단 주저함 없이 의사라고 할 것이다. 우리가 눈 뜨고는 차마 보지 못할 처절한 광경들을 보아야 한다는 것만으로 힘든 직업일 텐데 의사들은 그런 광경을 ‘볼만한’ 것으로 바꾸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공적(公敵)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판사, 검사와 함께 ‘사(師)’ 직업 중 하나로 최고의 신랑감으로 몇 십 년째 대접을 받고 있는 ‘직업’이다.
사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함께 시작되는 의사라는 길은 단순히 ‘직업’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귀중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어르신들은 학교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나이에 상관 없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린다. 하지만 이런 선망과 존경의 이면에는 의사들의 또 다른 고통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돈 벌이’라는 직업적인 특성이다.
의대생들이 전공을 정할 때 ‘심장의’를 선택하면 전공 교수가 두 가지를 더 묻는다고 한다. 하나는 집 안에 돈이 많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지 않다면 결혼할 배우자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있느냐라는 것인데, 그만큼 심장의는 ‘돈 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먹고 살 일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엔가 TV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데 우리 나라에 의사가 없어서 이제는 의사도 동남아에서 수입해와야 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돈이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는 병원과 의사들로 넘쳐나는데 정작 돈은 되지 않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내과, 정형외과, 외과 등은 의사가 모자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시골 의사는 어린 꼬마에서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나이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환자로 맞이하고 치료하면서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의사로써의 감동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특히 소위 ‘문둥병’이라고 불리는 환자를 부모로 둔 가족의 이야기는 스스로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시골 의사가 책에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겪게 되는 애달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는 사명감, 의료 사고에 대한 스트레스 등에 짓눌려 살아야 되는 의사들이기 때문에 난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명의(名醫)냐 양의(良醫)냐 하는 것은 백지장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싶다. 좋은 의사라면 명성을 날릴 것이고, 명성을 날리는 의사라면 좋은 의사이기 때문일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3자의 입장에서 굳이 좋은 의사에 대해 얘기하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환자와 함께 그의 길을 동행해주는 의사가 진정으로 좋은 의사라고.
** 여기서 이 책의 저자가 주식 투자를 하고 주식 고수로써 이름을 날리며 ‘시골 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라는 또 다른 책의 저자라는 얘기는 하지 말자. 단순히 한 사람의 의사로써 그가 지은 책이 주는 감동에 대해 얘기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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