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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드라마를 쓰다-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by Robin-Kim 2008.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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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독백을 한다.

사랑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면 난 그것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 (영화 중경삼림)

그러자 누가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 날은 간다)

거기에 대해 어떤 작가는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고 묻지 말고 유효 기한 안에 열심히 사랑하라고.

(드라마를 쓰다)

 

학창 시절 문학 청년을 꿈꾸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유독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재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나는 아직도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미련을 가슴 한 켠에 숨겨두고 가끔씩 꺼내어 살펴보고는 다시 닫아 놓는다.

 

특히 질투, 별은 내 가슴에, 파리의 연인 그리고 최근 베에토벤 바이러스까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거나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를 볼 때면 지나간 꿈에 대한 미련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올라온다. 이미 지나간 꿈에 대한 미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랬다고, 못다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가 보다.

그러다 어느 날 만난 드라마를 쓰다라는 작은 책 한 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드라마 작가들은 사랑과 인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비슷할까라는 호기심에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보았다.

 

사실 사랑에도 주연과 조연이 있어 주연의 사랑은 빛이 나고 아름답고 애달프지만 조연의 사랑은 쉽게 잊혀지고 사라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로미오의 첫 사랑은 로잘리안이었고, 로미오는 그를 애타게 사랑했지만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로잘리안이 아닌 줄리엣인 것처럼 말이다.

세상의 수 없이 많은 사랑들 중에 주연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자못 치열한데 드라마 작가들은 이런 치열한 싸움들을 씨줄과 날줄로 얽고 또 얽어서 주연과 조연을 만들어내고 각자의 역할대로 발전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인 듯싶다. 그것이 가슴 속에 묻어 둔 작가 본인의 사랑이든 책에서 읽거나 남들에게서 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든.

 

드라마를 쓴다는 것은 결국 남의 얘기를 내 얘기처럼 사실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가공 공정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울고 웃고 하는 것을 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한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엄마가 뿔났다이순재 씨와 전양자 씨의 황혼의 로맨스를 보며 나도 저 나이에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벌써 한 해의 끝이 서서히 보이는 시점에 다가 섰다.

올 한 해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지 곰곰이 돌이켜보며 또 한 번의 장()을 슬슬 정리해야겠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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