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 기관 중 마비가 제일 빨리 오는 곳-가장 빨리 무뎌 지는 곳-은 어디 일까.
학창시절 생물 선생님에 의하면 바로 코였다.
후각을 담당하는 코는 인간의 감각 기관 중 마비가 제일 빨라 아무리 역한 냄새도 그 냄새에 적응하는 시간이 빨라 금방 무디어 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실 우리가 어떤 음식이 맛있다 혹은 맛없다는 평가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후각에 있다고 한다. 즉, 냄새를 맡지 못하면 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녀 관계에서도 후각은 대단히 중요하다.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에서 "인간 게놈은 1천 개 이상의 후각 관련 유전자를 가지는데 이는 약 300개 정도인 눈의 광수용체 관련 유전자에 비해 3배나 많다”고 한 것을 보면 후각이 연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향수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냄새에 대한, 향기에 대한 끝 없는 욕망.
소설 향수는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향기, 즉 ‘후각 천재’에 대한 부적절한 욕망이 만들어가는 비극을 심도 있게 묘사한 뜻하지 않은 유럽 소설이다.
사실 괴테나 헤르만 헤세 등을 제외하고는 독일 작가가 쓴 소설이나 유럽 소설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프랑스 영화가 주는 선입견이랄까, 지극히 예술적이지만 재미는 없다는 인식이 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유럽 작가’하면 두 손들어 거부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 ‘향수’의 장점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한 ‘재미’였다. 거기에 주인공 그루누이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가 정점을 이루면서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활자가 시각화되어 마치 필름처럼 머리 속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그루누이는 더 처절히 욕망에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노력이 더 필요하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루누이보다 어쩌면 더 불필요한 욕망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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