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영화, 스윙 보트, 킹메이커,라이언 고슬링, 케빈 코스트너, 미국 대통령, 미국 대선 영화, 정치 영화, 미국 정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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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아직까지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뉴스를 이따금씩 접하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도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는 놀란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파면되면서 이른바 ‘장미 대선’이 펼쳐졌습니다.
국정 농단을 뒤로 하고 누가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중요한 행사 (Event)였는데요, 많은 분들이 동참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에 맞춰 정말 우연히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영화를 두 편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연’이라고 한 이유는 첫 번째로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았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에서 그 영화들을 방영해주었기 때문인데요.
바로 [스윙 보트 (Swing Vote)]와 [킹 메이커 (King Maker)]입니다.
[스윙 보트]는 쉽게 ‘누구에게 투표할 지 정해지지 않은 투표권’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우리 말로 표현하면 ‘부동층’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메디를 밑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깔깔’거리는 코메디가 아닌 이야기 전개에 따른 각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코메디이며 그래서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대박이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아주 작은 도시, 텍시코.
아내와는 이혼하고 계란 공장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그는 딱히 그 무엇에도 의욕이 없고 회사에 지각은 일상이며 게으르고 맥주를 좋아하는 버드 (케빈 코스트너)는 정치에는 무관한 채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늘 그렇듯이 버드에게는 아주 똑똑하고 일찍 철이 든 초등학생 딸 몰리 (매들린 캐롤)가 있는데요, 미국 대선 일이 되자 몰리는 아버지를 따라 투표 현장을 견학 갔다 온 내용을 적어 내는 숙제를 받게 됩니다.
물론 숙제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빙을 위해 투표했다는 작은 쿠폰 (?)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고요.
(영화를 보니 미국은 전자 투표 시스템이라 투표 용지를 키오스크 같은 기계에 넣고 터치 스크린으로 투표를 하고 투표 용지의 끝의 절취선을 따라 찢어 쿠폰 (?)을 가질 수 있던데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버드는 공장에서 해고되었고 홧김에 동네 맥주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놀다가 몰리와 약속한 투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숙제를 해야 하는 몰리는 버드를 기다리다 지쳐 투표 감시관이 깜빡 조는 사이 몰래 버드의 이름으로 투표를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투표 용지를 몰래 꺼내 키오스크에 집어 넣고는 아무에게나 투표를 하려는 찰나 청소 아주머니의 실수로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깜짝 놀란 몰리는 절취선을 따라 쿠폰만 뜯어 보관한 후 투표소를 빠져 나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는데, 대통령 후보 두 명이 받은 득표수가 동일하게 되었고 버드 이름으로 몰리가 투표한 표는 무효표 처리가 되었기 때문에 버드의 재투표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엄청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단지 미국에서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사안인데, 그런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버드의 한 표로 결정이 나야 하는 상황인데요,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라도 있었으며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닌 버드에게는 실로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모든 방송을 비롯한 언론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평소에는 어디 있는지도 알지도 못했던 텍시코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고 버드의 집 앞에는 그런 기자들로 갑자기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버드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후보 두 명 역시 오로지 버드의 표를 얻기 위해 텍시코라는 작은 마을로 캠프를 이끌고 날아와 버드만을 위한 선거 운동을 하며 버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끝없이 염탐하기도 하고 혹할만한 제안을 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버드를 위한, 버드만을 위한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두 후보는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과연 이것이 맞는 행동일까라는 고뇌인 것이죠.
본래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속한 당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정책들을 오로지 버드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대체 무엇이길래 버드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버드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두 후보의 모습은 정말 눈물겹도록 재미를 주는 것일까요? 다른 영화들을 보면 언제나 암살 위험을 달고 사는데 말이죠.
아무튼 결론적으로 버드는 누구에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을까요?
영화에서도 결과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든 감독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면에 라이언 레이놀즈와 이름은 몰론 생김새도 비슷하게 생겨 언제나 비교되는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킹 메이커]는 선거 캠프의 얘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것도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가 아닌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캠프 얘기인데요, [스윙 보트]와는 다르게 꽤나 무게감 있게 얘기가 진행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모리스 (조지 클루니)의 캠프에는 캠프 총괄인 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폴의 오른팔이자 언론 담당자인 스티븐 (라이언 고슬링)이 맹활약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 후보 캠프의 총괄인 더피 (폴 지아마티)는 평소 스티븐의 능력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그를 스카우트 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티븐은 갈등을 하다가 폴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게 된다는 얘긴데요 좀 더 자세히 풀어 보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됩니다.
세종대왕 시절 수 많은 신하들이 세종대왕과 함께 많은 과학적 발전을 이루고 한글을 창제한 것도, 관우와 장비 그리고 제갈량이 평생을 유비와 함께 한 것도 서로간의 두터운 신뢰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에서 폴은 바로 신뢰를 매우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티븐은 더피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을 때 폴에게 바로 전화해서는 중요하게 얘기할 일이 있다고 음성 메시지를 남겨 놓고, 더피와의 만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난 후 폴과의 통화에서는 별일 아니라며 스카우트 제의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일단 폴은 스티븐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스티븐은 스스로 폴에게 스카우트 제의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스티븐은 폴에게서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됩니다.
왜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느냐, 처음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음성 메시지까지 남겼다가 별일 아니라고 숨겨 왔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스티븐은 캠프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해고 된 것이죠.
이에 격분한 스티븐은 바로 더피를 찾아가서 함께 일하겠다고 하지만 더피는 거절합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 왔으면 모르겠지만 해고 된 다음에 찾아온 것은 의미없다며 말이죠.
사실은 이게 처음부터 더피의 계략이었는데 ‘적군의 가장 훌륭한 장수는 내가 취하거나 쓸모 없게 만든다’는 생각에 모리스 캠프 전체를 흔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스티븐에게 접근한 것입니다.
선거 자체에만 전략과 전술, 치열한 머리 싸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선거 캠프 간에도 상대 후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치열한 머리 싸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더피입니다.
이후 졸지에 갈 곳 없는 실업자가 된 스티븐은 최후의 방법으로 모리스를 협박하며 폴의 자리를 달라고 하는데요, 스티븐의 협박의 무기로 사용한 것은 불과 며칠 전 자살한 모리스 캠프의 여자 인턴 사원인 몰리의 유언장이었습니다.
캠프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있어 보였던 스티븐을 짝사랑하던 20살 인턴 몰리는 스티븐을 유혹해서 같이 잠자리를 갖는가하면 굉장히 친밀해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티븐은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모리스가 몰리를 임신시킨 것을 알게 됩니다.
늘 화목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왔고 그 어떤 결함도 보이지 않았던 모리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는 순간인데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그토록 중요합니다.
아무튼 몰리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 스티븐은 바로 낙태를 제안했고 함께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낙태 수술이 진행되는 사이에 스티븐은 폴에게서 해고가 되는 바람에 수술이 끝난 몰리를 데리러 병원에 갈 수 없었었습니다.
이후 스티븐의 해고 사실을 알게 된 몰리는 자신의 임신과 낙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티븐이 해고 됐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했는데요, 바로 그 몰리의 유서를 갖고 있다고 스티븐은 모리스를 협박한 것입니다.
즉, 폴을 내보내고 자신을 그 자리에 안게 하지 않으면 몰리의 유언장을 공개해서 대통령 후보로 영원히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죠.
정말로 몰리의 유서가 있는지의 여부는 영화상에서도 나오지 않지만 어쨌든 모리스는 폴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스티븐을 기용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마무리 되고요.
모든 협상에서는 아쉬운 사람이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사람이 하나라도 더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것은 협상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쉬운 사람은 늘 ‘을’의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협상에는 늘 카드가 필요합니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쪽에서는 그 우위를 더 굳히기 위해, 불리한 위치에 있는 쪽에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언제나 ‘히든 카드’가 필요한 것입니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스티븐에게 있어서 그 카드는 몰리의 유언장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서로 간의 신뢰를 잃어버린 모리스와 스티븐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캠프를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서로간의 약점을 바탕으로 한 계약 관계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 영화는 실제 정치판보다 더 머리를 써야 하는 조직 내에서의 정치, 그리고 신뢰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얘기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을 살펴 봤는데요, 여러분은 이번 장미 대선에 어느 후보에게 표를 선물 하셨나요?
만약 후보를 정하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했다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있었던 후보들의 전략과 캠프의 움직임들을 유심히 보시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실 수 있으며 또 적합한 후보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스윙 보트]와 [킹 메이커]처럼 말이죠.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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