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헐리웃 영화들의 소재 고갈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대부분의 영화가 다음의 4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원작의 영화화: 만화 또는 소설 원작을 영화화. 대표적으로 히어로 물이 있다
- 실화의 영화화: 감동적이거나 믿기 어려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 리메이크: 기존 영화들을 리메이크 하여 현대적인 느낌 부여
- 속편: 기존에 있던 영화들의 속편을 제작하여 시리즈 화
물론 히어로 물처럼 간혹 이 4가지가 섞여서 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말 그대로 이 네 가지 범주를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첫 번째의 경우 만화든 소설이든 컨텐츠 장르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로 제작한다면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라는 개념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그것이 만연하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창작 영화를 만나기 힘든 것이 요즘 헐리웃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이덴티티]라든지 [메멘토] 또는 [백 투 더 퓨처] 같은 새로운 영화를 접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그러다 최근에 조금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R. I. P. D]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작년에 한 번 보고는 올해 또 본 작품인데요, 사후의 세계에서 이승에 있는 유령들을 잡으러 출동한 경찰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꽤나 특이하고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자세히 알아 보니 이 영화 역시도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를 잇는 3대 코믹스 중 하나인 ‘다크호스 코믹스’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더군요.
그래서 적잖이 실망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영화들 사이에서 나름 신선한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이긴 했습니다.
보스턴 경찰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닉 (라이언 레이놀즈)는 파트너 바비 (케빈 베이컨)과 수사도중 발견한 금괴를 몰래 나누어 가집니다.
당연히 불법이죠. 그래서 닉은 불안한 마음에 집 앞마당에 그 금괴를 파 묻고는 다른 동료들 몰래 바비에게 그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후 마약을 생산하는 불법 공장에 출동하게 된 두 사람. 그런데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바비는 닉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립니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말이죠.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총을 맞아 사망을 한 닉은 사후 세계에서 그곳을 관리하는 감독관 (메리 루이스 파커)을 만나 전직 경찰이었다는 이유로 R.I.P.D에 배치됩니다.
R.I.P.D란 ‘Rest In Peace Department’의 약자로 그 부서의 역할은 지상, 즉 현실 세계에 있는 유령들을 소탕하는 것입니다.
원래 ‘Rest In Peace’란 ‘편하게 잠들다’라는 뜻으로 비석에 쓰거나 장례식에서 망자 (亡者)의 혼을 달래기 위해 쓰는 말인데 아무래도 사후 세계다 보니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듯한데요 원작자 혹은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이후 닉은 오래 전 서부 개척시대에 카우보이 보안관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로이 (제프 브리지스)와 파트너가 되어 지상으로 파견되어 유령들을 소탕하는데, 영화상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알게 모르게 유령들이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며 그들을 체포해서 다시 사후 세계로 데려오는 것이 닉과 로이의 임무입니다.
그렇다면 유령들이 사후세계를 탈출해 지상에서 숨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를 통하는 관문의 흐름을 바꾸어 사후 세계에 있는 유령들을 현실 세계로 모두 불러 모아 유령들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며 그런 유령들의 대장이 바로 닉의 원래 파트너였던 바비였던 것입니다.
즉, 바비는 유령이면서도 사람의 모습을 한 채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를 통하는 관문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닉과 바비가 나누어 가졌었던 금괴인데 그 금괴들을 조합하여 특정한 모양을 만들면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비는 그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닉을 죽였던 것이고요.
이처럼 이 영화의 대립 구조는 ‘인간 vs 유령’ 또는 ‘인간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닉과 로이 vs 유령의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바비 및 유령들’로 볼 수 있는데요, 당연히 승자는 전자입니다.
바비와 유령일당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거의 달성한 순간 닉과 바비가 그들을 모두 체포하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결말인데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영화 초반에 바비가 닉을 총으로 쏴서 죽이는 장면입니다.
아무런 배경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또는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뒤에 이어질 긴 내용을 위해 초반에 반전 장치를 심어 놓은 것이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임무 수행을 위해 지상에서 활동하는 닉과 로이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각각 중국 노인 (제임스 홍)과 금발의 늘씬한 미녀 (마리사 밀러)로 보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원래의 닉과 로이 그리고 중국 노인과 금발 미녀가 번갈아 등장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깨알 같은 재미를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유령들이 쿠민 (큐민) 가루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거나 닉이 중국 노인의 모습을 한 채 아내 앞에 나타나 자신은 멀리 가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장면, 카우보이 모자에 집착하는 로이와 아웅다웅 사랑 싸움을 하는 사후 세계의 감독관의 모습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 하나가 떠 오르는데요 바로 [맨 인 블랙 (Men in Black/ 이하 M.I.B)]입니다.
현실 세계에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유령들이 살고 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악당 유령들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전개, 무엇보다 노련한 베테랑 형사와 혈기 넘치는 신참 형사가 파트너를 이루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두 영화가 굉장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두 영화는 우리가 흔히 ‘버디 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의 전형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있는데요, 그 공식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 베타랑 경찰 (형사)에게 배치된 혈기 왕성한 신참이 파트너로 배치- 서로 살아온 과정이나 경험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생성된 가치관이 달라 늘 티격태격-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을 해결하면서 나이차를 극복하며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된다
이런 공통점들 때문에 어쩌면 [R.I.P.D]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M.I.B]가 떠 오르는 듯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재미 요소를 갖춘 [R.I.P.D]가 오롯이 창작된 영화가 아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 조금 아쉬운데요,
헐리웃에서는 언제쯤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이 스크린에 등장할까요?
그 때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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