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Killer)의 사전적 의미는 ‘~을 죽이는 사람 (동물)’입니다.
우리말의 살인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은 킬러가 직업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하면 돈을 받고 대신 사람을 죽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보통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 속의 첫 번째 킬러는 일본 만화 [시티 헌터]의 주인공 사이에바 료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립탐정으로 그려지는데 그건 표면적일 뿐이고 원래는 특수부대에서 살인병기 훈련을 받았던 이른바 ‘킬러’였던 것이죠.
이런 킬러는 영화라는 컨텐츠 산업의 단골 소재이기도 해서 수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기도 했었습니다.
실버스타 스텔론 주연의 [불릿 투 더 헤드], 브란젤리나 커플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나 [히트 맨], 어설프지만 우리 영화 [킬러들의 수다]도 있고 여성 킬러 영화인 [콜롬비아나]도 있으며 킬러의 고전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레옹]도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단골 소재인만큼 킬러들의 성격도 영화마다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떤 영화에서는 혼자서 조용히 묵직하게 일을 처리하는가 하면 어떤 영화에서는 착해 빠진 킬러가 등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에서는 신나게 총질과 칼질을 해대는 킬러가 등장하는가 하면, 또 어떤 영화에서는 정해진 목표에 따라 정확하게 행동하기만 하는 융통성 없는 킬러도 있습니다.
이런 킬러 영화들 사이에서 최근에 본 두 편의 영화 [메카닉]과 [럭키]는 조금 색다른 킬러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 두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2011년에 개봉한 [메카닉]의 주인공 아서 비숍 (제이슨 스타뎀, 이하 아서)는 조금은 독특한 킬러입니다.
우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혼자 활동하는 킬러가 –마치 [레옹]처럼- 아닌 어떤 조직에 속해서 활동하는 킬러라는 점이 독특하고, 도시에 살지 않고 강가에서 모터 보트를 타고 한참이나 들어가야 할 만큼 외딴 곳에 살고 있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도시 (시내)에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물론 다른 킬러 영화들처럼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LP와 턴테이블입니다.
반면 [럭키]의 킬러인 형욱 (유해진)은 혼자 일하는 킬러입니다.
암암리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의뢰를 수행하고는 돈을 받으며 도심의 꽤나 큰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진 아파트에 말이죠.
하지만 그는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목표가 된 사람에게, 그러니까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에게 그 내용을 얘기하고는 어떻게 할 것인 것 선택권을 줍니다.
죽을 것인지 아니면 죽은 척 위장을 하고 자신에게 돈을 줄 것인지.
그러니까 의뢰인과 목표가 된 사람 양쪽에게서 돈을 받는 어찌 보면 ‘양아치’ 같은 킬러인 것이죠. 그래서인지 엄청 비싼 시계와 엄청 비싼 양복으로 치장하고 엄청 비싼 자동차를 몰고 다닐 만큼 돈이 굉장히 많습니다.
[메카닉]의 아서는 조직의 해리 (도날드 서덜랜드)와 나이 차이를 떠나 친하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의 리더 격인 딘 샌더슨 (토니 골드윈)의 지시로 해리를 암살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해리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원래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서로 알고 지냈던 해리의 아들인 스티브 (벤 포스터)를 돌보다가 스티브의 요청으로 그를 파트너로 삼기로 하고 그에게 사격 및 폭파 등 여러 살인 기술을 가르치고 함께 활동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서는 해리를 죽이라는 딘의 지시가 딘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되고 스티브와 함께 복수를 계획하고, 스티브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아서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는 아서에게 복수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아서와 스티브가 함께 실행한 딘에 대한 복수는 성공했지만 스티브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서에게 실행한 복수는 실패합니다. 실패할 뿐 아니라 딘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반면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럭키]의 형욱은 한 건의 의뢰를 마무리하고 들른 사우나에서 비누를 밟아 미끄러지면서 뇌진탕을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그리고 그 때 형욱의 옷장 열쇠와 자신의 옷장 열쇠를 몰래 바꿔치기 한 가난한 배우 지망생 재성 (이준)이 형욱의 차를 몰고 다니며 형욱의 집에서 생활합니다.
반대로 기억상실증에 형욱은 재성의 지저분하고 꼬질꼬질한 재성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을 병원으로 후송해준 119 요원 리나 (조윤희)의 엄마가 운영하는 김밥 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뀌게 된 것이죠.
이후 형욱은 재성의 이름으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 보조 출연자로 출연하다가 액션 연기를 하면서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김밥 집에서 화려한 칼 솜씨를 뽐내며 김밥 집을 순식간에 ‘맛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형욱의 칼 솜씨를 보기 위해 찾아든 것이죠.
반면 형욱의 집에서 생활하던 재성은 우연히 형욱의 다음 목표 대상이었던 은주 (임지연)를 알게 되고 친하게 지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형욱의 정체, 즉 은주를 죽여야 하는 킬러임을 알게 되고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그러 던 어느 날, 형욱은 기억이 돌아와 은주를 죽여야 한다는 자신의 임무를 기억하고는 원래의 집으로 찾아가서 재성과 은주를 만나 모든 얘기를 털어놓고 은주를 살릴 수 있는 계획을 짭니다.
거짓 연기로 의뢰인을 속이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의 계획은 성공으로 끝나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사실 킬러란 내 손에 직접 피 혹은 더러운 것을 묻히기 싫을 때 고용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언제나 피 고용인 입장에 있으면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생활하는 존재인 것이죠. ‘저 사람이 킬러야’라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킬러라는 직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킬러는 음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만화든 영화든 소설이든 대부분의 컨텐츠에서 킬러는 늘 음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럭키]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같은 영화처럼 킬러들의 모습이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모습의 킬러를 극장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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