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역마살이 좀 있다고 해서인지, 여행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물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나의 여행은 큰 트렁크에 멋있는 옷을 싸 갖고 가서 현지에서 패션쇼 하듯이 옷을 갈아 입으며 다닌다거나 밤이 되면 이성을 유혹하러 유흥가를 돌아다닌다거나, 고상하게 비싼 음식을 오물조물 씹어대는 여행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볼 수 없는 곳을 보고, 맛 볼 수 없는 것을 먹기 위해 걷고 이동하며 움직이는 여행인데, 잠은 한국에서도 잘 수 있고, 술은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으며, 쉬는 것도 한국에서 할 수 있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여행지에서의 그 순간, 한국에서 경험해 볼 수 없는 그 시간의 연속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내가 하는 여행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오랜만에, 그러니까 6년만에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
사실 못 나갈 이유를 대자면 수 많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그 무슨 이유가 있더라도 억지로라도 나가고 싶었다. 무려 6년만이니까. 6년 동안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무리해서라도 나가고 싶었던 곳은 홍콩이었다. 그것도 무려 26년만에.
26년전 들렀던 홍콩에 대한 기억은 유람선을 타고, 점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워터파크 같은 곳을 가기 위해 긴 에스컬레이터를 탔던 기억들.
철 없던 시절의 여행은 그렇게 아스라한 조각들로만 기억에 남아 있어, 이번에 제대로 홍콩을 눈과 머리와 가슴에 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홍콩을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면서 당시의 청춘들에게 폭발적으로 인기 있었던 홍콩 영화의 촬영지들을 둘러보고 싶었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담배를 피던 왕후상 광장, [천장지구]의 가스등 계단과 성당, [중경삼림]의 청킹맨션은 이번 여행의 핵심 목표 중의 목표였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세 영화를 꼼꼼하게 다시 봤고, 그 촬영지를 어렵게 찾아가서 그 곳이 눈에 들어왔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내가 그 영화를 실제 체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거기에 또 하나. 유명한 식당이 아닌 현지 식당, 소위 말하는 로컬 식당에서 진짜 현지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이었다.
홍콩 영화 촬영지를 눈에 담고, 현지 음식을 맛 보며 관광지로써의 홍콩이 아닌 ‘나만의 홍콩’을 가슴에 담아오고 싶었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되었다.
1일차 - 구룡반도
홍콩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쯤. 입국 수속을 하고 옥토퍼스 카드를 사고, 피크트램 티겟을 산 후 버스를 타고 침사추이에 도착하니 어느 덧 3시가 가까이 되었다.
초행길이라 이리저리 헤맨 끝이 숙소에 도착해 짐을 던져 놓다시피 하고 다시 나와 본격적인 홍콩 여행을 시작했다.
이 숙소에서는 싱글 룸에 묵었는데 방은 작고 화장실은 더 작다. 그래도 거의 잠만 잔다면 괜찮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주인이 친절한테 (홍콩 사람) 영어로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다.
1박에 우리 돈으로 약 5만원인데 금액 대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배가 고파서 무얼 먹어야 했다.
제주 항공은 저가 항공이라 밥을 주지 않고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비싸서 인천공항에서 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운 채 버텼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숙소 주변의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참고로 홍콩의 식당은 주문을 하면 계산서를 그 자리에서 주는데, 음식을 다 먹고 나 갈때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된다.
위 사진은 새우 완탕과 오징어 볼 (어묵)이 들어간 국수인데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 날이 더운데도 뜨뜻한 국수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이 음식은 여행 기간 동안 2-3차례 아침을 해결해 준 음식이었다. 물론 중국어 메뉴판은 읽을 수가 없어서사진보고 시켰으며^^
가격은 HK$ 36.
홍콩은 버스가 2층 버스 아니면 미니 버스다. 그래서 이층 버스의 2층 제일 앞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우리나라에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거니까. 그리고 이층이라는 크기만큼 버스 광고도 크고 주목율이 높다.
네이던 로드 또는 나탄 로드를 따라 지하철 역이 계속 존재하는 가운데 길이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이 길만 찾으면 된다. 이병헌 씨를 모델로 한 큼지막한 버스 광고가 눈에 들어오길래 사진을 찍어 봤다.
구룡 모스크는 1986년 영국군의 이슬람교 병사들을 위해 지어졌다고 하는데, 모스크 뒤가 바로 구룡공원과 연결되어 있어서 많은 이슬람교 여인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이슬람교 국가인 줄 알았다.
위치는 침사추이역 B1출구 길 건너편
위 사진의 사진 오른쪽을 보면 빨간 기둥 같은 것이 보이는데 버스 노선 안내판이다. 해당 정류장에 오는 모든 버스의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보다 보면 뭔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냥 넘어가자. 여행하는데 아무 지장 없다.
구룡 모스크를 보고 성 앤드류스 교회 (St. Andrew's Church)로 가다가 오른쪽 골목인 그랜빌 로드를 잠시 구경했다.
홍콩 요술램프에는 '다양한 감성의 보세 매장들이 밀집해 있고 아기자기하고 캐릭터가 확실한 숖들이 포인트가 되어, 홍대 뒷골목의 분위기도 살짝 느낄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좀 심하게 과장했다.
뒷골목은 뒷골목이되 (어쨋든 주요 도로는 아니니까) 다양한 감성의 보세 매장이 그렇게 많지 않고 아기자기하고 캐릭터가 확실한 숖들도 많지 않아 홍대 뒷골목의 느낌이 아닌 그냥 동네에서 좀 큰 뒷골목 정도의 느낌이다.
그랜빌 로드 구경을 마무리 하고 성 앤드류스 교회 (St. Andrew's Church)를 보러 갔다.이 교회는 구룡 모스크를 등지고 왼 쪽 대각선 길 건너에 있어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이 교회는 영국 통치시대에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꽤나 오래된 건물이다.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 일본 통치 시대에 신사로 개조되었다가 약 50년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일본 나쁜 놈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목이 너무 말랐다. 비록 9월말, 10월 초였지만 역시 동남아시아는 동남아시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덥다.
보통은 목이 마를 때 물을 사 마시는데 마침 눈에 '허유산' 매장이 들어 왔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질 않지만 여기 망고쥬스가 그렇게 맛있다는 얘기가 기억이 나서 한 번 사먹어 봤다.
개인적으로 단 건 싫어하고 달달한 건 좋아하는데 딱 내 입맛에 맞게 달달하다. 달달달달달달달-대체 왜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왜 기억을 못하는 걸까? --;
침사추이 허유산은 소문이 나서인지 많지 않은 테이블을 한국 아가씨들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고 쥬스는 한 잔에 HK$ 7.5 정도로 기억하며 옥토퍼스 카드로 결재 된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 [중경삼림]의 촬영지 청킹 맨션을 방문했다!
영화에서 내내 선글라스만 끼고 나와 진짜 임청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임청하가 인도인들을 모아서 돈도 주고 옷도 맞춰주고쫓기듯이 도망가다 금성무와 살짝 부딪치기도 한 곳.
침사추이 거리를 걷다 보면 왜 [중겸삼림]에 인도인들이 나오는 지 알 수 있다.
인도인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런 인도인들이 가게를 하기도 하고 숙소로 머무는 곳이 바로 청킹맨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도인들이 홍콩, 그것도 침사추이에 그렇게나 많이 몰려 사는지 알 길은 없었다.
청킹맨션은 오래되었다고 해서 낡았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외관은 말끔했고 입구도 네온사인으로 화려했다. 알고 보니 외관은 얼마 전에 페인트 칠을 했고, 상가로도 쓰기 때문에 전광판 형태의 옥외 광고를 설치한 것이었다.
위 사진을 찍었을 때가 토요일 오전 9시가 좀 넘은 시각이어서였는지 많은 가게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여기서 묵고 있었던 한국 아가씨는 사진을 찍고 싶어도 무서워서 못찍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인도인들이 계속 무섭게 쳐다 봐서 사진을 찍으면 꼭 어떻게 할 것 같아서였다는데 실제로 그랬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섭게 쳐다본다기 보다는 무언가 영혼이 없는 눈동자로 쳐다본다고 할까, 아무튼 좀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고 이 사진 한 장 건졌다.
그리고 이 곳에서 임청하는 [중경삼림]의 초반부를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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