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영화도 좋고, 분위기 있는 영화도 좋으며, 예술 영화도 좋지만 이따금씩은 골치 아픈 영화 말고
가벼운 영화들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보기’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취미 활동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시간 때우기이거나 연례 혹은 월례 행사 정도로
이따금씩 즐기는 놀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후자를 위한, 그러니까 기분 전환이나 긴 연휴 동안 가볍게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할까 하는데요,
하나는 두 말할 필요 없는 배우인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파커]이고 또 하나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 [퍼펙트 겟어웨이]입니다.
[파커]는 전미 미스터리 작가 협회로부터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받고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을 3번이나 수상,
작품의 15편 이상이 영화화 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플래시 파이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
그만큼 기본 스토리는 탄탄하다는 얘기인데요, 그럼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자신이 내 건 약속은 잊지 말 것, 둘째 동료에 대한 의리는 지킬 것, 셋째 배신은 복수로 갚아줄 것.
이 세 가지를 절대 원칙으로 삼는 솜씨 좋은 한탕벌이 전문가 파커 (제이슨 스타뎀)은 어느 날 약혼녀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갔다가
예비 장인으로부터 한 무리의 일당을 소개 받습니다.
그리고는 그들과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놀이공원의 현금을 강탈하는데요, 모든 계획대로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파커는
정해진 장소에 불을 지르지 않은 조직원에게 주먹으로 훈수를 둡니다.
어쨌든 한탕털이에 성공한 그들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각자 몫을 나누고,
함께 했던 일당의 무리는 파커에게 또 다른 범죄를 함께할 것을 제안하지만 파커는 거절합니다.
어차피 원래 알던 사람들도 아닌지라 그냥 지금 성공한 몫을 나누고 깨끗이 갈라서길 원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두려워한 일당은 그를 죽이기 위해 총격을 가하고는 도로 위에 그냥 방치한 채 가던 길을 갑니다.
하지만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초로의 부부에게 발견된 파커는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덕분에 살아나게 되는데,
이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일당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예전에 알던 사람을 찾아가 우루과이 석유재벌 2세로 신분 세탁을 하고 주기적으로 차를 훔쳐 바꿔 타며
그들의 동선을 쫓아 가며 도착한 곳은 마이애미로 보이는 어느 부자 동네.
그리고 그 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레슬리 (제니퍼 로페즈)를 만나게 되는데요,
레슬리는 부동산 중개 실적이 없이 빚에 허덕이며 엄마 집에 얹혀 사는 노처녀 입니다.
한 건이라도 건지고나 같은 회사에서 중개업자로 잘나가는 동료의 고객 연락처를 훔쳐 만난 사람이 바로 파커인데요,
그녀는 파커의 요청으로 동네의 비싸 보이는 집을 함께 돌아다니며 집을 소개해 주지만 파커의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집을 사려고 구경하는 척 하면서 자기를 죽이려 했던 일당들이 묵고 있는 집을 찾아 내는 것이었는데요
마침 레슬리가 지나가듯이 얘기한 집이 바로 그 일당이 묵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일당의 집을 발견한 파커는 그 집에 잠입하여 그 동네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어느 부인이 소장한 고가의 보석을 털려는 그들의 계획을 알아 냅니다.
이후 그의 계획은 그들이 보석을 훔치게 한 후 다시 그 보석을 탈취하는 것인데요,
그 과정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다시 한 번 죽음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바로 일당의 무리 중 초반에 놀이공원 탈취에 성공한 후 파커가 주먹으로 훈계를 한 사람의 삼촌이 시카고의 마피아 조직 보스인데,
그 사람이 삼촌에게 파커를 죽여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지요.
어쨌든 호텔에서의 난투극 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파커는 레슬리의 집으로 숨어 들어가 치료를 받은 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보석들을 팔아 번 어마어마한 돈 중 일부를 레슬리에게 또 일부를 자신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 준 시골의 부부에게 선물하고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은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각인 시켜준 것이었는데요,
총에 맞고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린 파커가 어떻게 회복됐는지는 생략한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가 살아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처음 얘기한 것처럼 가볍게 즐기기 위한 영화로 소개하려는 것이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갈까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화의 줄거리는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자칫 권선징악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도 아쉽긴 합니다.
어찌됐든 파커 역시 범죄자이며 또 다른 범죄자를 향한 복수에 성공했다고 그것이 권선 징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냥 넘어갈까 합니다.
[퍼펙트 겟어웨이]는 2009년에 개봉한 스릴러 영화로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밀라 요보비치의 출연과
아름다운 하와이의 풍경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떠난 클리프 (스티브 잔)와 시드니 (밀라 요보비치) 부부.
그들은 트래킹 (하이킹)과 차를 빌려 이동하며 하와이의 멋진 풍경을 즐기는데요,
그들이 하와이를 여행하는 도중 하와이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아직 그들이 하와이에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차를 히치하이킹 하려던 이상한 부부를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는데요,
마침 역시나 신혼 여행 중인 닉 (티모시 올리펀트)과 지나 (키일리 산체즈)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특히나 닉은 미국 특수부대 출신으로 겁이 없고 용감한 성격이 유약해 보이는 클리프와는 상반된 이미지인데요,
이 두 커플은 이후 함께 이동하며 여행을 즐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상한 분위기가 반복적으로 연출되며 연쇄 살인범이 그들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공포감이 조성됩니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도 잠시. 멋진 해변에 도착한 두 커플은 서로 대화를 나기도 하고 수영도 하며 즐겁게 여행을 즐깁니다.
그러다 클리프는 닉에게 1인용 튜브 보트를 타고 먼 곳까지 나갔다가 오자는 제안을 하고 역전의 용사 닉은 그 제안에 흔쾌히 동의,
두 사람은 바다를 즐기러 나가는데요, 바로 이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 납니다.
영화 내내 있는 듯 없는 듯 긴장감과 공포감을 조성했던 하와이 연쇄 살인 커플이 바로 클리프와 시드니였던 것이죠.
망망대해에 오로지 둘만 남게 되자 클리프는 닉에게 총을 발사해 죽이고 다시 지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그녀를 쫓아 가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지나는 전속력으로 도망을 가며 구조대에 신고를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구조대와 만나게 된 지나.
하지만 뒤쫓아온 클리프가 두 사람은 연인관계라며 거짓말로 분위기를 모면하는 척하다가 구조대를 죽이고
또 다시 지나를 죽이기 위한 추격은 계속되는데요.
그 때 총에 맞고 죽은 줄만 알았던 닉이 살아나 지나를 구하기 위해 쫓아 옵니다.
다행히도 뒤통수를 스치듯이 비껴 맞아 큰 상처가 아니었던 상황이었는데요, 문제는 또 다시 발생합니다.
헬리곱터를 타고 등장한 또 다른 구조대의 옆에는 시드니가 타 있었고, 구조대가 보기에는 닉이 클리프를 죽이기 위해 쫓는 것으로 보여
자칫 닉이 사살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시드니가 진짜 범인이 클리프라는 진실을 얘기하고
클리프는 구조대의 총에 맞으면서 닉과 지나는 위험에서 빠져 나오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생각해 볼 부분은 두 가지 정도 일 듯 합니다.
가장 먼저 시드니는 왜 영화의 결정적인 부분에서 변심을 하였는가 입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곳에 시드니의 클리프에 대한 불만이 등장합니다.
그녀가 느꼈던 가장 큰 불만은 일반적인 다른 부부처럼 다정하게 대화하며 알콩달콩 사는 것이지만
사이코 패스 성향이 짙은 클리프는 그녀의 마음을 외면합니다.
그래서 자신도 지쳤는지 마지막에 그가 살인범임을 고백하여 구조대의 총에 맞게 하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정도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마지막 그녀의 변심은 왠지 석연치 않습니다.
또 다른 것은 이 영화의 반전 포인트가 정말 상상도 못할 충격적인 반전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하와이 연쇄 살인범 얘기가 끊임없이 회자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닉과 지나 커플이 그 범인인것처럼 느껴지도록 배치한 여러 장면들도 있었지만
결국 범인은 클리프와 시드니였다’라는 점이 요약해 볼 수 있는 반전 포인트인데요,
사실 영화가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대략 누가 범인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클리프와 시드니는 범인이 아니야’라는 분위기가 너무도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역으로 그들이 범인일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양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만한 반전 스릴러 영화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 역시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가볍게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굉장히 작은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휴.
이처럼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며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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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aeseong1203&logNo=22040825875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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