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컨텐츠는 무궁무진한 소재로 언제나 신선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으로 꼽히는 산업입니다.
물론 [로맨틱 코메디], [공포], [스릴러], [액션]과 같이 큰 장르 (카테고리)로 나누기도 하지만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각 장르간의 이합집산으로 보다 세분화 된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더 안으로 들어가면 같은 장르라 해도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내용을 가진,
정말 다른 감동과 파괴력을 가진 영화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본 두 영화 [비긴 어게인]과 [어거스트 러쉬]는 같은 멜로를 다루더라도 ‘음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음악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더 감동적인 컨텐츠로 다가오는지 확연하게 구분된 두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먼저 [비긴 어게인]을 살펴 보겠습니다.
영국인 그레타 (키이나 라이틀리)와 데이브 (애덤 리바인)는 노래를 만들어 선물하는 등 음악적 영감으로 충만한 커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브의 노래를 알게 된 뉴욕의 대형 기획사가 데이브와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누군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LA의 유명 스튜디어에 녹음 차 출장을 갔던 데이브가 기획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된 그레타는
그 길로 집을 나와 오랜만에 만난 음악적 친구 스티브 (제임스 코덴)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한편, 왕년에 잘나가던 음악 프로듀서 댄 (마크 버팔로)는 최근 몇 년 동안 발굴해 온 신인 가수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자기가 세운 기획사의 동업자로부터 퇴직 요청을 받게 됩니다.
단순히 신인 가수 몇 명 실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독선과 아집이 문제였지요.
홧김에 이곳 저곳에서 술을 마시던 그는 우연히 들른 펍에서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녀와 계약을 하려 하지만
그의 동업자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는 계약하는 것을 난감해 합니다.
워낙 단조로운 음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댄은 끝까지 동업자를 설득하고 동업자는 마지 못해 제대로 된 데모 음반을 갖고 오면 다시 들어 보겠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이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댄은 자신의 지인들과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주 팀을 구성하고 그레타와 본격적으로 거리 곳곳에서 데모 노래를 녹음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실 거리라는 곳은 오만 소음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온전히 노래만 녹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노래가 제대로 녹음될 수가 없지요.
차 소리, 사람들의 걸음 소리와 대화 소리, 때로는 새가 날아가거나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도 녹음될 것이며
때로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도 녹음될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또 잘 녹음된 것으로 승화됩니다.
어떻게 녹음되었는지 영화를 보는 사람은 알 방법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이 영화는 꽤나 일방적이거나 어거지거나 둘 중의 하나로 느껴질 뿐입니다.
또 하나. 댄과 그레타가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선을 넘을까 말까 한 부분이 나오는데,
심하게 말다툼을 한 두 사람이 갑자기 화면전환 되면서 서로의 깊은 얘기를 하다가 같이 음악이나 듣자며 이어폰을 나눠 끼고는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걷고, 또 그러다가 갑자기 클럽에 들어가서 춤추기도 하는데 상당부분 억지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쨌든 성공적인 데모 음반을 만들고 그 음반을 들어 본 댄의 동업자는 그레타와 계약을 하려 하지만 그레타는 그 계약을 거부합니다.
판매 방식, 정확히는 판매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데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듣고 행복해지길 바랬던 그레타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를 원하면서 댄과 함께 몰래 음원 사이트에 전곡을 1달러 판매합니다.
물론 그 사실을 알게 된 댄의 동업자는 댄에게 다시 한 번 해고를 통보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온 데이브와 친구 이상의 사이로 돌아가지 않기를 선언하고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댄이 이혼했던 전처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는 등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진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 되는데요,
영화의 마무리가 너무 급조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썩 유쾌하거나 행복하다는 느낌보다는 다소 당황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제 [어거스트 러쉬]를 살펴 보겠습니다.
어느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루이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라일라 (케리 러셀)은
뉴욕에서 각자의 공연이 끝난 후 운명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죠.
그리고 그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라일라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쓴 채 임신을 유지하다가
어느 날 사고를 당하자 라일라의 아버지는 그녀 몰래 아이를 입양시키고는 두 사람 다 살릴 수가 없어서 라일라를 택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는 라일라는 아버지의 거짓말을 믿은 채 또 다른 사랑은 하지 않으며 살아 갑니다.
한 편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루이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로 살아가지만, 그리고 예쁜 여자와 연애도 하지만
단 한 번도 라일라를 잊은 적 없이 살아 갑니다.
의도치 않게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들인 에반 테일러 (프레디 하이모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채 고아원에서 성장합니다.
그가 가진 특별한 능력이란 모든 사물이 내는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는 것인데요,
바람 소리, 새가 날아가는 소리, 바람에 전깃줄이 움직이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모님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아원에 늘 있는 힘 좀 쓰는 형들의 괴롭힘 (왕따)과 부모님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몰래 트럭의 뒤 칸을 타고는 뉴욕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뉴욕으로 탈출에 성공한 에반은 우연히 거리의 아이들의 대부격인 위저드 (로빈 윌리엄스)를 만나 그들만의 숙소에 머물게 되는데,
그 때 마침 위저드는 에반의 천재적인 음악실력을 발견하고는 돈벌이에 이용하려 하며 인기를 얻으려면 이름이 멋있어야 한다며
마침 지나가던 트럭에 써 있던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란 가명을 지어줍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어느 건물을 불법 점거하면서 숙소처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에반은 어느 교회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우연히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알아 챈 한 소녀가 목사에게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
목사 역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자매결연 되어 있는 줄리어드 음대에 에반을 입학시킵니다.
줄리어드 음대도 그의 실력을 알아본 것이지요. 그리고는 꼬마 에반이 작곡한 곡으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연주회가 열리게 되며
그 지휘자가 11살의 꼬마 에반이 됩니다.
한편 지속적으로 라일라를 찾던 루이스는 그녀가 뉴욕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뉴욕으로 날아가 밴드 생활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미 해체 된지 10년이 넘은 밴드지만 같은 멤버였던 형에게 전화를 해 옛 동료를 모아 밴드 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라일라는 찾아 헤매는데요,
그 과정에서 루이스와 그의 아들인 에반은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연주회를 단 며칠 앞두고 한창 연중이던 에반, 그러니까 어거스트 앞에 위저드가 다시 나타나서는 아버지 행세를 하며 에반을 데려갑니다.
그를 활용해 다시 돈벌이를 하려는 것인데요, 이때 에반과 루이스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공원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돈을 벌고 있는 에반을 보고는 그의 기타가 마음에 든 루이스가 말을 겁니다.
그리고는 서로의 기타를 바꿔 연주해보자며 즉석에서 합동 연주도 하면서 친해지지만 아직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
그 때 어거스트 (에반)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루이스에게 얘기하고
루이스는 음악가라면 일단 저질러야 한다며 연주회에서 지휘할 것을 권유하고는 헤어집니다.
드디어 연주회 당일.
라일라의 연주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다음 순서까지 마무리 되고는 드디어 에반의 지휘하는 순서만 남은 상황.
위자드에게 이끌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게 된 상황에서 에반은 가까스로 탈출을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서
연주회장에 도착해 무난하게 지휘를 하게 됩니다.
한편 밴드와 함께 다른 도시에서 연주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루이스는 차 안에서 라일라와 어거스트의 이름이 적인 연주회 관련 플랫카드를 보고는
차에서 뛰어 내려 연주회장으로 갑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찾아 다녔던 라일라를 만날 수 있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였으니까요.
자신의 순서를 마치고 돌아서던 라일라 역시 무엇에 홀린 듯 에반 (어거스트)이 지휘하는 연주회의 음악소리에 다시 무대로 다가 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루이스와 라일라는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에반 역시 무엇엔가 홀린 듯 지휘하다가 두 사람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주 행복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연주회에서 만나게 된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인 듯 합니다.
제가 [비긴 어게인] 보다 [어거스트 러쉬]를 '더 좋은 음악 영화’라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음악이 주연이 아닙니다.
물론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음악을 소재로 다룬 것입니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음악이 그 중심에 있으며 음악이 모든 인간 관계와 이야기 전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반면 [어거스트 러쉬]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음악은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재로 활용되는 것이고요.
어찌 보면 미묘한 차이일수도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차이점인 것이 음악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을 [비긴 어게인]은 그대로 보여주었고
[어거스트 러쉬]는 그런 걱정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이 주인공이냐 아니냐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두 번째로 짜임새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이야기의 짜임새가 [어거스터 러쉬]보다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갈등 구조라 봐야 댄과 동업자 사이의 갈등, 그레타와 데이브의 사랑 싸움 정도인데요, 그러다 보니 극적 긴장감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갈등구조를 ‘음악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라는 명제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어설펐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어거스트 러쉬]는 한 지점을 향해 계속 치고 달리다가 마지막에 긴장감이 해소되는 전형적인 몰입구조의 이야기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연한 하룻밤의 사랑, 그 사랑의 결실, 헤어짐, 그리움, 서로를 찾아 헤매는 과정 등에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가 등장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며
마지막에 그것을 해소해주는데요, 그만큼 몰입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긴 어게인]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의 마무리도 좀 당황스럽고 이야기 전개도 밋밋하게 흘러가는지라
단순히 ‘음악을 들으면 행복해진다’라는 명제를 강요당하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어거스트 러쉬]의 경우 제가 좋아하는 수필인 [인연 (피천득 著)]의 한 구절을 자연적으로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정말 [어거스트 러쉬]와 딱 맞아 떨어지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어거스트 러쉬]도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모 모두가 음악하는 사람이라지만 그렇게 천재적인 아이가 태어날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
에반 (어거스트)가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손의 움직임과 음악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이야기 전개에 이런 단점들이 묻혀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라는 컨텐츠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또 영화라는 컨텐츠인데요,
[비긴 어게인]과 [어거스트 러쉬]라는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음악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으면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듯이
소재는 소재일 뿐,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는 말을 끝으로 긴 글을 마칩니다.
Leggie...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명작 다시보기 (36): 더 록-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가? (0) | 2016.04.20 |
---|---|
영화 vs 영화 (28): 인턴 vs 러브, 로지 - 따뜻해지는 칙릿 영화 두 편 (0) | 2016.03.13 |
영화 뜯어보기: 타임 패러독스- 충격적 반전의 연속! (0) | 2016.01.22 |
영화 vs 영화 (26): 파커 vs 퍼펙트 겟어웨이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두 편 (0) | 2015.09.24 |
고전명작 다시보기 (36): 첨밀밀 vs 천장지구- 90년대 홍콩 영화, 서로 다른 사랑의 결말 (0) | 2015.09.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