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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보기 (36): 첨밀밀 vs 천장지구- 90년대 홍콩 영화, 서로 다른 사랑의 결말

by Robin-Kim 201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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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인가에 동유럽 여행을 가기 전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를 보고 떠난 이후

가급적 해외 여행을 가기 전에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는 편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곳을 방문했을 때 , 여긴 어떤 장면에서 나왔던 곳이지라는 기억이 떠 오르며 여행의 재미가 배가 되었던 기억 때문인데요.

아마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지 않고 오스트리아의 찰즈부르크를 갔다면 그냥 관광지 한 곳 더 본 것이 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이따금씩 해봅니다.

 

그리고 마침 조만간 홍콩에 갈 일이 생기면서 홍콩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앞선 오스트리아에서의 경험처럼 여행의 재미를 더 늘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어떤 홍콩 영화를 보고 갈까 고민하다 고른 영화 두 편이 여명과 장만옥 주연의 [첨밀밀]과 유덕화, 오천련 주연의 [천장지구]였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은 음악을 필두로 1990년대 문화가 다시 재 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의 한국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주윤발과 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을 필두로 유덕화, 알란탐 주연의 [지존무상], 왕조현을 스타로 만든 [천년유혼] 외에도

다양한 홍콩 영화들이 1990년대에 쏟아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물론 언제나 사랑 받았던 이소룡, 성룡 영화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 홍콩 영화의 열풍 속에서 OST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첨밀밀], 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면서 요즘 말로 덕후들을 만들었던 [천장지구],

두 편을 살펴 볼까 합니다.

 

두 영화는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공통점과 함께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랑을 전달했다는 차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첨밀밀]꿀처럼 달콤하다는 그 뜻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만난 남녀가 우정에서 사랑으로,

그리고 헤어지고 만나는 과정을 통해 달달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천장지구]는 조직폭력배의 일원과 부짓집 아가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남자의 입장에서 마초적으로 그려냈습니다.

 

- 첨밀밀-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기타를 타고 온 여소군 (여명).

아는 사람이라곤 이모라고 부르는 한 사람뿐인 상황에서 악착같이 하지만 즐겁게 배달 일을 하며 돈을 모으며

매일 같이 고향에 남아 있는 애인이자 약혼녀에게 편지를 쓰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맥도날드에 갔다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요 (장만옥)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요 역시 중국의 한 시골에서 돈을 벌러 홍콩으로 온 아가씨로 오로지 이 목적인 깍쟁이입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외에 한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소군을 감언이설로 속여 영어 학원에 등록하게 하여 수당을 챙기는가 하면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의 인기가수 등려군의 앨범을 시장에서 함께 팔기도 합니다.

물론 그 장사는 완전히 망했지만.

 

 

 

혈혈단신으로 고향을 떠 나온 그들은 그 과정에서 우정을 쌓았고, 시간이 지나며 함꼐 잠자리까지 갖는 등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소군은 여전히 약혼녀가 고향이 있는 채로 말이지요.

 

- 천장지구 -

 

 

[천장지구]의 아화 (유덕화)는 어릴 때 부모님의 여의고 거리의 세계에서 성장한 청년입니다.

쉽게 말하면 조직폭력배의 일원인 것인데요, 어느 날 가족처럼 따르는 조직 형님의 부탁으로 또 다른 형님인 라바 (황광량)의 은행털이를 돕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인질로 잡은 사람이 바로 죠죠 (오천련)인데요,

죠죠는 부잣집 외동딸로 전형적인 온실에서 자란 아가씨입니다.

이처럼 온실 속에서 자란 아가씨가 태어나서 처음 본 거칠지만 따뜻한 거리의 남자,

그것도 자신을 인질로 잡았던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전형적인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화가 엄청 잘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아화는 서로의 성장배경과 처한 상황이 너무도 달라 거부하지만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죠죠를 거부할 수 없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거리에서 세차 일을 하는 아화의 오래된 지인인 파숙 (오맹달)의 도움도 있었고요.

 

- 첨밀밀-

 

안마사 아르바이트 일을 하던 이요는 조직 폭력배 보스 (증지위)가 손님으로 오면서 인생의 극적인 전환을 맞게 됩니다.

그와 연인 관계가 되면서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에 손대게 됐고, 또 그 사업들이 잘 되면서 고급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데요.

동시에 소군은 요리사가 되고 고향에 있었던 약혼녀와 결혼을 하여 홍콩에 살게 됩니다.

서로 각자의 인연을 찾아 떠난 것인데, 문제는 소군과 이요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마주치면서 예전의 감정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요에 대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소군은 아내에게 감정 그대로를 얘기하고는 헤어지게 되고,

이요의 애인이 경찰의 뒷조사를 피해 홍콩을 떠나게 되자 이요는 모든 부귀영화를 남겨 둔 채 애인을 따라 급작스레 함께 홍콩을 떠나고 맙니다.

이요와 소군, 두 사람은 어쩌면 앞으로는 볼 일이 없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여기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동일한 감정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취한 태도입니다.

소군은 아내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이요를 택했지만 이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애인을 쫓아갑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충실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여자가 남자보다 좀 더 냉정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이요가 탄 배가 떠난 항구에서 비를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던 소군을 보며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천장지구 -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리의 남자와 온실 속 여자의 사랑 같은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에는 늘 훼방꾼이 있기 마련이며

그 훼방꾼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데요, [천장지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선 너무도 당연하게 죠죠의 부모가 그렇고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에 그들이 밉지는 않습니다-

아화에게 일어난 사건이 또한 그렇습니다.

아화가 속한 조직의 보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라바는 조직의 보스가 되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라바의 추종세력과 아화가 모시는 형님의 추종 세력이 난투를 벌이게 되는데요,

난투 과정에서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데 이후 부분이 이 영화에서의 하이라이트 입니다.

 

 

 

머리를 둔기로 맞아 충격을 받았을 때 영화처럼 계속 코피가 흐르게 되는지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저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아화의 지속적으로 흐르는 코피로 보는 사람은 그의 죽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아화 역시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는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려는 죠죠를 찾아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장면들의 연속인데, 늦은 밤 문 닫은 어느 웨딩드레스 가게의 유리창을 박살내고

죠죠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나 둘이서 어느 성당으로 들어가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다 몰래 오토바이를 타고

아화가 빠져 나오는 장면들은 많은 회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 첨밀밀-

 

이요가 떠나고 아내와도 헤어진 후 알고 지내던 주방장이 살고 있는 뉴욕으로 건너가 그의 식당에 취업한 소군.

모든 것을 떠나 낯 선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 기분을 개인적으로는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인을 따러 흘러 흘러 역시 뉴욕으로 오게 된 이요. 애인과 이요는 이 곳에서 정착하려 하지만 거리의 흑인들에게 애인은 죽음을 당하고

이요는 강제 추방할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미국 관리인들과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군을 발견한 이요는

도망치듯 차를 뛰쳐 나와 그를 쫓아가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관광 가이드로 미국에 정착한 이요. 여전히 주방장으로 일하는 소군은

어느 날 거리에서 너무도 우연히 한 전자제품 가게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로를 알아 본 두 사람의 얼굴에 퍼지는 미소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제가 좋아하는 피천득 작가의 수필 [인연]의 한 구절인데요, 소군과 이요는 서로를 평생 그리워하면서도 못 만나게 될 수 있었는데,

이 영화는 관객을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행복한 결말 (해피 엔딩)으로 영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후 소군과 이요가 어떻게 지내며 살아갔을까라는 궁금증도 함께 전달해주면서 말이죠.

 

- 천장지구 -

 

 

 

한편, 죠죠를 혼자 성당에 남겨두고 몰래 나온 아화는 파숙과 함께 형님의 복수를 위해 라바를 죽이러 갑니다.

그리고 복수에 성공하지만 자신 역시 칼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는데요.

그 장면과 함께 혼자 남겨진 것을 알게 된 죠죠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아화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첨밀밀]의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지요.

 

 

천장지구 (天長地久)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이 영화의 결말이 제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합니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죽음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아화의 죠죠의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 거리에서 죠죠의 모습으로 전달됩니다.

 

 

 

개인적으로 오천련이라는 배우가 이런 영화의 여주인공을 할만한 외모인가에 대한 불만 (?)은 조금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청순한 외모라고 하는데 단추 구멍만한 눈, 뭉툭하니 낮은 코 등이 당시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최수지, 옥소리 등과 비교했을 때 매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어쩌면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의 연기 덕분에 수지가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듯이

유덕화의 인기에 힘입어 이미지가 올라간 경우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쨌든 [천장지구]의 진목승 감독은 2년 후 곽부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2편을 내 놓습니다.

여주인공은 여전히 오천련이고요. 전체적인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불우한 환경,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 반항적인 생활 등이 1편과 거의 유사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수 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입에 머금은 맥주를 공중에 뿌리는 장면이 많은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지구상에는 7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존재하며 사랑의 형태나 모습도 다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영화 [첨밀밀][천장지구]는 서두에 얘기했듯이 전혀 다른 사랑의 모습을 전혀 다른 소재와 전혀 다른 전개 방식으로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상으로 1990년대 홍콩 영화에 대한 추억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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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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