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온전히 작가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때문이었다.
중요한 세계사의 곳곳에 우연히 자리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유머 넘치게 그려낸, 읽는 내내 유쾌했던 기억으로 이 책을 고른 것이다.
실제로 동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기 위해 1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었으리라.
전체적인 느낌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유사하다.
세계사의 곳곳에 주인공들이 얽혀 있고 분위기도 유머러스 하다.
다만 주요 배경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스웨덴으로 압축되어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랄까.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부분이었다.
느낌이 전작과 너무 비슷하다 보니, 그러니까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분위기 (톤)이 너무 비슷하다 보니 전작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주인공이 뭐만 할라고 하면 방해하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의한 억지스러움이 너무 강했다.
물론 주인공이 무언가를 실패하고 그것을 통해 반전을 이끌어 내려다 보니 그런 장치가 필요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그 구성이 너무 억지스럽고 그 억지스러운 구성을 만들어 내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너무 억지스러웠다.
결국 그 억지스러움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두꺼운 책을 거의 다 읽었음에도 마지막 책장을 덮지 못하고 중간에 책을 덮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더 읽을 자신도 없었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았으며, 읽을수록 한숨만 나왔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작가의 변신 혹은 변화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장르의 문제, 혹은 소재의 문제에 대한 것이지 분위기 (톤앤매너)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이정명이나 이사카 코타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장 잘 하는 장르를 버리고 다른 장르를 택했을 때의 어색함이 문제였고,
그들이 다룬 소재가 문제였지 톤앤매너 혹은 이야기 전개 구조가 문제였다는 것은 아니다.
요나스 요나손도 마찬가지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의 이야기 전개 구조나 톤앤매너가 전작과 좀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래서 안타깝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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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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