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몇 곳의 출판사에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여행서적 시장이 여행정보 서적 아니면 여행 에세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두 가지 성격을 합친 여행 책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여행을 한 시간 순으로 사진을 중심으로 한 여행의 기록 (에세이)과 함께 그 곳의 여행 정보를 담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이었는데
출판사들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의 간접적으로 전달한 그들의 의견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얼마 전 뜻밖에 만난 책이 [잠시 멈춤 세계여행]이란 책이었다.
세계여행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들러본 블로그의 주인인 저자가 몇 년 전 남편과 다녀 온 세계 여행 기록을 담은 책인데,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에세이+정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출판사들에게 그렇게 얘기했을 때는 통하지 않았던 형태가 이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 기뻤고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는 점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물론 처음 시도된 기획이라 정보와 에세이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책의 도입부는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들이 세계 여행을 떠난 이유가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의 저자이자 아르헨티나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다른 책들의 서문과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치열하고 쉴 틈 없는 회사생활에 지쳤고, 챗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으며 과연 이런 생활이 행복한가에 대한 물음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무려 2년 가까이나 되는 시간 동안.
이후의 내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여행이란 지극히 개인적인데다 너무나 다양한 순간들을 담고 있는 것이라 여기서 내가 압축해서 얘기한다고 의미있게 전달되지도 않을뿐더러
압축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경험이 여행 혹은 세계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손미나라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책의 앞뒤 표지에 커다랗게 표시해 놓은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손미나라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렵고 힘들게 돈을 모아 여행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기를 쓰고도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아나운서 시절 스페인 유학 경험을-다시 강조하지만 여행 경험이 아니고 유학 경험이다!- 책으로 낸 것이 이름 값 때문에 알려지면서
어줍잖게 여행 작가란 타이틀을 달고 또 그 유명세 때문에 마치 무슨 여행 전문가라도 되는 것마냥 여기 저기 얼굴 들이미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본인이 가진 재능과 노력에 비해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얻은 유명세를 잘 활용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 된다고나 할까.
아니할말로 그 사람이 배낭을 메고 남미를 여행 해겠는가, 아니면 동남아의 구석구석을 여행했겠는가.
아이고, 얘기가 샛길로 빠졌다.
아직도 세계여행 카페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세계 여행을 가도 좋을까요?’와 같은 글들이 이따금씩 올라 온다.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래야 그토록 걱정하는 여행 이후의 재취업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떠나는 것 자체가 이런 저런 현실적인 어려워진다.
그래도 불안한가?
그렇다면 이 책 [잠시멈춤, 세계여행]을 읽어 보시라.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 훨씬 쉬워질 테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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