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말이자 가슴 뛰는 말이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꼭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청춘’이라는 두 글자일 것이다.
이토록 수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청춘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서는 아픔과 상실의 대명사가 되어버렸고
그 우울한 그림자가 현실과 맞물리며 치부처럼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왜 청춘이 아파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명문과 당위성 없이 청춘은 아파도 된다,
실패해야 청춘이다라는 말들로 어줍잖게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를 너무도 쉽게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아직도 여전히 고런 곳이 남아 있지만 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대학시절에는 종로나 신촌 등 대학교 주변의 술집들 중에는 낙서로 가득한 곳이 많았다.
‘영희♡철수’와 같은 유치한 낙서부터 소주 한 잔 하다가 느끼게 된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낙서도 있었고
장미빛 미래에 대한 꿈도 있었으며 애잔한 시를 아련하게 적어 놓은 것도 있었다.
혹은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울함, 안타까운 가정 환경을 가진 청춘의 한풀이도 있었고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유머도 동시에 존재했었다.
그런 낙서를 보며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미래를 준비해가는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내가 거쳐온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 땅의 청춘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이처럼 우울한 대한민국 현실의 한가운데에 있는 청춘들의 고민들이 낙서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 낙서를 통해 우리의 청춘들이 진짜 고민하고 안타까워하며 슬퍼하거나 우울해하는 혹은 그와 반대되는 즐겁거나 기쁜 내용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짧지만 혹은 간결하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촌철살인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땅의 청춘들이
어떤 생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흔하지 않는 낙서 수집가 (자칭)이자 저자인 도인호 씨를 통해.
하지만 이 책은 나의 기대를 단 번에 날려버렸다.
그래서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내용의 절대적인 비중이 ‘사랑’과 ‘연애’ 얘기이며 그것마저도 저자의 상상력과 경험을 접목시킨 그냥 저자의 에세이일 뿐이었다.
수집된 낙서들조차 청춘의 낙서인지 아니면 지가던 어느 아저씨나 아줌마가 남겼을지도 모를 신원 미상의 낙서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진짜 청춘’의 낙서들도 등장하지만 그 숫자가 한정적인데다
그 낙서를 통해 배출되는 얘기가 그들의 얘기가 아닌 저자의 에세이들이어서 과연 이 내용들이 책의 제목인
‘청춘의 낙서들’과 어울리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도 되었다.
결국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고 고르더라도 책 제목에 현혹되어 책을 고르면 안 된다는 사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라고 정리하고 싶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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