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적어도 출판계에서만큼은 최고의 상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노무현 본인에 대한 책 종류만 [운명이다]라는 자서전 외에 인터뷰를 엮은 책은 물론
그의 사후 그의 측근이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써내는 책들만 해도 엄청난데
노무현 정권과 그 시대 자체를 분석한 책들도 꽤나 많아서 그의 상품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먼저 출판계에서 독보적인 상품성을 가진 사람이 있기는 했다.
바로 다카키 마사오, 즉 박정희라는 인물인데 워낙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최측근에 의해 어이없이 생을 마감한 덕분에,
그러니까 그의 인생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 하다 보니 출판계에서 그를 놓칠리가 없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무현과 박정희의 인생은 꽤나 닮은 부분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의 출생, 독학 혹은 자수성가, 대한민국 대통령 역임 그리고 허무한 인생의 결말까지.
이처럼 말 그대로 ‘드라마’같은 인생을 살았던 두 사람이기에 출판계는 그들이 가진 상품성을 쓸 수 있는 한 쓰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다룬 책들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박정희를 다룬 책은 ‘찬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떠 받들어 모시는 느낌이 강한 반면,
노무현을 다룬 책들은 ‘친근함’으로 우리게 다가선다.
박정희를 다룬 책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그러니까 일제시대 그가 우리 민족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회피하기 급급한 채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경제 부분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구국의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으며
그 모습이 북한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내용들에 세뇌된 어른들은 아직까지 박정희를 외치고 있다.
알려진 박정희의 경제 효과가 얼마나 허상인지도 모른 채.
반면 노무현을 다룬 책은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다루고 있다.
그의 정치 입문부터 어떻게 정치를 해왔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고 퇴임 후에는 어떤 심경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들 속에서 인간 노무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 것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그려내다 보니 ‘친근’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그가 가진 사고 방식과 성격 자체가 가진 자의 권위와는 너무나 멀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그의 그런 타고난 성향과는 좀 다른, 그러니까 그의 글쓰기 혹은 연설 혹은 담화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제1부속실장으로 이른바 ‘노무현의 입’으로 불렸던 윤태영 전 (前) 비서관이 쓴 [기록]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참여정부 시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노무현의 연설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하나의 연설문을 만들기 위해 노무현은 단어 선택과 문장 흐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대통령의 품격과 그만의 화법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의 연설문을 완성하기 위해 비서관들은 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가진 대화와 기록에 대한 집착의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특히나 그만이 가진 화법, 그만이 가진 대화 방식을 알 수 있었고 그랬기에 그의 연설문 중 오해가 있었던 것들에 대해 오해가 풀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노무현을 다룬 책은 어떤 식으로든 당분간은 계속 나올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 자체가 최고의 상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고의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얘기의 또 다른 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배우도 그렇고 가수도 그렇고 운동선수도 그렇듯이 정치인도 많은 사람이 찾을수록 상품성이 좋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박정희도 노무현도 상품성이 높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이 찾았고 찾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좀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
박정희는 박정희 이후 이어진 군사정권, 그러니까 떳떳하고 합법적인 정권을 갖지 못한 정권이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활용했으며
그 때문에 만들어지고 세뇌된 인기라고 보는 편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공포정치, 독재정치를 위해 그보다 앞서 똑 같은 방법을 택한 박정희를 띄워야 했고, 그래서 그의 모든 나쁜 것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정권, 독재정치가 막을 내리자 박정희의 인기는 김영삼이 IMF로 나라 말아먹을 때 반짝 다시 떠올랐을 뿐이었다.
반면 노무현은 사람들이 먼저 찾았다.
사람들이 먼저 그리워했고 사람들이 먼저 슬퍼했으며 사람들이 먼저 그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정치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팬심 혹은 팬덤 문화는 그의 사후 정점을 찍었고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가 없는 정치판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있는 곳을 방문 중이다.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발적인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난 그가 그립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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