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 모르는 스포츠의 경우 몰입하기 어렵고, 잘 아는 스포츠라고 하더라도 스포츠란 것이 워낙에 변수가 많고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수시로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그 다양함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영화로 치자면 스포츠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머니 볼]이나 [제리 맥과이어] 혹은 [더 팬 (The Fan)]처럼
스포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한 것들을 괜찮게 보는 편이다.
센다이 킹스라는 센다이 지역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팀. 물론 소설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팀이다.
어쨌든 이기는 것보다는 지는 것에 더 익숙하고 구단주조차 ‘센다이 킹스는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게 중요해’라고
할 정도로 성적에 욕심 따위는 전혀 없는 팀이다.
그리고 센다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센다이 킹스’의 열혈팬을 부모로 둔 야마다 오쿠는
마침 센다이 킹스의 감독인 ‘나구모 신페이타’가 파울 볼을 피하려다 머리를 다쳐 죽게 된 날 태어난다.
그것도 도쿄 자이언츠 (아마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표현한 듯)의 선수가 친 파울 볼에.
그 덕분에 야마다 오쿠의 부모님은 됴쿄 자이언츠라면 철천지 원수처럼 생각한다.
야마다 오쿠는 야구 천재로 등장한다.
그것도 보통의 야구선수가 아니라 초등학생 시절 도쿄자이언츠 투수가 전력을 다해 던진 공을 홈런으로 치는 천재.
물론 하루 24시간 야구만을 생각하고 야구 훈련만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천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우여 곡절 끝에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선수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한다.
야마다 오쿠가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하자 복수를 하겠다고 나선 아버지가 폭력 가해자를 죽이게 되면서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누명 때문에 프로 선수가 되질 못했고,
프로 선수가 된 후에도 9할의 타율을 보이는 천재성 때문에 감독이 유명무실해지자 타격코치가 몰래 그를 칼로 찌른 것.
줄거리를 자세히 얘기하자면 끝도 한도 없이는 내용 소개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문제는 책을 읽는 내내 대체 무슨 얘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이 소설을 썼는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이 책의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사카 코타로’이기 때문에 그런 실망감은 대단히 컸다.
등장인물을 캐릭터화 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등장인물들로 짜임새 있고 감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이사코 코타로이기에
한껏 기대를 했건만 이 책은 딱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읽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등장하는지도 모를 검은 옷을 입은 세 여자가 곳곳에 등장하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가 초록색 괴물로 등장하는 부분들은 최악이다.
체호프는 말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발사 되어야만 한다고.
그래서 하루키는 1Q84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 들이지 말라고.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다라고.
그런데 검은 옷의 세 여자와 녹색 괴물의 친구 아버지는 대체 왜 등장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여태까지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들은 그랬다.
권총이 나왔다면 발사되었고 그래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게 아니었다.
화자도 들쭉 날쭉이다.
야마다 오쿠에게 누군가가 얘기를 하는 형식을 가진 이 소설에서 화자는 장 (障/챕터)가 바뀔 때마다 화자가 바뀌기 때문에
이 사람이 저 사람인지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조금 헷갈린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그렇다.
그냥 천재 야구선수가 겪는 이런 저런 얘기일 뿐이다. 긴박감도 없고 짜임새도 그냥 그렇다.
이 책뿐만이 아니다.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만 [가솔린 생활]은 더 심하다.
요즘 읽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마다 불만족 지수가 높아가고 있다.
그래서 책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면 ‘다작’이 그리고 ‘변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얼마나 그 책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느냐 하는 ‘질’이 중요하며 작가가 가진 특성이
얼마나 그 작품에 지속적으로 녹아 들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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