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들 중에 부러운 것이 몇 개 있다.
말로만 들어 오다 실제 동경에 갔을 때 느꼈던 것들인데 우선 대중 교통 (특히 지하철)에서의 조용함이 너무 좋았고,
복잡한 퇴근 시간 지하철 역사에서의 좌측 통행이라는 일사분란함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우측통행 하라고 해도 자기 편한 대로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결국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마는데
일본 사람들은 완벽한 좌측 통행으로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는 일본인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고 욕할 건 하더라도 배워야 할 건 또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부러운 것.
바로 세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있는 식당을 빼 놓을 수 없다.
이따금씩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느니 백 년째 운영되고 있다느니 하는 식당들을 만날 수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맛이랄까, 아니면 그 맛의 깊이랄까 아무튼 그런 것들이 TV 화면으로만 봐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운영되는 식당이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어떤 가게가 장사가 잘되면 건물 주인이 느닷없이 임대료를 엄청 올려 버린다. 나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건물주)가 그 가게를 운영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나의 음식점을 열기 위해 준비했던 지난 과정의 시간을 건물주가
단시간에 이어받을 수는 없는 일. 결국 문을 닫고 만다.
이런 일이 우리 모르게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니 100년이고 3대고 하기 전에 수 많은 괜찮은 음식점들이 없어지는 것이다.
읽기 전엔 못해도 [도쿄밴드왜건]정도는 될 줄 알았다.
뒷표지의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라는 문구를 보고 책의 제목처럼
100년을 이어온 식당에 담긴 작지만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려 100년이라는 한 세기를 이어오는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독특한 손님이야기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각 시대별로 전혀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주인들이 맞이한 전혀 다른 세대들을 대표하는 손님들 이야기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쪽으로는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100년을 이어온 식당 이야기를 담은 책 치고는 크기나 두께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그랬다.
이 책은 10년을 이어 온 식당 이야기가 아니라 동경이라는 도시에 나가 고생하는 그 식당의 아들과 한 여자와의 연애 이야기다.
뭐 연애 이야기라도 드라마틱 하다거나 반전이 있다거나 하는 재미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이건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난하고 무던하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을만큼 지루했다.
완전히 속은 기분이었다.
100년을 이어져 온 식당에 대해 재미있게 할 얘기 거리가 너무나 많을 것임에도
이 책은 그냥 무난하고 무던한 남녀의 연애 얘기를 다룰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내가 쓴 eBook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 웬만하면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데 (아마 처음인 듯)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 [쓰가루 백년식당]보다는
[나는 정말 사랑했을까]가 연애 얘기로만 놓고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받은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독후감을 쓰려다 내 책 자랑만 하고 말았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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