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몇 년 전 통계를 보니 사람이 나이 들어서 가장 후회하는 것들에는 ‘그 때 그것을 하지 말걸’보다는
‘그때 그것을 왜 안 했을까’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결국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겨울이면 자신들이 지낼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철새들이 무리처럼 남들 다하는 대로 몰려다니며
남들이 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것일까.
한국, 일본, 미국, 영국, 그리고 중국 (홍콩).
일전에 영화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소위 말하는 컨텐츠 중심의 문화 장르에서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100%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위에 언급된 나라에서 생산된 컨텐츠 외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물론 간혹 프랑스나 인도의 영화가 주목을 받거나 인기를 끄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중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아직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낯섦이 먼저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서 사실은 이 책은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꽤나 컸었다.
[내가 예술 작품이 되었을 때], [행복한 프랑스 책방], [향수], [연금술사],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등의 좋았던 선택도 있었지만
[기막힌 자살 여행], [낮], [카산드라의 거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처럼 실패했던 선택도 있었으니까.
물론 국내 작가의 작품도 혹은 일본이나 미국 작가의 작품도 좋았던 것도 있었던 반면 실패했던 선택도 있었으니
굳이 유럽과 제 3세계의 작품에만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편견이랄까 선입견을 쉽게 무너뜨리기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서점에 갈 때마다 꽤나 재미있어 보이는 이 책을 번번히 외면했던 것도 그런 편견과 선입견을 좀처럼 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스웨덴의 작가가 쓴 책인데, 그것도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쓴 책인데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선입견.
그렇게 긴 시간을 망설이고 고민하던 끝에 마침내 이 책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정확히 100세가 되던 생일날 양로원을 말 그대로 ‘탈출한’ 알란 카손.
어렸을 때 스스로 터득한 폭발물 관련 기술로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걷게 된다.
어찌 어찌하여 당시 내전 중이었던 스페인으로 가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해 친구가 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원자폭탄을 만드는 결정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트루먼 대통령과 친구가 되더니
트루먼의 요청으로 역시 내전 중이던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본의 아니게 모택동의 아내를 구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걸어서 스웨덴까지 돌아가려다 이란에서 공산주의자로 오해 받아 사형당할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스웨덴에서 만난 러시아 물리학자와 함께 러시아로 건너가 스탈린을 만났지만 술김에 부른 노래가
원래는 열렬한 독일 예찬자가 지은 시라는 사실 때문에-당시 독일은 러시아를 침략하였기 때문에 스탈린은 독일을 굉장히 싫어했다-
블라디보스톡에 강제 수용되어 노동을 하던 중 폭발물 전문가의 기질을 살려 탈출, 러시아 장교로 위장하여 북한으로 잠입하여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나지만 위장 사실을 발각되어 죽을 위기를 맞게 되는데
우연히 같은 자리에 있던 모택동이 자신의 아내를 구해준 사람임을 알고 김일성에게 선처를 부탁하고
모택동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달러와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여 10년을 넘게 평화롭게 살다가
프랑스의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통역으로 발령받아 프랑스에 살던 중 드골 대통령과 미국의 존슨 대통령을 만나게 되고
CIA를 도와 러시아 스파이를 찾는데 일조하고는 다시 CIA 신분으로 러시아로 파견되고…
뭐 이처럼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니 말년이라고 양로원에 갇혀 지내는 것이 오죽 답답했는지
탈출을 하더니 또 다시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스웨덴 언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따금씩 들어가보는 세계여행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제 나이가 00살인데요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간 세계여행을 가도 괜찮을까요?’ 혹은
‘세계 여행을 갔다 오면 다시 취직을 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것들.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세계 여행을 갔다 와야 당신이 고민하는 재취업도 가능하다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단순히 재취업이 아닌 고민해야 할 거리가 더 많아져서 결국엔 가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처럼 그냥 살게 된다면 아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거라고.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것이 최고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100세 먹은 이 책의 주인공 알란 카손은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행복하다고 판단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스스로 이끌어가는 그가 보여준 그의 인생 이력은
비록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지만 위대하다고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행복이나 만족과 같은 것들은 지극히 주관적이니까.
특히나 이 책은 꽤나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
심각해질 수 있는 부분도 알란 카손의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라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재미있게 반전시키며
긴 이야기를 숨가쁘지 않은 호흡으로 무리 없이 연결시키고 넘어가곤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지하거나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유머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등장인물에 몰입되면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하기 전까지 가졌던 걱정과 우려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손과 눈에서 뗄 수 없는 그런 재미로 반전되는 즐거움을 선물한 것이다.
먹을까 말까 고민되면 먹자.
잘까 말까 고민되면 자자.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자.
살까 말까 고민되면 사자.
지금 먹지 않고 자지 않고 하지 않고 사지 않으면 후회할 거란 생각이 손톱만큼이라도 든다면 먹고 자고 하고 사자.
그런 단순한 생각과 행동이 행복의 가장 큰 밑바탕이 될 테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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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예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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