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보기 (28): 시실리 2km- 이 영화가 B급이라고?

by Robin-Kim 2014. 4. 14.
728x90
반응형

B급 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나 A급 영화와 견주어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기술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메이저 영화가 표현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창작 정신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 영화 정신을 또한 지니고 있다. (네이버 영화 사전)

 

#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 하에서 비용이 적게 소요되며, A급 영화나 장편영화보다 그 이름이나 등장하는 배우의 명성이 낮은 영화.

  독립제작사들이 만든 영화도 예산이 적게 들게 되므로 B급 영화로 간주되고 있다. (네이버 매스컴 대사전)

 

# 단기간 촬영과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따라서 간단하게 질 나쁜 영화를 가리키기도 한다.

  B급 영화의 정의는 애매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해석이 다르다. (위키백과)

 

제가 B급 영화에 대한 정의부터 이번 글을 시작한 이유는 [시실리 2km]에 대한 누리꾼들의 영화 감상문에

한결 같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B급 영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난 제 개인 적인 생각은 과연 이 영화가 B급 영화인가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의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앞서 살펴 본 여러 정의 중에서 공통적으로 B급 영화를 지칭하는 요소로는 질 낮은’, ‘저 예산’, ‘단 기간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보면 [시실리 2km] B급 영화라고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이 영화에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제작기간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당시 개봉했고 유행했던 비슷한 류의 영화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준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작 연도인 2004년이라는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임창정과 임은경이라는 주연 배우의 이름 값도 그렇고요.

결국 이 영화를 B급 이라고 사람들이 하는 데는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밥 숟가락 얹자 하는 것일 뿐 명확히

이 영화가 왜 B급인지 얘기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B급 영화에 대한 정의 중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위키 백과의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 B급 영화의 정의는 애매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해석이 다르다.’라는 부분입니다.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가로채고 도망간 석태 (권오중)는 운전 중 사고로 시실리라는 외딴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발을 헛디뎌 충격으로 기절한 석태를 마을 사람들은 죽은 것으로 오인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그의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 한 개를 발견하고는 그가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갖기 위해

지하 방에 묶어 놓고 벽들을 세우고 벽지를 발라 생매장을 시킵니다. 중간에 그가 깨어나 살아 있음을 알고도 말이죠.

 

한 편 석태가 가진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조직의 중간 보스인 양이 (임창정) 일당이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석태가 시실리에 있다는 것을 알아 내고는

마을로 쳐 들어 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 뗍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석태를 찾기 위한 양이 일당과 석태를 숨기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전개 되는데

여기까지는 양이 일당이 강자가 되고 마을 사람들이 약자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다시 말하면 감출 게 있는 사람이 약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딱히 마을 사람들이 약자가 될 필요나 이유가 없음에도 이들은 그냥 무사히 이 순간을 넘기기만을 바라면서

약자의 길을 택합니다.

 

 

 

한편 우여 곡절 끝에 석태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양이 일당이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약자였던 마을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탈취하기 위해

그들을 제끼기로 하고는 양이 일당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양이 일당이 약자 마을 사람들이 강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수적으로도 6:4로 마을 사람들이 우세하고 칼만 가진 양이 일당보다 낫과 곡괭이, 굉음을 내는 무시무시한 제초기까지

무기 부분에서도 우세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양이 일당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피해 도망가게 됩니다.

가질 게 있는 사람들이 폭도로 변하면서 강자가 되고 잃을 게 있는 사람들은 수적 열세에 의해 약자가 됩니다.

 

 

 

아우들과 헤어져 혼자 도망을 가던 양이는 학생이 없어서인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지금은 폐교가 된 천사의 집이라는 학교로 피신하게 되고

그 곳에서 처녀귀신 한송이 (임은경)의 도움을 받으며 자초지종을 듣게 됩니다.

원래 마을 사람들은 교도소를 출감했던 범죄자들이었는데 한송이의 아버지가 그들을 거둬다 먹여주고 재워주며 일할 수 있도록 밭까지 제공해주지만

그 밭을 아예 가로채려는 마을 사람들은 작당하여 한송이와 한송이 아버지를 죽여 버립니다. 그러니까 아주 나쁜 놈들이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도망치던 중 마을 사람들이 짐승을 잡기 위해 설치해 논 덫에 갈려 입은 양이의 상처까지 치료해주는 과정에서

한송이와 양이는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한송이의 도움으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되고 양이와 그 일당은 무사히 그 곳을 빠져 나오게 되며

양이는 한송이의 무덤을 손봐주고 제사까지 지내는 행복한 결말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갈등구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인물 대 인물이든 집단 대 집단이든 집단 대 인물이든 갈등 구조가 없으면 이야기는 밋밋해지고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나날의 연속이 되다 보니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뭐 때로는 이런 갈등구조를 너무 극대화하여 막장이라는 새로운 장르 (?)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갈등은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런 갈등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과 악의 구조입니다.

수퍼맨과 스파이더 맨 같은 영웅 물은 물론 경찰 이야기나 테러 영화 같은 것들도 결국은 선과 악의 갈등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선이 승리하며 권선징악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 중에 갖게 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미국의 전쟁 영화인데 베트남 전에 대한 자신들의 잘못을 포장하기 위한 수 많은 영화들을 통해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인식을 관객들로 하여금 무의식 중에 갖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선과 악의 구조가 아닌 vs 의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이 것이 이 영화에서 첫 번째로 생각해 볼 내용입니다. 

조직 폭력배는 어떤 식으로도 미화될 수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입니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한들 절대로 선이 될 수는 없지요. 양이 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미 교도소를 한 번은 들어 갔다 왔다는 것 자체가 심성에 문제가 있는데 거기에 자신들을 돌봐준 한송이의 아버지를 배신하고

땅 몇 마지기를 차지하기 위해 한송이까지 죽여 버리는 악질 중의 악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승자는 누가 되든지 악이 승리하는 것이 되는데, 한송이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그녀를 죽인 마을 사람들보다는

조직폭력배인 양이의 손을 들어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이를 선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마치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처럼 등장인물 (캐릭터)들의 특징을 명화게 잡아 냈다는데 있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우선 이 영화에서 재미를 전달하는 선봉장에 선 인물은 불가 (佛家) 에 몸 담았던 조직폭력배 (박혁권)와

나이는 많은데 상황판단력이 떨어지며 눈치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조직폭력배인 해주 (우현),

대사가 아닌 죽은 듯 살아나고 죽은 듯 살아나며 뜬금없는 등장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며 웃음을 선사하는 석태입니다.

 

거기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처녀 귀신 한송이와 10년 전 조연으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김윤석,

지적인 얼굴로 악역을 맡은 최원영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마을 사람들의 수장 역할을 한 변희봉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뽐내며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보통 등장인물이 많으면 이야기가 산만하고 분산되어 집중되기 힘든데 시실리 2km는 그런 점을 잘 극복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쩌면 이런 뜬금없는 웃음,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전개, 인간과 귀신의 감정의 교류들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B이라고

너무도 쉽게 얘기하게 만들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흐름과는 다른 엉뚱한 상황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은 과연 사람과 귀신의 감정 교류가 가능한가라는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핵심, 그러니까 두 집단 (양이 일당 vs 마을 사람 일당)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양이와 한송이의 감정 교류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현실에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당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심령술사) 이 영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표현함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독특하다고 하기 때문에 과연 나도 특정한 상황이 되면 귀신이라는 존재와 감정 교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 소통은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멋진 악몽]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는데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이 영화는 B급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웃음, 살아 있는 다양한 캐릭터, 악 vs 악의 구조, 임창정의 코믹 연기 같은 것들이 잘 어우러져

꽤나 볼만한 코메디 영화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입니다.

위키백과의 정의처럼 B급 영화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Leggie...

====================================================================================

#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등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