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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보기 (27): 여인의 향기- 무언가 많이 아쉬운 영화

by Robin-Kim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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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5분 남짓. 어쩌면 5분도 안 될 것 같은 길이.

[Por una cabeza]에 맞춰 추는 알파치노와 가브리엘의 탱고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바로 1992년 작품 [여인의 향기 (Scent of Woman)입니다.

 

앞서 언급한 탱고로 유명한 이 영화를 사람들이 하도 명작이라고 하길래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못 보다가 얼마 전 시간을 내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앞선 여러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남들이 명작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조금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베어드 고등학교의 장학생인 찰리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추수감사절 연휴에 집에 가지 않고

대신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기 위한 차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가 하게 된 아르바이트는 퇴역한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 (알파치노)를 돌보는 것.

군대시절 사고로 장님이 된 그는 함께 살고 있는 조카 가족들이 추수 감사절 연휴에 떠나는 여행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자

조카가 집을 비우는 사이 걱정되어 보모를 채용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카 식구들이 여행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싸서 찰리와 함께 뉴욕으로 가서는

최고급 호텔에 묶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고급 리무진을 빌려서 여행을 합니다.

뉴욕에 사는 형네 집에 들러 박대를 받다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나오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 프랭크는 권총 자살을 하려 합니다.

이 여행의 숨겨진 목적 자체가 돈을 실컷 써보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찰리의 지속적인 만류로 결국 자살 시도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 옵니다.

 

 

 

반면 찰리는 추수감사절 연휴 전 학교 이사회를 통해 고급 자동차를 받은 교장 선생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준비 중이던 친구들을

조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와 함께 보게 됩니다.

장난을 당한 교장 선생님은 조지와 찰리가 범인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사람을 불러 범인을 자백하라 하지만

친구들과의 우정 때문에 못 봤다고 혹은 말할 수 없다고 하며 자백하지 않았고 결국은 상벌 위원회가 열리며 찰리는 퇴학의 위기까지 몰립니다.

그 때 찰리의 도움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던 프랭크가 상벌 위원회에 등장,

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설을 하고 찰리는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제가 이 영화가 다시 실망스러웠다고 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줄거리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결국 찰리가 프랭크의 자살을 막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찰리를 위기에서 구해줬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결국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무려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이어지는 과정이 꽤나 지루한 것도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 프랭크의 성격 부분입니다.

프랭크는 처음부터 중반 이후까지 안하무인에 남을 무시하는 성격으로 나옵니다.

원래 그런 성격이었는지는 표현되지 않은 채 그냥 그렇게 등장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장면에서 찰리에게 "I've got no life. I'm in the dark."라는 대사에서 유추해본다면

아마도 시력을 잃은 상실감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력을 잃은 사람이 그렇게 안하무인이며 독불장군 같은 성격으로 변한다는 것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이런 프랭크의 말도 안 되는 성격 때문에 중간에 영화를 꺼 버리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처음에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심정으로 인해 성격이 포악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칠게 대할 수는 있습니다.

일종의 크나큰 상실감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것과 남들을 무시하고 안하무인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지요.

국 이 영화에서는 그의 원래 성격이 어떠했는가 그리고 사고 이후 그 성격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빠트린 것입니다.

 

세 번째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 전개라는 점입니다.

안하무인의 프랭크가 고등학생 찰리와 몇일 간의 뉴욕 여행 동안 성격이 변하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자살을 막아보려는 찰리의 진심에 감동 받는다는

것인데요, 수 많은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이 부분은 1992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이해할 만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22년 전 이 영화로 인해 비슷한 이야기 전개 (감정 동선의 변화)를 가진 영화들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봐줄 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운전을 맡긴 장면은 감동 보다는 해괴한 생각이 들더군요.

말도 안 되는 공상과학 영화라면 모를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왜 찰리는 끝까지 범인이었던 친구들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것은 단순히 고자질이냐 아니냐라는 문제를 넘어 한 학생의 인생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인데요,

교장 선생님은 친구들 이름을 얘기하지 않으면 하버드에 추천해 주기로 한 것도 백지화하고 학교를 퇴학시키겠다고까지 얘기했는데

끝까지 이름을 얘기하지 않고 내적 갈등을 느낀 찰리의 감정에 쉽게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냐라는 중요한 상황에서 찰리와 같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물론 찰리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적 갈등은 이 영화의 명 장면 중 하나인 프랭크의 연설 장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보여집니다.

찰리가 이런 갈등을 겪지 않았다면 프랭크가 찰리를 도울 필요도 없었을 테고 그렇게 되면 영화의 명 장면 하나가 사라지게 되니까요.

자세한 건 뒤에서 또 다시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알파치노의 장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곳곳에 어색한 부분이 있어 아주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지만-실제로 눈을 감고 단 5분만 생활해 보면 어색한 부분이 바로 보일 겁니다-

이 역시 22년 전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알파치노만큼 이 연기를 해 낼 수 있는 배우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당시 그의 장님 연기는 좋았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앞서 얘기한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지루한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장면은 두 곳입니다.

 

 

첫 번째 부분은 이 영화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탱고를 추는 장면인데요,

프랭크가 찰리와 술 한 잔 하기 위해 들른 레스토랑에서 남자 친구를 기다리던 도나에게 탱고를 추자며 작업을 걸자

도나는 탱고를 잘 못춘다며 거절을 합니다. 그러자 프랭크는 탱고와 관련된 유명한 대사를 도나에게 건넵니다.

 

" No mistakes in the tango, not like life. It's simple. That's what makes the tango so great.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인생과는 달리 탱고엔 실수가 없어요. 단순해요. 그래서 탱고가 정말 멋진 거죠만약 실수로 스텝이 엉킨다면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그리고는 [Por una cabeza]란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지요.

 

 

 

참고로 [Por una cabeza]의 뜻은 '머리 하나'라는 뜻으로 경마 용어라고 합니다.

이 노래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 (우리나라의 조용필 정도로 보면 될 듯 합니다)이 작곡하고

브라질 출신 작사가 알 프레도 르 페라가 가사를 쓴 곡인데,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난 말 산업 대국에 속하며 따라서 경마도 꽤나 큰 산업이라고 하는데요

이 노래는 사실 과도한 마권구매가 습관성 경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건전 가요'에 속한다고 하네요.

또한 경마에 빗대어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1

 

이런 노래가 가사를 빼고 음악만 나오니 엄청 근사한 탱고 음악으로 변했다니,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찰리를 위해 프랭크가 연설을 하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의 뉴욕 여행 기간 동안 찰리는 프랭크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고,

프랭크는 찰리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얘기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을 해줍니다.

하지만 찰리는 자신의 퇴학이 결정되는 상벌위원회서조차 끝까지 침구들의 이름을 얘기 하는 것을 거부했고,

그런 그를 옹호하는 프랭크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다 주옥 같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군가는 달아나고 누군가는 맞서죠. 찰리는 위기와 맞섰고 조지는 아버지 주머니 속에 숨었습니다.

- 내게도 당신같이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소. 그 때는 이런 소년들이, 더 어린 소년들이 팔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를 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소. 그건 치료하는 것이 아니오!

- 그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 누구도 팔지 않았고. 그것은 바로 순결함이고 용기요. 그게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오!

 

사실 사람이란 존재가 언제나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 밖에 없고 그런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 '인생극장'이란 코메디가 인기가 있었던 것이고요.

사람이란 언제나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장면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한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에 대한 가치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크의 말처럼 미성년자 시절의 선택이 존중 받지 못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실패의 길로 접어든다면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그런 관점에서 억지로 탄생한 장면이긴 하지만 이 장면 역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으로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여인의 향기'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이 영화에는 그 이유에 대해 특별히 나오지 않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프랭크가 여자들에게서 나는 비누 향기로 그 비누가 세상의 수 많은 비누 중 어떤 비누인지를 알 수 있으며

그것을 빌미로 이른바 '작업'을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게 아니면 굳이 '여인'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리해서 말하면 이 영화의 제목은 이 영화의 내용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누차 얘기하고 또 얘기하지만 하나의 컨텐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그 컨텐츠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명작이 나에게는 지루함일 수도 있으며

나에게는 명작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일 수 있으니까요.

본인의 판단이 본인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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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섹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es5yesyes&logNo=150184570542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ngelici&logNo=10185350085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rang2907&logNo=10178565931

  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ppykra&logNo=101716215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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