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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뜯어보기-은밀하게 위대하게: 할 말 없게 만드는 영화

by Robin-Kim 201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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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감이 꽤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695 9083명이라는 관객수 때문도 아니고 3억 뷰 (view)이상을 기록한 원작 웹툰 때문도 아니며 주연 배우 김수현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북한 간첩을 소재로 한 공유 주연의 액션 영화 [용의자]를 재미있게 본 터라

미처 보지 못했던 동일하게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대략 예고편이나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각종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는 어느 정도 코메디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용의자]와는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예상했고 더구나 많은 사람들까지 봤다니 어떻게 구성된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참, 할 말이 없더군요.

,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간첩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웃기려고 작정한 듯 진행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지해지더니

마지막엔 엄청 큰 스케일에 어설픈 감동까지 전달하려고 애쓴 듯 보입니다.

거기에 원류환 (김수현)과 리해진 (이현우)의 동성애 코드까지.

이야기가 통일성 없이 중구난방, 뒤죽박죽으로 전개되다 보니 보는 사람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하는지 감정 동선이 헷갈립니다.

쉽게 말하면 인기가 있을 만한 소재는 다 끌어다 짬뽕을 시켜 놓았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물론 원작이 그렇겠지만요)

그러니 보는 사람은 이거인지 저거인지 헷갈립니다. 그냥 쫓아다니기 바쁠 뿐이지요.

 

 

원류환이 갑자기 진지해 지는 부분도 어색합니다.

이야기 전개상 바보의 모습을 벗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진지해지긴 진지해져야 하는데 그것이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이상하리만치 어색합니다.

특히나 영화의 절정부분인 김태원 (손현주)이 남파되어 둘이 마주섰을 때 원류환은 정확하게 서울말을 사용하면서 어머니라는 단어만

오마니라는 단어를 섞어 사용한 부분은 어색함의 절정이었습니다.

 

 

 

원류환이 불사신으로 등장하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등에 긴 칼이 꽂힌 채로 높은 곳에서 등으로 떨어졌는데 칼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원류환은 팔팔합니다.

보통 등에 칼이 꽂히면 등이 벽에 닿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 액션의 정석인데-이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칼은 사라지고 격투는 엄청 잘합니다.

더구나 김태원과의 격투 장면에서 신나게 얻어맞았음에도 상처하나 없이 뽀얗고 깨끗한 얼굴은 현실감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고

아무리 맞아도 상처하나 생기지 않는 특수 피부를 가진 불사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마주하고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는 밤이라고 골목에서 나눈 대화소리가 창문을 통해 쉽게 집 안으로 전달됩니다.

이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지요.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간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꺼리낌없이 어느 집 창문 밑에서, 골목 어귀에서, 대문 앞에서

북한 말로 대화를 나누고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서도 스스럼 없이 얘기합니다. 현실감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그러다가도 뜬금없이 진지한 장면이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등에 칼 꽂힌 채로 건물에서 떨어질 때 리해랑 (박기웅)이 운전하는 차로 떨어져

차 앞 유리에 엄청난 금이 가는 파손을 입은 장면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장면부터는 깨끗한 앞 유리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쯤은

옥의 티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2시간이 넘는 확장판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는 김수현+웹툰+스크린 싹쓸이라는 생각입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3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데다

해품달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수준의 영화가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특히나 이 영화 개봉 당시 영화 팬들은 극장에서 영화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개봉 당일 937개관으로 출발했다가 다음날에는 1194개관으로 확대됐고, 같은 주의 주말에는 1341개관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스크린 싹쓸이를 통해 극장에 간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살펴 보니 이야기 전개는 원작 웹툰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간 듯이 보여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더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른 영화 평에서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그 방대한 양을 2시간 남짓이라는 시간 안에 다 담을 수가 없고

그래서 그 나름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쫓아가기만 벅찰 뿐입니다.

연출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얼마 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또 한 번 대박을 친 배우 김수현이 다음 영화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탄탄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선택하는 것인데 바램대로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

 

 

이상 은밀하지도 않고 위대하지도 않은 영화 후기였습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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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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