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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명작 다시보기 (22):델마와 루이스-주인공들의 감정 변화가 어색한 영화

by Robin-Kim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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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우정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얘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우정은 종종 의리라는 말로 표현 되곤 하지요.

여자들에겐 우정보다는 사랑이, 그래서 그 밑바탕에는 가 더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있다고들 얘기하는데

여자가 아닌 제가 그런 의견 자체에 대해 뭐라고 왈가왈부하기는 좀 그렇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 성향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자 중에도 유난히 우정이나 의리를 따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자 중에도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아닐까요.

 

 

그런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전설적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델마와 루이스]입니다.

브래드 피트의 신인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1991,

그러니까 무려 22년 전에 개봉되어 아직까지도 제목이 회자되고 있는 영화입니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물음표였습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오랜 친구 사이인 델마와 루이스는 오랜만에 둘이서만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루이스는 밝고 쾌활하고 당찬 성격인데 반해 델마는 소극적이며 남편에게 쥐어 사는 연약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델마는 남편에게 얘기를 하지 않고 몰래 루이스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해방감을 맛보던 중

어느 여행지 술 집에서 만나 함께 술을 먹고 춤을 추던 남자에게 노천 주차장에서 강간을 당을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 때 루이스가 그 남자에게 총을 쏴 그 남자는 죽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살인 사건이기에 그 순간부터 경찰에 쫓기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라는 친구가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경찰에 쫓겨

멕시코로 탈출하려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간략히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제가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이 물음표라고 한 이유는 우선 두 주인공의 감정 동선이 꽤나 어색합니다.

앞서 루이스는 밝고 쾌활하고 당찬 성격인데 반해 델마는 소극적이며 남편에게 쥐어사는 연약한 성격이라고 얘기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는 곳곳에서 두 사람의 성격이 정 반대가 되어 진행됩니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하는 바람에 경찰의 심문에 걸렸을 때 델마가 총으로 경찰을 위협해 차 트렁크에 가두는 과정이나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돈을 찾기 위해 느닷없이 편의점에서 강도 짓을 하는 장면은 잘 이어가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란 변할 수 있으며, 특히 두 사람이 처한 환경 같은 상황에서는 더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럴 경우 한 번 변한 성격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델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심하고 연약한 성격으로 돌아옵니다.

거기에 델마가 과격하게 변할 때마다 그토록 용감하고 당차던 루이스는 반대로 급작스레 소심하게 변하고

또 잠시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찬 성격으로 변해버리는데요,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두 주인공의 감정 동선의 변화가 영화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도망치는 두 사람과의 통화를 이어오던 경찰은 줄곧 두 사람을 범인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끝 부분에서 다른 경찰이 만약을 대비해 체포 직전 델마와 루이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자 그에게 항의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미국 경찰이 할 일도 없이 범인도 아닌 사람을 붙잡기 위해 오랜 시간을 그토록 소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며,

왜 그는 끝까지 그 두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루이스가 델마를 강간하려는 남자를 살해한 시간,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죽은 남자와 델마 그리고 루이스 뿐이었죠.

그런데 현장에서 경찰은 술집 여종원에게 델마와 루이스 얘기를 꺼냅니다.

살인 사건 시점에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 경찰은 밑도 끝도 없이 여 종업원에게 델마와 루이스에 대해 물어 볼 수 있었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두 사람이 경찰의 포위를 피해 달아날 곳이 없자 그랜드 캐년 상공으로 차를 몰아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이 영화의 압권이면서도 두 주인공이 그토록 갈구하는 자유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유명한 장면도 앞서 얘기한 몇 가지의 어색한 점들 때문에 그냥 아쉬움으로 남게 됩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감정선을 위해 조금 더 세밀한 장치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 영화는

1991년이라는 오래 전 작품이라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린 영화라는 칭송을 받기엔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인 21세기 델마와 루이스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남자의 우정이란 다양한 요소로 표현할 수 있지만 여자의 우정은 생각보다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치고 받고 싸우다가 우정이 싹튼다거나 전쟁에서의 전우애가 싹튼다거나 주먹 세계에서의 의리로 표현된다거나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섹스 앤 더 시티]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22년 전의 좋은 영화가 이미 있으니 여기에 조금 더 이야기의 짜임새를 강화하고 캐릭터의 특성을 좀 더 부각시키며 완성도를 높인다면

정말 제대로 된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그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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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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