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장르에서 액션이라는 소재는 꽤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열심히 총을 쏴 대는 총격 액션이 있고, 무술로 상대방과 싸우는 무술 액션이 있으며, 사람의 심리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스릴러 액션도 있다.
그래서 [다이하드 시리즈]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이연걸 주연의 영화들도
혹은 [더블 타겟] 같은 영화도 모두 액션 영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액션 영화에는 반드시 선과 악이 존재하여 대립 각을 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때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간장을 태우게도 하며 때로는 허술한 구성으로 뜬금포를 날리기도 하면서.
그래서 이런 액션 영화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기 보단 그저 한 번 보고 시원한 쾌감이랄까
그런 것을 느끼면 그것이 그런 영화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아이조 2]는 정부라는 선과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이라는 대립 각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무래도 속편이다 보니 전편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올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선과 악을 대표하는 인물은 다른 수 많은 쟁쟁한 헐리웃 스타들이 아닌
영화 내내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검은 색의 [스네이크 아이즈]와 하얀 색으로 치장한 스톰 쉐도우, 즉 한국계 배우 이병헌이다.
이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전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들이 타고 다니는 날아다니는 물체
(비행기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이렇게 표현한다)도 그렇고 다른 장비들도 최신식인데
또 싸우는 장면들을 보면 여전히 총을 난사하고 대포를 쏘아대며 격전을 치른다는 것과
전편부터 속편 내내 악을 상징하던 스톰 쉐도우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릴 적 무술을 배우던 곳에 가서 갑자기 선의 편에 가담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섬세하며 또 사람의 성격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바뀌기가 힘든데
어쩌면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 오랜 시간 동안 갖고 있었던 가치관이 일시적이나마 바뀔 수가 있는지 어이가 없다.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이 영화는 액션,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총알보다 빠른 몸놀림과 칼놀림, 던지면 목표를 벗어나지 않는 표창들도 화려한 액션을 감안하면 그냥 봐줄만하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니까.
그에 비해 [레드 2]는 그런 억지스러움이 조금 덜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운 부분이 꽤 있다.
파리 한 복판에서 이름도 모를 거대한 기관총을 무식하게 쏘아대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가방에서 폭탄을 어떻게 꺼내 비행기에 장착했는지 설명도 없는 부분이나
MI 6라는 영국 최고의 정보 기관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주인공들도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그나마 [지아이조 2]에 비해 나은 점은 억지춘향 식으로 끼워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동선과 그에 따른 행동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잘 짜여져 있어 큰 거부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등장인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다이하드] 시리즈를 통해 헐리웃 대표 액션 배우가 되어 있는 ‘부르스 윌리스’와 한국 배우 이병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부르스 윌리스는 돈을 얼마나 더 벌려는지 이제 웬만한 액션 영화는 부르면 다 나오는 듯 하다.
[익스 펜더블]은 물론 [콜드 라잇 오브 데이], [캐치 44], [씬시티 2], [파이어 위드 파이어] 등 액션이 조금이라 가미된 영화라면
무조건 나오는 듯 하니 좀 너무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병헌의 경우 [레드 2]에서의 이병헌은 [지아이조 2]처럼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닌
부르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과 같은 쟁쟁한 배우들과 한 팀이 되어 호흡을 맞춰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물론 [지아이조 2]의 배우들이 나쁜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 값 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레드 2]의 배우들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니까.
사실 그 동안 동양인 배우는 헐리웃에서 액션 말고는 할 게 없다라는 얘기가 많았다.
중국 배우 성룡이나 이연걸도 그랬고 비 (정지훈)도 그랬으며 최근이 이병헌도 마찬가지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어로 심리 스릴러나 연애 영화에서 충분한 감정전달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다르게 생각해 보면.
실버스타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물론 제이슨 스타뎀이나 부르스 윌리스, 탐 크루즈 등이
모두 이른바 액션 영화 배우로 자리 매김된 배우들이다 (물론 탐 크루즈의 경우 초창기에 탑 건, 어퓨굿맨, 제리 맥과이어 같은 영화들을 통해
심리 연기를 했었지만 최근에는 미션 임파서블, 나잇 앤 데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잭리처 등을 통해 액션 배우 이미지가 강해졌다).
무슨 얘기냐 하면 액션 영화에서도 슬픔이나 기쁨, 행복, 사랑, 분노, 유머와 같은 감정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런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 역시 액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드 2]에서 이병헌의 경우 영어를 너무 굴리려다 보니 대사 전달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입에서 너무 웅얼거리는 듯해서 오히려 대사가 극도로 적은 [지아이조 2]가 훨씬 나은 듯하니 영어 발음 공부를 조금만 더하면 어떨까 싶다.
두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건 안 좋은 점인데, 사람을 굉장히 쉽게 죽인다는 점이다.
물론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을 제거해 나간다는 점은 액션 영화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너무도 쉽게 죄책감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특히 [레드 2]는 어느 정도 코믹적인 분위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더더욱 살인을 장난스레 표현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런 영화를 사람들, 특히 청년과 어린 아이들이 너무 자주 접하게 되면 무감해져 버린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안 그래도 미드를 보면 미국은 무슨 살인의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수 많은 살인 드라마들이 판치는 판국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나 등장인물의 감정 동선과 같은 완성도 면에서는 [레드 2]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아지조 2]의 경우 앞서 얘기했지만 말 그대로 액션 하나, 오로지 그것 하나다.
액션의 화려함이나 거대함 (스케일)만큼은 어디에 내 놔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다른 부분은 앞서 얘기했으니 생략하고.
반면 [레드 2]의 경우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과 메리 루이스 파커 (사라 역)의 천진난만한 연기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 전체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감정 표현 등이 훨씬 자연스럽고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리 됐든 저리 됐든 이 영화도 액션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가 되면 후련함을 가져야 되는 액션 영화.
[지아이조]든 [레드]든 과연 속편이 또 나올까?
그것이 궁금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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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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