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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vs 영화 (15): 신세계 vs 무적자 - 배신은 과연 절대 악일까?

by Robin-Kim 201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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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보성은 각종 방송에서 변하지 않고 얘기한 것처럼 의리 남으로 통합니다.

이른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의리 남인데요, 이런 의리는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강하게 나타난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자들에게서는 의리보다는 언제나 자신이 먼저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남자들에게도 의리라는 것이 강하게 나타나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지 역시 남자는 의리야를 외치며

의리에 죽고 사는 남자는 별로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의리 찾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웃기게도 이런 의리가 상징처럼 된 남자들의 영역이 바로 조폭들의 세계입니다.

깍두기 머리와 90도 인사, '형님'을 언제나 깎듯하게 모시며 형님의 명령이라면 죽음도 불사하지 않고 뛰어드는 세계의 있는 사람들.

겉으로 보면 꽤나 의리가 있어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의리는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에게 돈과 이권을 주면 충성을 다하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의 세계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조폭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 작은 형님이 큰 형님을 제꼈다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No.3] [비열한 거리]가 대표적인 예인데, 영화에서뿐 아니라 실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세계] [무적자]는 남자들의 의리에 대해서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두 영화는 홍콩 영화를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경우 [무간도]를 오마주로 하고 있으며 무적자는 80년대 남자들의 아이콘 같은 영화인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무간도에서 양조위가 경찰임에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조폭 생활을 하며 비밀을 캐내려 하고

유덕화는 반대로 조폭임에도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경찰로 일하면서 경찰의 비밀을 조폭에게 넘기는 역할을 합니다.

서로의 정체성과 정 반대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신세계에서의 이자성 (이정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임에도 비밀 임무 수행을 위해 오랜 시간 골드문 그룹의 3인자인 정청 (황정민)의 오른팔로 일하게 되고,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강과장 (최민식)과 고국장 (주진모)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청은 수년 간 함께 생활해 온 이자성을 언제나 브라더라고 부르며 형제애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자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조폭 생활에 염증을 내게 됩니다.

본래 자신은 경찰인데 조폭으로 살아가면서 목숨을 내 놓아가며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위험한 삶을 거부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이도 훨씬 많은 강과장의 멱살도 잡아보고 반말도 지껄여 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나는 누구인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데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는,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자성은 당연히 자신에게 이런 임무를 부여한 강과장에게 화를 낼만 하지요.

하지만 산전 수전 다 겪은 강과장은 이자성을 다독이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면서 계속되는 그의 이중 삶을 강요합니다.

골드문 그룹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이미 수 많은 예산이 소진되었다는 이유로.

 

 

 

하지만 이자성의 바둑 선생으로 위장한 경찰측 연락이었던 신우 (송지효)가 죽고 자성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경찰이 심어 놓은 또 다른 경찰이자 자성의 오른 팔이었던 석무가 신분이 탄로나서 죽음을 당하자 자성은 더더욱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합니다.

이번만, 한 번만 더를 강조하며 임무 수행 후 외국 생활을 보장해 온 강과장에게 자성은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해 냅니다.

자신도 이제 경찰이라는 원래의 신분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 과정에서 강과장은 자성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전합니다.

신우와 석무의 정보가 중국의 해커들에 의해 정청에게 넘어갔을 때 자성의 정보도 함께 넘어갔다는 사실을.

그래서 차후를 대비해 자성이 경찰이었다는 자료는 완전히 파기했으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고국장 밖에 없다는 사실을.

따라서 경찰 측에서는 차기 골드 문 그룹의 회장으로 서열 2위지만 아무 힘도 없는 장이사를 밀 테니 장이사의 밑에서

부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얘기를.

그 얘기를 듣고 자성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또 한 번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왜 정청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살려두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그 의도는 정청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세력 싸움을 하던 이중구 (박성웅)의 부하들에게 칼부림을 당하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정청은 언제나 자성을 부를 때 브라더라고 불렀던 것처럼 그를 진짜 브라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청의 자성에 대한 의리가 표현됩니다.

자신이 죽어가는 순간까지 자성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브라더로서의 의리를.

 

 

반면 자성은 이중 생활에 지쳐있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그런 이중 생활을 강요해 온 강과장과 고국장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고

자신이 원래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단 두 사람을 죽이고 이중구와 장이사마저 제거한 후 골드 문 회장에 오르게 됩니다.

정청의 의리가 자성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지요.

 

 

무적자에는 두 가지의 의리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형제인 김혁 (주진모)과 김철 (김강우), 북한에서 함께 탈출한 이후 오랜 시간을 함께 조직 생활을 해온 김혁과 영춘 (송승헌)의 의리.

언제, 어떻게, 왜인지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김혁은 혼자 살겠다고 엄마와 김철을 남겨둔 채 탈북을 했고

그 때문에 김혁이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게 된 김철을 형으로써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김철은 김혁을 형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김혁은 태민 (조한선)의 중재로 태국 무기 밀매상과의 무기 밀매 협상 과정 중 태민의 배신으로 태국 경찰에 잡히게 됩니다.

극 초반부터 영춘은 자신과 김혁에게 아부를 떨며 떠 받들 듯 모시는 태민을 보며 너는 언젠가 배신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했고

태민이 그의 말 대로 결국 배신을 하면서 김혁이 태국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그런 김혁의 복수를 하겠다고 태국까지 날아간 영춘은

다리에 총을 맞으면서 절름발이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태민이 부산 바닥을 접수하게 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태민의 불법거래 장부와 10억을 교환한 영춘은 김혁과 배를 타고 도망가려 하지만

김혁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영춘 혼자 도망가게 되고 현장에 있던 태민의 부하들과 총격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철이 끼어들어 형은 동생을 보호하면서 총격전을 하느라 부상을 입습니다.

김철이 어떻게, 왜 그 현장에 올 수 있었는지는 설명되지 않은 채. 그리고 영춘은 혼자 도망가다 두고 온 김혁이 마음에 걸려

다시 총격전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그 싸움에 합류하게 됩니다.

결국 형제간의 의리, 동료와의 의리 두 가지가 모두 마지막 총격전에서 표현되는 것이지요.

 

영화 [무적자]는 설명되지 않고 진행되는 부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얘기를 우겨 넣으려다 보니 대충 넘어가야 할 것은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영화적인 완성도는 꽤나 떨어진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영웅본색을 개인적으로 싫어했던 이유가 그런 이유였습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설정되지도 않은 채 주인공은 아무리 총을 쏴도 총알이 떨어지지 않고 적들이 쏜 총에도 거의 맞지 않는다는 황당한 설정.

그저 의리만 표현하기 바빴던 영화라는 기억 때문인데요, 무적자는 나름 형제간의 설정도 그리려고 했고 태민을 내세워 갈등구조도 만들긴 했지만

감정선이나 사투리를 썼다가 느닷없이 표준어 억양이 나오는 조한선의 억양 등과 같은 것들처럼 원작인 영웅본색처럼

상당 부분 완성도나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영화 내내 형제 관계를 거부하던 김철이 마지막에 총에 맞아 죽은 형을 끌어 안고 오열하다가 태민을 죽이고

자신도 권총 자살하는 부분은 공감하기가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거기서 굳이 자살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결국 탈북 과정부터 함께해 온 김혁과 영춘의 의리는 어느 정도 나타났지만 형제간의 의리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표현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실 송승헌은 이 영화에서 큰 모험을 한 것이었습니다.

원래 인기 배우였던 적룡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유명해진 건 주윤발이라는 배우였던 [영웅본색].

그래서 80년대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팬덤 현상까지 만들어 냈던 주윤발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송승헌에겐 모험 그 자체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영화 개봉 이후 많은 욕을 먹은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어떤 배우가 했더라도 그 역할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30, 40대 남자들이 그들의 추억 한 켠에 오롯이 남아 있는 주윤발 역할을 누가하더라도 웬만해서는 만족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주윤발이라는 그림자를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송승헌의 연기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잘생기기만 한 배우, 혹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에나 어울릴 만한 배우라고 생각되었던 송승헌이

의리를 표현하는 역할을 그런대로 잘 표현했으며 더불어 조한선의 배신자 연기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의리의 반대말은 배신일지도 모릅니다.

단어만 놓고 보면 의리는 무조건 좋은 것, 배신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이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 그 상황이 어떤 상태였냐에 따라 의리와 배신이 갖는 선과 악이라는 이미지는 뒤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성이 강과장과 고국장을 배신하고 정청과의 의리를 지켜 본격적인 조직 생활을 위해 골드 문 회장에 취임한 것은 경찰 측에서 보면 철저한 배신입니다.

그 동안 투여된 시간과 돈, 노력과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배신 중의 배신이지요. 다시 말하면 악입니다.

하지만 정청과 자성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의리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중 생활, 흔들리는 정체성 속에서 정청이 보여준 의미를 자성은 지켜낸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선이지요.

 

영춘이 도망가다가 돌아와 김혁을 도와 총격전을 펼친 건 그들에게는 의리입니다. 선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경찰 측에서 보면 악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지요.

태민이 영춘과 김혁을 배신한 것은 두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악입니다.

하지만 태민 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산과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뿐이지요. 그러니까 선입니다.

 

 

결국 의리와 배신은 절대적으로 선과 악을 대변한다고 무 자르듯이 잘라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디 세상이 흑백 논리로 단순하게 돌아는 존재던가요.

 

앞서도 누차 얘기했지만 무적자는 원작 자체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 했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무간도]를 오마주로 하고 있지만 [신세계]의 경우 이야기 구성의 완벽함, 납득할 수 있는 상황 전개,

특히 황정민의 탁월한 연기로 확실히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정민의 경우 밥상수상 소감에 대한 진실성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연기만 놓고 본다면 훌륭한 배우임에 틀림없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더 이상 조폭의 의리는 영화에서처럼 진짜 의리가 아닌 돈과 권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조폭을 미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잘못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그런 영화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진짜 의리란 그런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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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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