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ge: 재판관, 판결을 내리다
방사능 때문에 폐허가 된 지구. 그 중 8억 명이 모여 사는 도시 메가시티.
그 곳에서는 범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그 곳의 경찰이자 법 집행관인 ‘저지’는 그런 범죄 중 6%만 대응 가능할 뿐이다.
저지 중 자타공인 최상급인 드레드에게 어느 날 신참인 앤더슨의 테스트 임무가 주어진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저지가 되기엔 부족하지만 특수한 초능력 때문에 실전에서의 테스트를 해보라는 것.
마침 20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인 피치트리스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드레드는 앤더슨을 데리고 출동을 한다.
하지만 피치트리스는 ‘마마’라는 여자가 이끄는 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곳.
그녀는 ‘슬로모’라는 신종 마약을 제조, 유통하고 있는 갱단의 두목이며 슬로모는 시간이 굉장히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약.
이런 류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드레드와 앤더슨의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엔 마마를 해치우고
권선징악을 실현한다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는 이 영화는 줄거리만으로는 꽤나 단순하다.
뻔히 짐작할 수 있는 다음 장면과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영웅 캐릭터라는 점 때문에 이야기의 독특함은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관심 있게 본 이유는 ‘I’m the law’라고 얘기한 저지 드레드의 대사 때문이다.
판단을 하고 판결을 하고 심판을 하는 것.
과연 이 세상의 누가 누구를 판단하고 심판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조직 혹은 집단이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치, 즉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와 소매치기 같은 중 범죄가 아닌 다음에는
그 누구도 어떤 대상을 쉽게 심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I’m the law’를 외치며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시절에 살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왕의 한 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닌 21세기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과 집단을 단 한 마디로 범법자와 범죄 집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오히려 ‘I’m the law’를 외치며 그들을 심판하는 저지 드레드가 우리에게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그런 것들을 권력을 바탕으로 한 언론을 통해 입막음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넘어 마치 200층짜리 빌딩을 점령하고 통치하는 ‘마마’처럼 한 국가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집단을 응징할 저지 드레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력은 법이 아니며 누군가를 심판할 수 있는 권한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액션 영화와는 달리 꽤나 독특한 영상미를 선물하고 있다.
분노의 질주나 미션 임파서블, 다이하드 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미래형 액션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사용하는 무기에서 분출되는 화려함, 슬로모라는 마약을 상징하듯이 느닷없이 굉장히 느려지는 몇몇 장면들은 꽤나 인상적이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만화 중 하나인 [2000 AD]가 원작이며
1995년 실버스타 스탤론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원작의 명성에 뒤지지 않기 위해 보다 화려하고 다양한 연출 기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관객들은 괜찮은 영상미를 갖고 있는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핼맷을 쓰고 나오는 바람이 주인공의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기도 하고
그토록 열심히 연기했는데 자신의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질 않으니 그 배우의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실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영웅을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
수퍼 맨이나 스파이더 맨, 배트 맨과 같은 영화나 상상 속의 영웅이 아니라
창원지법의 천종호 판사님이나 최재천 의원님 같은 영웅 말이다.
불의에 맞서고 소신을 지키며 권력자들의 무관심 영역으로 방치된 부분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는 그런 영웅들이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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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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