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내 날 보구 떼니?" / "빙모님은 참새 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사실 장모님은 점순이 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작다)
김유정의 [봄봄]을 형상화 해 놓은 동상. 소설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머리에 쏙 들어오고 기억에 남으니까.
김유정 문학촌은 소설의 이곳 저곳을 형상화 해 놓은 것 외에도 생가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사실 정확히 생가가 이런 모습이다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 김유정이 태어난 곳의 모습을 참고하여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데요
너무나 현대적인 혹은 아파트에만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지만 좋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 서까래도 있고 가마니로 알 수 없는 것을 짜 널어 놓은 것도 있는 김유정 생가 복원 모습.
외양간과 방앗간, 화장실까지 복원해 놓았는데 옛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산 교육이 되는 듯하다.
김유정 문학촌을 나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실레 이야기길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봄봄]과 [동백꽃]을 비롯해 김유정의 여러 작품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을 볼 수 있는 이를테면 테마길인데요, 그 거리가 상당히 됩니다.
그리고 제주도 올레길처럼 생수 한 병 들고 쉬엄쉬엄 걷다 보면 책에선 본 곳을 그대로 볼 수 있으니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실레 이여기길을 안내 하난 안내판.
*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있어 길을 찾기 쉽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것이 실제 길 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과정에서도. 그리고는 항상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그리고선 늘 걱정하거나 후회한다. 난 과연 최선을 선택한 것인지,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저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해 보지만 어디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렇게 쉬울까.
* 회색 빛 어느 담장 위를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수 놓은 장미 넝쿨. 예쁘다.
* 보라색이 참 예쁜 이름 모를 꽃.
* 소가 한참을 운다. 보통 송아지와 엄마 소가 있으면 송아지가 울기 마련인데 엄마 소가 무얼 원하는지 한참을 울어 댄다.
그 울음 소리에 카메라를 들이 대지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빤히 쳐다 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울어 댄다. 무엇 때문일까?
* 아마도 호박을 키우는 곳 같다. 긴 터널 같은 하우스 안으로 양 쪽으로 갈라진 길을 사이에 두고 천정에서부터 노란 호박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옥수수 밭. 여름은 옥수수 철이니 강원도 춘천에 속하는 곳이니만큼 옥수수 밭에 옥수수가 잘 익어 간다.
어릴 때는 강원도 옥수수라고 하면 엄청나게 먼 곳에서 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그 먼 곳에서 어떻게 서울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을 하여 옥수수를 먹었는데,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강원도에 와서 옥수수를 보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좋아진 것일까?
* 7월초 인데 벌써 코스모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성질도 급한 녀석들.
* 쉬엄쉬엄 걷다가 눈에 들어온 독특하게 자리 잡은 나무 한 그루. 그 밑에 흰 색 벽으로 된 것은 창고로 쓰이는 곳 같다.
이 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목가적인 (?) 풍경.
* 전날 비가 와서일까.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소나무 무리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 온다. 하늘 색과 초록 색. 참 아름다운 색이다.
저는 실레길에서 김유정 소설의 무대를 한 곳도 보지 못하고 돌아 내려 왔습니다.
한참을 걸어 땀이 비처럼 쏟아지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이대로 더 가다간 더위에 쓰러지겠다는 생각에 발 길을 돌렸는데요
다음 번엔 김유정 소설을 최소한 두 세권을 읽고 와야겠습니다. 그래야 더 실감날테니까요^^
그리고 김유정역에서 문학촌 가는 길에 있는 '낭만 누리'를 둘러 보고 실레길을 가면 더 좋을 듯 합니다.
김유정 기념 사업회가 있는 이 곳에서는 실레길 어디 어디에 소설의 무대가 있는지 디지털로 된 안내판이 있어
실제 둘레길을 걸을 때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여기서 보니 제가 조금만 더 걸었으면 한 곳은 보고 올 수 있었는데 아쉬웠네요.
* 김유정 문학촌 가기 전에 위치한 낭만 누리.
발길을 돌려 내려 오다 보니 이제는 버려진 예전 김유정 기차역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새로 지은 김유정이 멋스럽다면 이 곳은 이제 새람의 손 길이 닿지 않아 어찌 보면 폐허처럼도 보이고
그래서 아련함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 자신의 본분을 다 했던 김유정 기차역의 쓸쓸한 모습을 담아 봅니다.
* 잡초와 관리되지 않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 출입문이 봉쇄된 김유정 기차역.
* 버려진 김유정 기차역에 핀 하얀 아름다운 꽃.
* 더 이상 달리지 않는 기차. 수 십년을 서울과 춘천을 오가면서 이 곳의 변화하는 모습을 온 몸으로 기억하고 있을 이 기차는 이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 기차역 뒷 편. 예전엔 이 곳에 사람들이 내려 지금은 넝쿨로 뒤 덮은 곳으로 향해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나갔겠지. 괜히 울컥해진다.
다음 번엔 김유정 소설을 꼭 읽고 오기를 기약하며 김유정 역과도 작별을 고합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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