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두 번째로 참성단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다음 날이었는데 전등사를 구경하고는 마니산으로 향했는데요 이번엔 네비게이션에
'마니산 국민관광지'로 검색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함허동천쪽이 야영을 위한 곳으로 바뀌었다면 마니산 국민관광지 쪽은 함허동천 반대편으로 그 이름답게 굉장히 넓은 주차장과 함께
등산을 위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한 것이 비가 올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 '마니산 국민 관광지' 쪽 입구. 5월의 한복판임에도 빨간 단풍과 초록의 나뭇잎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날씨가 흐리다.
* 무슨 다리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운치있어 보이는 다리.
그렇게 몇 분을 올라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금방 그칠까 싶어 울창한 나무 아래서 몇 분을 기다렸지만 그칠 기색은 없고 오히려 점점 세차게 내리는 것 같아
결국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단군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셨다는 영험한 곳이라 그런지 두 번째 방문에도 참성단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도전을 해 보는 수 밖에요.
* 비가 내린다. 흐릿하게나마 존재 가치를 알리는 빗방울들.
그리고 며칠 전, 뜨거운 여름이 사작할 즈음 세 번째로 참성단에 도전하였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해가 쨍하고 났지만 파란 하늘이라기 보단 뿌연 무언가로 한꺼풀 덮여 있어 아쉬웠던 날씨-
부랴부랴 차를 몰고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만큼은 성공하리라!
* 등산로 입구. 다행히 날씨가 좋아 가벼운 마음으로 참성단 방문을 시작했다.
* 참성단 가는 길에 있는 계곡(?) 혹은 냇물 (?)의 모습. 발을 담그만 무척이나 시원할 것 같다. 보는 것과 만지는 것, 전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인간의 감각들.
이 곳에서 계단길과 단군길로 나뉜다.
* 등산로의 이런저런 풍경들. 산책길도 아름답고 노란 꽃도 아름다우며 흐르는 물도 아름답다.
짜증나는 마음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을 것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니 아름답게 보인다, 아니 아름답게 느껴진다.
참성단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계단길과 단군길인데요.
계단길은 길이가 짧은 반면 수 없이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단군길은 길이가 긴 반면 계단이 아닌 등산로라고 합니다.
저는 계단길로 가면 편하고 시간도 덜 걸린다고 해서 계단길을 선택했는데 그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불규칙적인 계단 높이와 가파른 경사로 인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중간에 쉴 때마다 만난 하산하시는 분들이
계단길로 올라가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모두 얘기하는 걸 보면 단군길로 올라가서 계단길로 내려오는 것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조금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계단길을 선택한 후 나타난 이정표. 1.1 km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천만의 말씀!
* 계단길의 시작. 이 때만 해도 이 길이 그렇게 심한 '고생길'이 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 중간이 이렇게 험한 길도 나온다.
* 중간에 첫 쉼터가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안내판. 마니산이 기가 좋은 곳이라 하니 정기를 듬뿍 받고 가면 좋으련만 정기고 뭐고 힘들어 죽을 뻔 했다.
* 누군가가 바위에 새긴 '충심'. 누가 새겼을까? 어떤 의미로 새겼을까?
* 힘들게 힘들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강화의 경치는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돌 계단과 함께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바위와 암석길.
그렇게 힘들게 오르기를 얼마나 했을까. 드디에 참성단에 도착했습니다.
세 번째 방문만에 만날 수 있었던 참성단. 하지만 이게 웬 일. 많은 방문객들로 인한 훼손을 우려해 참성단 입장을 통제한 것입니다.
* 특정 기간에만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은 참성단.
*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거리를 좁혀 촬영을 하니 참성단 한 쪽에 (사진 좌상단) 소주 박스며 막걸리 박스가 쌓여 있고,
오른쪽으로 보니 무슨 장비와 도구들이 쌓여 있는데, 이건 무슨 분위기일까? 여기서부터 도 다른 일이 벌어지는데...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출입하는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만에 올라온 곳인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내려가야 한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찰나였는데...
아,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 힘겹게 올라온 참성단의 모습. 단군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셨다는 그 곳.
그런데 잘 보면 돼지 머리를 비롯한 고가살과 참성단 주변으로 먹걸리가 곳곳에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는 광경.
이 날 잘 열려진 주방도구 업체인 '휘슬러'에서 한국 지사 및 협력사 직원과 외국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등산 대회 같은 걸 열었고
외국 본사 사람을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려주는 행사 같은 걸 진행했는데, 행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참성단을 자신들이 전세낸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 많이 불쾌했습니다.
참성단 여기저기에 막걸리를 비롯한 자신들의 짐을 널어트려 놓았고, 특히 소사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직원들에게 좀 비켜달라고 얘기하자 굉장히 귀찮은 표정으로 살짝 이동만 해준 그들의 행동에 많이 언짢았습니다.
특히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외국 사람에게잘못 된 제사 지내는 법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었습니다.
휘슬러, 참 대단한 회사입니다.
* 사적 136호임을 알리는 비석.
* 이 곳에 향을 피워놓고 제사를 지냈을 것이다.
* 참성단의 소사 나무. 천연기념울 502호인 이 나무는 높이가 약 4.8미터로 약 15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휘슬러 직원들이 전세를 낸 것마냥 잘 비켜주지 않아 온전한 나무를 촬영하지 못하고 좌우 양 옆이 짤렸다.
* 참성단 바로 옆, 마니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 이상한 조형물까지 들고와 전세낸 것처럼 행동한 사람들이 모두 휘슬러 직원들이다.
참성단을 보았다는 기쁨과 특정 회사의 횡포에 언짢았던 마음을 함께 가지며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적어서 비교적 한적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남원의 오작교 못지 않게 분위기 있는 다리.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바로 왼 편에 멸치국수 집이 있습니다. '맛 없으면 공짜'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고 해서
등산 전후에 많은 등산객들이 국수 한그릇을 먹는 가게인데요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멸치 육수를 자주 끓여봐서 아는데 조미료를 사용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수 한그릇 가격은 5천원.
* 집으로 돌가는 길에 발견한 강화군의 의지를 알리는 비석.
* 뜨거운 여름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개천. 이 개천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물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흐른다.
* 도로 변에 핀 이름 모를 꽃. 민들레로 추정된다. 꽃 사진을 그렇게 찍으면서 꽃 이름도 모르는 스스로를 한탄하며-
마니산 TIP!!
1. 참성단을 가려면 네비게이션이 '마니산 국민 관광지'로 검색!
2. 단군길로 올라가서 계단길로 내려오는 것이 편함.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내려올 때도 단군길로! 계단길은 굉장히 힘듬.
3. 입구의 멸치국수 집은 비추!
4. 마니산 입장료는 1,500원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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