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비 오는 날 나의 카메라에 걸린 사진이다.
평소에는 선명하게 보이던 창 밖의 녹음(綠陰)이 끊임없이 내리던 빗물 덕분에
무언지 분간할 수 없는 흐릿한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
유리창이란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하나 건너의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가도
눈물이 흐르거나 빗물이 흐르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런 것.
개인적으로 사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점집을 찾아가서 돈 주고 사주를 본 적은 없지만-거의 그럴 뻔 했던 적은 있다!
전혀 ‘알 길이 없는’ 내 미래를 엿보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인터넷과 프로그램으로 보는 정도지만.
그런 것 같다.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내 얘기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가공해내며
확대, 재생산해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공유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런 행동들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는지는 알지 못한 채.
흡사 트루먼 쇼의 트루먼처럼-
이 때쯤 되면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닌 것이 될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만들어져서
나도 모르게 퍼져나가는 그런 과정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 그들 사이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한 때 대인 기피증까지 있었더랬다.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내 얘기가 싫어서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했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사람 만나는 것이,
아니 어쩌면 툭 던진 한 마디가 거짓 소설이 되어 일파만파 커지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 아니 진실이 아닌 것이 사실이 되는 것-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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