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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낮>, 전혀 다른 마크레비의 모습

by Robin-Kim 201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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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고정 관념이란 것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 단어에서 주는 느낌이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지만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문제 이전에 그냥 그런 것이 모르는 사이에 누구에게나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고정관념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그 대상과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직접적이든 또는 간접적이든. 예를 들면 삼성에 다니는 사람은 이럴 것이다, 연예인들은 이럴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한다라는 것들은 언론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들은 내용 그리고 직접 부딪히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마크 레비라는 프랑스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책은 '행복한 프랑스 책방' 덕분이었다. 마치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유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실제로 영화화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의 '출세작'인 Just like heaven 역시 마치 <사랑과 영혼>과 같은 류의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마크 레비'하면 로맨스 소설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나의 무식 속에 깔려 있었다. 마치 '존 그리샴' 하면 법정 스릴러의 대가, '시드니 셀던' 하면 추리 스릴러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 <낮>이라는 책은 모르고 읽는다면 마크 레비의 책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당히 낯설다. 오히려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만큼-굳이 장르로 얘기하자면-추리 스릴러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무언가 모를 이유로 불편했고 어색했다. 심지어 내용 구성도 어설프다. 나중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전문 추리 스릴러 작가가 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읽는 데 방해가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책에 로맨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마크 레비의 로맨스처럼 와 닿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완벽한 추리 스릴러도 아닌 것이 내용 구성이 상당히 어설프고 앞 뒤 연계가 어색하고, 끝까지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 있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를 것도 있다.

 

무엇보다 왜 책 제목이 <낮>인지, 그리고 책 껍데기-표지 말고 말 그대로 껍데기. 양장본에 흔히 있는 것-에도 크게 적혀 있고, 가장 첫 장에서 주인공이 얘기한 '새벽은 어디서 오나요?'에 대한 답도 없다.

 

작가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고자 했던 듯하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그런 노력이-실제로 멋진 말들도 자주 나온다-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슴에 팍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얘기했다면 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조금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것이 있다. 과연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이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까 하는 것. 판단은 책을 읽는 독자들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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