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전고와 신일고의 연습 경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전고 2학년이던 선발투수 구대성. 신일고가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손꼽히는 팀이지만 구대성의 볼을 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작이 불길했습니다.
1회 초 신일고 공격에 첫 타자 볼 넷. 감독은 구대성의 몸이 덜 풀렸다고 생각했지요.
두 번째 타자도 볼 넷. 감독은 좀더 두고 봤습니다. 세 번째 타자도 볼 넷.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감독은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로 올라갔습니다.
"긴장했나? 왜 그래?"
"감독님, 괜찮습니다. 저를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궁금해하는 감독에게 구대성은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에이스라면 전국대회에서 이런 강호들과 만나 많은 위기를 맞을 테고, 그때마다 그 위기를 이겨내야 할 거라고. 그래서 일부러 무사만루의 위기를 만든 다음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시험해 보는 거라고.
감독은 당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짱이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마운드를 내려와서는 다음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 봤습니다.
구대성은 그 무사만루의 위기에서 4, 5, 6번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잡아냈고, 그날 내로라 하는 신일고 타자들이 그의 구위에 혀를 내두르고 돌아섰던 것입니다.
그리고 구대성은 그 해 6월 청룡기에서 대전고에 창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안겨 주었습니다.
이후 대학시절 2년 선배 정민태와 함께 '우민태 좌대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국제대회와 대학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게 되지만 그만큼 그는 혹사당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대학 4학년 시절에는 팔이 거의 망가졌다는 얘기도 있었고, 향후 1~2년은 부상 때문에 던지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969년생으로 양준혁 선수와 동갑인 그는 국내에서 총 13시즌 동안 1,128.1이닝을 던져 67승 71패 214세이브 평균 자책점 2.85 및 피안타율 0.213을 기록했습니다.
구대성 선수의 기록은 크게 해외 진출을 한 2000년을 기준으로 그 전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입단 해인 1993년부터 2000까지의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연도 | 출장 | 선발 | 승 | 패 | 세 | 이닝 | 삼진 | ERA |
1993 | 6 | 5 | 2 | 1 | 0 | 21.1 | 11 | 2.53 |
1994 | 34 | 9 | 7 | 8 | 12 | 121 | 128 | 2.6 |
1995 | 47 | 12 | 4 | 14 | 18 | 155 | 161 | 3.54 |
1996 | 55 | 2 | 18 | 3 | 24 | 139 | 183 | 1.88 |
1997 | 47 | 0 | 8 | 8 | 25 | 102.2 | 134 | 3.16 |
1998 | 59 | 2 | 8 | 7 | 24 | 123.2 | 129 | 2.55 |
1999 | 55 | 5 | 8 | 9 | 26 | 119.1 | 138 | 3.09 |
2000 | 48 | 7 | 6 | 7 | 21 | 133.1 | 136 | 2.77 |
그의 기록을 가만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우선 그는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선발투수보다 마무리 투수로 많이 뛰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로 데뷔 첫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20세이브 이상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그가 꽤 많은 승리도 올렸다는 것입니다.
평균 7~8승씩은 매년 했으며 1996년에는 불과 55경기에만 등장했는데 18승 24세이브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정말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그 당시 그의 슬라이더는 '마구'로 불렸으며, 다승-평균자책-승률-구원이라는 투수부문 4관왕을 차지하게 됩니다.그렇게 송진우-정민철 선발과 구대성의 마무리라는 공식으로 한화 이글스는 1999년 한국리시즈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대성불패. 구대성이 나오면 지지 않는다는 말이 한 때 유행이었습니다. 이 당시에 만들어진 별명으로 기억 되는데,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한일전에서 보여준 그의 위력적인 투구는 야구팬이라는 누구나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고, 또 강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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